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김석철 지음 / 창비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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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술의 전당' 설계로 유명한 건축가 김석철 씨가 세계의 건축을 돌아보며 한겨레 신문에 연재했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까따꼼베나 아크로폴리스, 빤테온, 아야 쏘피아, 포로 로마노 등 내가 가본 곳도 더러 있었고 피라미드나 타지마할, 떼오띠우아칸, 한 알 할릴리처럼 가보고 싶은 곳도 다루고 있어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책은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읽기에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건축을 아는 사람이 읽자면 너무나 평이한 글이라는 난점이 있다. 게다가 저자는 글보다는 그림쪽에 가까우신 분이라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쉽게 풀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어서 흥미로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쉽지 않은 글이었다. 건축에 대한 개괄서로 보기에는 감상에 좀 치우쳐 있고 건축에 대한 감상문으로 보기엔 현학적인, 무언가 좀 어정쩡한 자세랄까.

그래도 이탈리아의 중세 도시 '산 지미냐노'를 내 미래 여행지 목록에 꼽을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수확이다. 30년, 50년 전 사진도 아주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초속도의 도시 서울에 살면서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산 지미냐노처럼, 1000년 동안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도시다. 몇 년 전 키우치 키우치아노라는 작은 역에서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가보지 못한 시에나와 더불어, 언젠간 꼭 가보아야지!

여행가고픈 마음에 화끈 불을 지르는 책인 것만은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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