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성장'이나 '발전'이라는 말이 경제적인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인 관점이라는 탁견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일본 오키나와에서 군복무한 일을 계기로 일본에서 살고있는 정치학자이자 평화운동가.

우리는 모두 더 잘 살기 위해 여가를 희생하고 가족을 희생하고 건강까지 희생해가며 돈을 벌지만 결국 우리가 지배당하고 있는 '성장' 혹은 '발전' 이데올로기란 제한된 자원을 가진 지구안에서 한계가 명백한 것일 터. 고르게 가난한 삶이 결국 앞으로의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테지만 이미 인간들의 세계는 자멸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타이타닉을 닮아있다. 

멕시코를 잡아먹은 NAFTA를 번연히 보면서도 조금이라도 돈되는 것 더 팔아보겠다고 더럭 FTA를 체결하는 한국 정부도 웃기고, 그 정부에 부화뇌동하는 언론도 아주 꼴사납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화란 이름의 타이타닉을 타고 빙산을 향해 폭주하는 중이다. 그놈의 세계화가 거꾸로 거슬러가면 경제발전론이 되고 제국주의가 되고 결국 그 뿌리는 식민주의라는 것을 어째서 보지 못한단 말인가. 하긴 일제 식민지하에서 득세하던 자들이 권세를 잡은 나라이니 미제 식민지가 된들 무슨 차이가 있으랴마는! 착한 백성, 힘없는 백성만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좋은 책에 옥의 티라면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다. 특히 초반부엔 번역투도 이런 번역투 문장이 따로 없어서 우리말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직역에 가깝다.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다. 아무리 직접적인 뜻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작가의 의도를 살려 우리말로 제대로 풀어 전달하는 것이 번역가가 할 노릇 아닐까. 김종철 선생님 번역은 좋기로 소문났는데 이 책은 바삐 내시느라 신경을 못쓰셨나보다. 5년에 걸쳐 9쇄나 찍었으면 이제 개정판을 준비하셔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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