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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ㅣ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7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십대 후반을 살고있는 나나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늘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우리에게 적절한 '역할 모델'이 없다는 것이었다. 눈 크게 뜨고 찾으면 선생 아닌 것이 우주 만물 무에 있겠냐마는 우둔하고 속될대로 속돼버린 우리에겐 '친절한 선생님'이 누구보다 필요하다.
어떤 어른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적절한 역할 모델이 없으면 우리가 가장 흔히 보고 들은 이미지를 내 마음에 각인시키게 된다. 돈 많이 벌고 명예 얻고 권력 가지고 능력있고 잘생긴 남자와 결혼하고, 또 이래야만 행복의 필요조건을 갖추는 것 같은 거다.
이철수 선생님의 나뭇잎 편지를 읽으면서, 처음엔 삿된 생각 많이 들었다. 이런 그림, 이런 글도 엮으니까 책이 되는구나- 이러면 좀 팔리겠구나, 나도 해볼까- 뭐 이런 부끄럽고 속물같은 생각. 그런데 한 통 한 통 일기쓰듯 작업하신 선생님 그림과 글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깨닫게 됐다. 게으름은 감동을 못준다. 늘 깨어있고 준비하여 갈고닦은 사람만이 어느 순간 찾아와주는 '이거다!'하는 물건을 알아볼 수 있는 법.
이렇게 내 게으름에 철퇴를 내리시려고 선생님을 보내주셨구나. 감사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