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시 : 2014.04.20  일요일 16:00

장      소 : 정동극장

공연시간 : 80분

좌      석 : VIP석

 

 판소리계 소설이자  세태소설인 <배비장전>은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 작품 중 하나인데 내용인즉, 새로 부임하는 제주 목사의 비장으로 따라가게 된 '배걸덕쇠'가 예방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구대정남(九代貞男)으로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며 고고한 척하자 목사와 기생 애랑이 짜고 그의 본성을 드러내며 골탕 먹인다는 것이다.

  <배비장전>의 소재가 된 근원설화는 두 가지로 전한다. 사랑하는 기생에게 이별의 정표로 이를 뽑아주었다는 소년 이야기인 발치설화와 기생을 거부하다가 오히려 어린 기생의 계교에 빠져 알몸으로 뒤주에 갇힌 채 여러 사람에게 망신당하는 경차관의 이야기인 미궤설화가 그것이다.

 이를 정동극장의 대표 브랜드 MISO에서 전통예술극으로 새롭게 옷을 입혔다. 애랑의 인물됨을 알 수 있는 부분이자 실소를 자아내는, 발치설화와 관련된 소설의 앞부분과 배비장이 굴욕을 겪은 후 목사의 주선으로 현감으로 제수되는 부분은 생략되었지만, 큰 줄거리를 잘 살리면서도 우리의 전통 춤과 풍물, 기악, 창이 역동적이면서 풍성하게 어우러지게 하였다. 특히, 장면의 각 배경들과 제주로 가는 배의 모습, 애랑의 미모에 대한 묘사를 돌하르방과 말 분장을 한 사내들의 군무로 표현한  점 등 빼어난 연출이 돋보였다. 이런 요소요소들이 소설을 읽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를 준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점은, 한국의 전통공연을 관람하려는 외국인들을 배려해서인지 창의 비중은 아주 미미하고, 마치 무언극처럼 몸짓과 눈짓, 손짓 등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주였다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며 장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소리를 더 듣고 싶은 내게는 좀 갈증이었다.

 원작과 그에서 파생된 다른 장르의 작품들을 보는 건 늘 즐겁고 신선한다. 비교하며 보는 재미, 놀라면서 보는 재미, 깨우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작품들을 접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0 함께 읽은 책 :

  - 절개 높다 소리 마오 벌거벗은 배비장. 권순긍. 나라말, 2007

0 연계하여 읽을 책 :

  -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

  - 하멜 표류기

  - 정약용 목민심서

  - 김만덕

  - 우리 악기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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