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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 작은 것들 속에 깃든 신의 목소리
조안 엘리자베스 록 지음, 조응주 옮김 / 민들레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신이 보낸 전령이라는 관점을 갖고 곤충에 대해 쓴 책이다.
이사한 지 얼마 안돼서부터 집안에 바퀴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살던 사람이 바퀴벌레약을 붙여놓은 걸 보면 전에도 바퀴가 살았던 것 같긴 한데 이사 이후에서야 미리 살피지 못한 것을 후회했었다. 속으로 짜증도 나고 한밤중에 마주친 바퀴벌레가 살짝 겁나기도 했지만, 잡는 족족 죽이며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다.
겁내고 싫어하면서 죽일수록 바퀴는 점점 더 커져서 나타났고 강력한 바퀴벌레약을 빌려다 귀퉁이마다 발라놓아도 몇 주 쯤 후에 또 나타나곤 했던 바퀴벌레. 그러던 어느날, 바퀴벌레도 자기 인생이 있을텐데 나한테 이렇게 허무하게 맞아죽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자 그들의 인생에 동정이 가기 시작했다. 그 뒤론 바퀴를 죽이면서 '성불하십시오'하고 기도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때부터 바퀴가 점점 줄더니 지금은 아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의문에 해답을 얻었다. 바퀴벌레는 내 기도에 감복한 것인가보다.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해 마구 죽였던 벌레들이, 단순한 몸을 갖고 신의 의지를 보이러 온 전령이라고 생각하면 경이롭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있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