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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미카엘 엔데 지음, 차경아 옮김 / 청람문화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시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고 있을 땐 시간이 쏜살처럼 빠르게 지나버리고 괴롭고 힘든 일을 하고 있을 땐 시간이 너무나 느릿하게 지난다. 과학시간에 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살면서 이런 경험은 수차 해보았을 법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별로 중요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매달리는데도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정말 스물네 시간이 맞는걸까?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사람들을 보게되면 때로 저들은 나보다 하루를 몇시간쯤 더 오래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모모'를 읽으면서 그제서야 나는 무릎을 치게 되었다. 내가 시간에 허덕이면서 지내온 것은 바로 다름아닌 '회색도당들' 때문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암묵적으로 회색도당들이 내게 던져주는 달콤한 권력과 돈과 심리적인 만족에 맛들여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을 조금씩 소진하며 살아온 것이었다. 내 시간의 꽃은 지금쯤 회색도당들의 냉동 저장고에서 건조되어 시가로 말려 연기로 사라져가고 있겠지!
모모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시간과 삶을 앗아가고 있는 회색도당들의 정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용감하고 씩씩한 모모는 나를 위해 또 한 번 세상을 멈추고 내 시간의 꽃을 돌려주려 올 것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달려가게 되는 책, 누구나 한 번만 읽어도 사랑하게 될 책. 감히 이렇게 단언하고 싶다. 조금은 다른 템포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