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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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꼼짝도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라디오를 듣는다. 

때마침 배철수 아저씨의 프로그램이 막 시작했다. 

이런 날씨가 춥다고 걱정이 많다지만, 본질은 추위의 문제가 아니라 ‘걱정의 문제’라며. 

걱정을 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즐기는게 어떨까 묻고는 첫 곡을 띄웠다, 

‘I'll survive'란 팝송이 흘러나온다.



유쾌한 2015년의 시작이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고 사라질 게 아니라면 두려워도 말고 생각도 말고 자연스럽게 즐긴다면?


해오름달, 1월의 특집은 <나를 바꾼 만남>이었다. 

힘들던 시절, 철없던 시절 무척이나 따뜻하게 다가왔던 소중한 만남들이 담겨있었다. 

사연이 실린 사람들은 그때의 그 소중함 덕분에 희망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더 크게 나눌 수 있다 했다. 


방황이 절정을 치달리던 스무 살의 한 아가씨는 가출을 감행하고 떠난, 낯선 도시 춘천이란 곳에서 어떤 언니를 만난다. 

반신불수가 된 어머니를 모시며 살면서도 불평이 아닌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그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어붙은 마음은 녹았고 집으로 편히 돌아갔다 한다. 편지할 거란 다짐을 하며 손을 흔들었지만 

주소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아직 편지를 쓰지 못한 독자. 

삶을 제자리로 돌려준 ‘김상순’ 언니에게 감사한다던 그 만남 이야기를 보며 

꽁꽁 언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건 훈계나 잔소리가 아닌 진실한 자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p.61)





며칠 전 답답하던 차에 버스를 타고 무작정 떠났다. 

위로하는 마음에 산책길을, 영화 한 편을 꿈꿨지만 

시린 날씨, 예상보다 슬픈 영화(샘터 1월호에선 ‘美친 영화(p.94)’로 꼽아준 <무드 인디고>였다), 낯선 사람들의 눈길들 속에서 마음은 소란해져 버렸다. 

돌아오는 차편을 기다리며 펼친 샘터 한 꼭지에서 

나 역시 운명적인 만남(!)을 맞게 되었으니 ‘무수옹(無愁翁)’의 이야기였다.


걱정 없는 늙은이라 불리우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임금은 그를 불러 

귀한 구슬을 선물로 주며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라 명한다. 

그러나 뱃사공에게 시켜 강물에서 구슬을 빠트리게 한 왕은 

그 상태에서도 이 노인이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고 가족들은 마음을 다해 위로한다. 

마침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맏며느리가 사온 물고기 배 안에서 잃어버린 그 구슬이 나오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를 통해 신동흔 교수두 가지 상황을 가정하며 해설해본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걱정하고 함께 움직인 게 핵심 원리였을 거라고.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고통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즐거움만 커지며 

노인은 자연스레 ‘무수옹-걱정없는 노인’이 되었으리라고. 

혹은 노인이 어떤 상황에서든 꺼리거나 꿀릴 바 없는 달통한 사람이어서, 

늘 즐겁고 가벼운 사람이어서 그 맑고 밝은 마음이 만든 놀라운 사건 중 하나였으리라고.(p.50~51)


터미널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지었다, 

이 달통한 노인을 만나 참 다행이라며. ^^

 

새해엔 좋은 생각으로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쓸데없는 근심걱정 한다고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참.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좋은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도 알아야지 않을까? 

<정리의 달인>은 새해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을 느껴보라고 권하며 다음과 같은 인맥정리 요령을 밝혔다.


<새해에는 인맥정리>

1.인맥 정리: 불필요한 연락처 5개 지우기

2.인맥 유지: 나만의 VIP를 정해 연락하기

3.인맥 채우기: 모임에서 한 명에게만 명함 건네기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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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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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신라는 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라를 경주,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소년기를 보낸 부산에서 꽤 가까웠던 도시라, 

훌쩍 떠나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곳으로 참 익숙했던 지역이어서 그 소중함을 못 느낀 것도 사실이다.

혹은 찬란했다 하는 역사의 현장이 소박하게만 보여서 였을까.

(황룡사 9층 목탑 같은 웅장한 문화재가 사라지고 없어 '터'만 고이고이 간직한 나라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신라의 값어치를 낮추어 보았던 것 같다, 신비하지 않아 보이는 나라여서.

 

경주를 배경으로 쓰여진 역사 소설 『왕경』을 만났다. 

 

 

왕경은 경주의 옛이름이라 한다. 

제일 첫머리에 등장하는 건 고구려의 진수다. 

