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산보자의 꿈 홍신사상신서 52
루소 지음 / 홍신문화사 / 1994년 11월
평점 :
절판


루소가 만년에 작업한, 일종의 에세이집이다. 임종이 가까워져서인지 루소는 다른 책에서보다 훨씬 부드럽고 영적인 느낌으로 충만한 글을 많이 썼다. 결국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쓰다 영면에 들었다고 한다. 

'참회록'을 읽으면서 느꼈던 루소에 대한 실망감이나 분노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나마 누그러졌다. 그가 죽을 때까지 결국 가장 많이 괴로워한 일이 자기 자식을 고아원에 내다버린 일이라는 걸 읽게되자 한편으론 '거 봐라'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러워지기도 했다. 그는 그저 타고난 대로 자기 한 목숨 걱정하면서, 자기 원형대로 살았을 뿐인데 세상이 그에게 요구한 것은 그의 명성과 성공에 걸맞는 도덕군자였다. 이 책은 그럴 깜냥이 안돼서 세상에서 내쳐진 사람의 절박한 자기 변명같기도 하고, 부와 명성과 친구에게서 멀어진 은자의 담담한 자기 고백 같기도 하다.

한 살 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느끼는 거지만, 삶에는 끝이 없다. 목숨에는 끝이 있지만 이 삶은 내 목숨이 끊어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삶은 적어도 목숨 보다 길고 오래남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이라고도 부를 수 있기에, 우리는 목숨이 아니라 삶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래서 루소가 남긴 책들은 어떤 면에선 반면교사가, 어떤 면에선 참 교사가 되어준다. 사람에게 실수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 이후에 어떻게 했느냐가 될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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