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서정홍
쿠바에는 새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쿠바에는 개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
해치지 않을 줄 알기 때문이다.
길가에 옥수수도
골목마다 핀 아까시도 해바라기도
잔디밭에 누워서
까닭 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어린 학생들도
벌건 대낮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인을 안고 있는 젊은 경찰도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이더라
'저렇게 살갗이 검을 수 있을까' 싶은 여인과
'저렇게 살갗이 하얄 수 있을까' 싶은 사내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더라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낡은 집을 보고
그들이 타고 다니는 오래된 자동차 소리를 듣고
가난하다고 한다 못산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않았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쿠바는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하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