활쏘기를 잘 하는 건장한 장정, 

막리지 연개소문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선 

여러 부족을 아우르는 우두머리가 되었어야 했는데 진수는 아직 어렸다.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훌쩍 사라져버렸다가 

아버지를 죽게 만든 나라 밖 정세에 무작정 분노하여 전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준비 하나 없이 계림에 노예로 붙잡히는 신세로

소설 안에는 고구려의 진수, 백제에서 오게 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 신분을 숨기고 싶어하는 소녀-정, 뛰어난 화랑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유 이 젊은 청춘들이 등장한다.

 

김유는 한번 술을 마시면 끝을 모를 정도였지만 낭도들을 거느리고 무예를 닦고 글을 읽을 때면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아무리 밤새 술을 마셔도 새벽이면 일어나 몸을 씻고 정신을 집중했다.

‘네 마음과 몸을 정결히 하고 온 정성을 다하도록 하여라. 네 몸과 정신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바위와 번개와 같은 힘을 갖지 않고서는 하늘에 닿을 수 없느니라.’(p.134)



고구려의 기운이 쇠하던 시기에 노예가 된 진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정을 보면서 의심을 품고, 

아버지를 죽였을지 모를 그리고 조국을 무너뜨릴지도 모를 소년 김유에게 칼을 간다. 


청춘이라는 찬란한 빛의 시기를 

안으로부터는 혼돈을,  밖으로부터의 조국의 흥망성쇠에 따른 부침을 겪으며 

허망하게 태워버리는 이 세 사람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약간 아쉬운 건 이 세 인물들의 속내를 그리듯이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화자가 다 설명하는 듯한-너무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

조금만 더 인물 각각에게 애정을 쏟아 부었으면 좀 더 매력적인 인물이었을 것 같은데, 살짝 부족해보였다는 점)




한편으론 신라를 다시 그려보았다. 

고구려처럼 넓은 땅을 차지하면서 기상을 넓혀 나간 나라가 아니어서 

‘삼국통일’이라는 빼어난 업적을 이루어 냈으면서도 미운 눈길을 한두 번쯤 받곤 하는 신라의 실제를 보게 된 것 같았다. 

백성들에게 불교가 어떻게 와닿았기에 화랑도의 마음 안에 전쟁에서 죽는 걸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는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불교가 얼마나 든든한 정치적 입지를 마련해주었는지. 

그 높고 화려한 황룡사 9층탑이 어떤 장관을 이루었을지를 떠올리며 

융성한 도시 계림을 미처 눈여겨 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이 여겼다.

 



문득 3일 간 경주의 남산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곳에서 고이 남아있는 신라의 흔적을, 그리고 그 역사를 고스란히 껴안고 사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와 다른 마음 가짐을 가지며 역사와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

 

이미 일어난 ‘역사’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살아내 듯 알기 위해서 

옛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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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조일훈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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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Suddenly I see>라는 곡이다. 

평범한 출근길을 일종의 ‘런웨이’로 만들어 버리는 

주인공의 화려한 변신을 보면서 두근거렸던 기억,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장면으로 뚜렷하게 떠오른다.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며 

화려한 볼거리, 다소 로맨틱한 주인공의 성공기로만(!) 기억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 

지하철에서 택시로, 단화에서 하이힐로 변하는 주인공의 작은 아이템 속에서도

 ‘경제’를 읽는 사람들, 바로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들이다.



도서 『시네마 노믹스』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연재하던 꼭지들을 잘 편집해서 출간한 책이다. 

딱딱한 경제 이야기를, 인상깊은 장면과 줄거리로 기억하는 영화와 자연스럽게 이어 냈다.

(용어와 설명 뿐 아니라 그래프도 꽤 성실히 채워넣었다.^^)


책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있는 경제 교과서(?)처럼 등장하는지 살짝 볼까.

앞서 말한 영화 <악마다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정상재normal goods'와 ’열등재inferior goods'를 구분 짓자면?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용어였다, 책에서 보며 체득했다. )

정상재는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을 때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 또한 늘어나는 재화로 

주인공 주변에선 택시와 하이힐을 떠올릴 수 있고, 

열등재는 실질소득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재화로 대중교통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하는, 절대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여자들의 괴상한

-분명 주인공의 남자친구 역시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습성은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한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거나, 불황에도 명품 같은 비싼 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

일종의 과시적 소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명품 마케팅 분야에선 이런 대중 심리를 잘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실제로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재고 물량을 소각하기도 한다는데 놀랍지 않은가, 

베블런 효과가 더 유지될 수 있도록 고급재화를 마음껏 태워버리는 그들의 두둑한 배짱이!



