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염소가 폭풍우치는 밤에 한 오두막에 피신한다. 너무 어두워 둘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목소리와 스킨십으로만 상대의 모습을 짐작할 뿐이다. 뭔가 염소 같고 늑대 같기도 한데...하지만 속단은 금물. 판단을 중지한다. 번개가 번쩍! 서로를 확인할 찰나였지만 놀라서 둘 다 눈을 감는 바람에 위기는 지나간다. 이 과정이 제법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하다. 일단은 염소가 위험하니까 염소의 입장에서 심장이 쫄깃해지며 지켜보았다. 둘이는 공통점도 많다. 알고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이지만 어둠속에서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다음날 낮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염소가 알아서 잘 피했기를. 밝은 곳에서는 친구가 되기 힘든 관계라는 게 아쉽지만 폭풍우치는 밤을 좋은 추억으로 가지고 가기를. 겉모습이라는 게 선입견을 갖기 쉽게 만든다. 그걸 배제했을 때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두고서는 재고 따지고 섣불리 판단해버리는 게 많다. 가끔은 마음의 눈을 감고 상대를 바라봐야 할 것 같다. 편견을 배제한 감성으로 만나보자.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지만 재밌으면서도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