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 역사학자 4인의 문명 비교 탐사기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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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네 명의 사학자가 1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연구와 답사를 거친 나름의 성과물이다. 우리가 '세계사'로 알고있는 세계의 역사가 서구인의 시각으로 정립되고 쓰여진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세계를 '중화'의 변방으로 본 중국의 입장으로만 파악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젊은 학자들의 이러한 시도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유라시아. 유럽과 아시아를 묶는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국가별로 나뉜 지역적 사고 경향을 지닌 요즘 사람들에게 그리 친숙하게 다가오는 개념은 아니다. 그렇지만 책의 각 장 앞에 실린 지도로 알 수 있듯 유럽과 아시아는 큰 한 덩어리이고 우리가 미국과 더불어 세계의 주축이라고 믿어오고 있던 유럽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라시아 대륙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땅이었다. 우리는 세계사의 한 지점에서부터 서구인들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역사를 객관적인 세계사로 오인하며 배워왔던 것이다.

이 책은 세계사의 큰 흐름을 '팍스 몽골리카나'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이루었던 유목민 몽고족.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광활한 제국을 형성해가고 확장해가고 쇠퇴해갔는지를 보면서 우리가 알아오던 서구 중심의 세계사 이면에는 바로 동쪽에서부터의 자극이 있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하여 과거와 역사는 엄연히 다르며 문화에는 다양성만 존재할 뿐 우열을 가리는 일은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새로운 세기의 문명간의 마찰이 서구의 자기중심적 우월주의에서 나온 대결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사족이지만, 좋은 책은 저렴한 가격에 널리 읽혀졌으면 한다. 물론 각 국가의 유적지 사진과 지도 등이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코팅된 지질로 만들어진 책에는 부담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종이만 바꾼다면 책값도 싸지고 책 무게도 가벼워질텐데.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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