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밤에 - 가부와 메이 이야기 하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2
키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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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염소가 폭풍우치는 밤에 한 오두막에 피신한다. 너무 어두워 둘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목소리와 스킨십으로만 상대의 모습을 짐작할 뿐이다. 뭔가 염소 같고 늑대 같기도 한데...하지만 속단은 금물. 판단을 중지한다. 번개가 번쩍! 서로를 확인할 찰나였지만 놀라서 둘 다 눈을 감는 바람에 위기는 지나간다.

이 과정이 제법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하다. 일단은 염소가 위험하니까 염소의 입장에서 심장이 쫄깃해지며 지켜보았다. 둘이는 공통점도 많다. 알고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이지만 어둠속에서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다음날 낮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염소가 알아서 잘 피했기를. 밝은 곳에서는 친구가 되기 힘든 관계라는 게 아쉽지만 폭풍우치는 밤을 좋은 추억으로 가지고 가기를.

겉모습이라는 게 선입견을 갖기 쉽게 만든다. 그걸 배제했을 때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두고서는 재고 따지고 섣불리 판단해버리는 게 많다. 가끔은 마음의 눈을 감고 상대를 바라봐야 할 것 같다. 편견을 배제한 감성으로 만나보자.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지만 재밌으면서도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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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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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 동물쇼가 없어졌다고 한다. 더불어 결국엔 동물원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동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좀 안 보면 어떤가. 인터넷과 각종 도감과 다큐멘터리에 동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자료들이 차고 넘치는데. 멸종 위기 동물이나 다친 동물들을 구조해서 보호하는 개념으로만 갔으면 좋겠다. 구경거리로 삼기 위해 자연에서 잘 살고 있는 애들을 잡아오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얘기를 나눌 때 매개로 삼기 좋은 책이다.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생태계를 뒤엎어놓는가.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
...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몹시 찔리는 구절이다. 하지만 인간이 정말 자유로운가? 나는 누군가에게도 사육당하지 않고 살고 있는 자유의 몸이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연에 있는 애들은 제발 그냥 좀 놔두고, 유기견 문제랑 대량으로 동물을 사육하다가 방치해 굶겨죽이는 일들부터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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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과 수, 진성과 희선이 놀러가서 영과 수가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오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영이가 한 말에 오수는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시력을 잃어버렸을 당시 주변사람들이 해준 말은 "괜찮아", "넌 이길 수 있어", "항암치료 별 거 아니야" 이었지만

영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영이야, 안 괜찮아도 돼. 무서워해도 돼. 울어도 돼." 였단다.

 

"기억도 못할 나이에 나무 밑에 버려졌고, 처음 본 엄마는 5만8천원 주고 떠났잖아. 게다가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여자를 영원히 잃어버렸는데 아무한테도 위로받지 못했어..."
"물론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야. 아주 큰 잘못.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도 책임질 수 없었던 열아홉이었어. 그 나이에 자기 인생을 꼭 빼닮을 거 같은 그 아이가 무서웠을 거야…"

 

노희경식의 위로가 이제 나오는구나, 생각하며 공감하며 오수를 따라 울었다.

그렇다.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용기를 가지라고 쉽게 말한다.

울지 말라고, 괜찮을 거라고, 잘될 거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괜찮지 않은데,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데, 두렵고 슬퍼서 미치겠는데...하지 말라고 한다.

영이의 말처럼 6살 아이에게는 너무 힘든 용기를 가지라는 것처럼

우리는 쉽게 내 안의 어린아이, 타인의 어린아이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우리가 그동안 위로랍시고 말했던 언어들이 사실 위로가 아니였던 게다.

진정한 위로는 같이 슬퍼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게 아니던가.

지금의 외로움이, 아픔이, 슬픔을 인정해주는 것. 그걸 같이 느껴주는 것. 그게 위로일 게다.

내 아이들에게도 쉽게 울지 말라고, 괜찮다고 하지 말아야겠다.

그건 위로가 아니였네.

그저 빨리 그 상황을 그치기를 바라는 조급함에서 나오는 말이였지 위로가 아니었다.

그래, 슬프지, 아프지, 속상하지, 눈물이 나오지...

그게 더 나은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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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서정홍

 

 

쿠바에는 새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쿠바에는 개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

해치지 않을 줄 알기 때문이다.

 

길가에 옥수수도

골목마다 핀 아까시도 해바라기도

잔디밭에 누워서

까닭 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어린 학생들도

벌건 대낮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인을 안고 있는 젊은 경찰도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이더라

 

'저렇게 살갗이 검을 수 있을까' 싶은 여인과

'저렇게 살갗이 하얄 수 있을까' 싶은 사내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더라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낡은 집을 보고

그들이 타고 다니는 오래된 자동차 소리를 듣고

가난하다고 한다 못산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않았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쿠바는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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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내 아내의 모든 것 : 초회 한정판 - [디지팩 + 엽서 5종 + 아웃박스]
민규동 감독, 이선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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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다 보니 같은 제목이 소설이 있길래 원작인가 보다 했는데 전혀 아니네?

김연경의 단편집인데 표제작도 내용이 전혀 다르다.

제목만 땄다 보다?

제목 따는데 저작권을 작가 혹은 출판사에게 주었을까? 궁금하다.

 

어제 설 특집으로 방송된 이 영화는 상영하는 기간에도 하는 줄 모르고 지났던 영화다.

영화관이 없는 시골에 살다 보니, 상영중인 영화들을 그때 그때 알기가 어렵다.

TV편성표를 보다가 이 제목을 듣고 검색해보고서 재밌을 것 같은 생각에 보게 됐다.

 

별로 실망스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콱, 감동을 받지도 못했다.

배우들은 모두 연기를 잘한 것 같다.

임수정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이선균은 워낙 뭐 잘하리라 여기는 사람이고, 류승룡은...역시...

최근에 재발견되는 배우인 것 간다. 류승룡.

영화마다 아주 다른 사람처럼 나온다고 하니 다른 영화들도 보고 싶네.

 

누구나 그랬겠지만 초반에 임수정의 다다다다...를 보면서 여자인 나도 이혼하고 싶어졌었다.

그런데 그것이 장점이 돼서 라디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이혼을 위해서 유혹해 달라 한 류승룡은 임수정에게 반하고.......

 

결말은 역시나 제자리로 돌아가는 해피엔딩.

내가 관심있게 본 건 임수정의 수다가 외로워서 였다는 것.

청소기라도 돌려서 소음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불안감.

끝으로 가면서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안감을 덜기 위해 우리는 항상 어떤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게 무언지 스스로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고.

 

난 불안할 때 집을 어지른다.

임수정이 옷을 막 벗어서 아무 데다 두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나의 불안감이 어디서 왔는지, 그게 왜 집을 어지르는 거랑, 치우지 못하는 거랑 연관이 되는지 아직 알아내진 못했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느낀 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누군가는 태생적으로 그렇게 못되게 태어난 게 아니고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쉽게 미워하고 쉽게 단정하고 쉽게 경멸하면 안될 것 같다.

그 말과 행동이 역겹고 정떨어지고 그래도.

지금 그런 사람 하나가 있다.

그 사람에게도 그런 게 있겠지.

그의 말하는 방식, 말과 행동의 모순 뒤에는 어떤 불안, 어떤 강박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곧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것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융의 그림자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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