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책을 읽다보면 통쾌하고 후련한 것이 참 많다.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에선 항상 어른들이 옳고 아이들이 문제아거나 교육받아야 할 대상인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30년 전에 쓰여진 것이라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런 것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하고 통쾌했을까!히데카즈는 온 식구가 인정하는 말썽쟁이다. 공부도 못하는데다 성격도 비뚤어져 어머니의 꾸중은 도맡아놓은 처지. 어느 하루, 히데카즈는 가족들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단행한다. 여름방학 한 달 동안의 가출에서 히데카즈는 낯선 동네에 가서 낯선 할아버지, 나츠요라는 친구와 함께 자신에 대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내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읽은 아동문학에서라면 이쯤에서 끝이 났을텐데,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히데카즈와 가족들을 못살게 들들 볶는 어머니와 가족들의 깨어진 믿음까지 보여주고, 그 절망의 끝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구박덩이 말썽쟁이 히데카즈에게서 그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주고 끝이 난다.아, 오랜만에 속이 시원해지는 책이다. 요즘 어른들 소설책은 내면심리의 묘사니 어쩌니 하며 도통 알듯 모를듯한 말들을 마구 써놓고 이해 못하는 사람이 저능인 것처럼 여기게 하는, 다소 웃긴 습성이 있는데 그런 웃기지 않는 책에 비하면 백 배 나음이다.부모님께 구박받고 자랐다고 생각된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체증이 뻥~ 뚫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