상상만으로 섬뜩했던 ‘시간은 곧 돈’을 실제로 보여준 영화 <인타임>을 다시 보는 꼭지도 들어 있다. 

교환의 매개로서 회계의 단위로서 가치의 저장으로서 통용되는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었지만, 

영화 속이라고 웃고 넘길 수 없었던 부분이 있진 않았는가. 

물가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은 시장에서 보는 채소와 과일값을 떠올리게, 

시간통 생산 공장의 모습은 한국은행의 존재를 떠올리게도 하지 않았던가. 

기자들은 영화 속에서 인플레이션의 진짜 비용을 꼬집어 낸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은 실질 구매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상황을 오랜 기간 버텨내기 힘들다고. 

하다 못해 ‘메뉴 비용’은? ‘구두창 비용’은? 

(이하의 용어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분들은 대단하신 분들, 

모르시는 분들은 경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책을 읽기 전엔 몰랐으니까.)



기분 좋게 영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가 한편으론 심각해지기도 했다. 

정부가 판매세나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별 다른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넘기곤 했는데, 기자들은 말해준다. 

정부가 생산자에게 판매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생산자가 실제 부담하게 되는 금액은 그 인상분의 전부가 아니며 결국 대부분의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는 점, 

예전엔 골똘히 생각하려고 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다. (‘한 걸음 더’라는 소제목으로 책 p.64~65에 실려 있다.)

나, 왜이렇게 무식하고 무던했던 걸까. 


영화를, 웃거나 울면서 줄거리만 기억하는 감성의 가상 세계가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거울’이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를 비춰보는 또 다른 거울이라는, 그 죽은 비유를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체험했다. 

경제 초보 독자에게 이 책이 열어준 새로운 눈은 그런 것이었다, 

영화의 새로운 접근법과 일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시선. 


유용하고 즐거운 독서였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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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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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을과 겨울을 겪으며 '마스다 미리'의 책을 만났습니다, 

여자공감단으로 뽑히면서『여자라는 생물』을 만날 수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만난 게, 여자공감단의 두 번째 미션!

올해가 가기 전에 사랑을 고백하기


받자마자 참 많이 고민했어요.

사랑을 전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으로 엄마를 떠올리기도 했고요, 친구를 떠올리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엄마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으셔서 책읽기 보다는 바람 쐬기를 많이 하시고 계시고요,

친구에게는 최근에도 편지랑 간식, 책을 담아 보낸 터라 또 주면... 독서의 압박을 느낄까봐 멈칫하기도 했죠.ㅋㅋㅋ




한동안 잊고 지냈어요, 

그러다가 불쑥 (예정에 없던) 사천에 다녀오게 되었고...

사천에 가서 한 사람을 만나면서 반짝-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다름 아닌, 제 제자. 

'내일로'란 기차를 이용해서 곳곳을 여행다닐 수 있는....청춘!



요즘 여행을 다니고 싶었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


그래서 선택한 책은 <잠깐 저기까지만,>입니다. 

혼자서 혹은 남자친구와, 때로는 엄마와 

함께 다녔던 여행의 먹거리, 교통편이나 사진 등 세세한 추억을 남긴 책이거든요.ㅎㅎ


그 중에서 제가 선택한 문구는 이거예요.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음에도 같은 여행이 될 리는 없다.

기분, 날씨, 몸 컨디션, 각각의 균형으로 여행의 온도는 결정된다. 

같은 여행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언제나 헤어지기 섭섭한 것이다.    (p.141)

(글씨는 많이 못 썼으니 못 본 척 넘어가 주세요.;;;ㅋㅋㅋ)



그 외에도 멈칫한 부분이 참 많죠.


제자보다 지금의 저에게 와닿을 부분이 있었어요.
-'청춘'이란 지난 뒤에도 어딘가 가까이 있다가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p.38)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어요.

생각보다 자주 엄마와 여행을 다녔던 마스다 미리가 참 부러웠어요.

(결혼 전에 엄마랑 더 자주 다니고 그랬으면 좋았을 걸. 결혼 하고 나니 기분이 묘해요.ㅠㅠ)




참. 선물을 받을 아가씨는 요리를 업으로 두고 있어요.
요리하는 제자가 멈칫할 것 같은 이 표현.

요리를 먹고, "날마다 한결같이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란 느낌이 드네."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것일지.... 이 아가씨도 생각해보겠죠?  ^-----------------------^








원래는 제자에게 책이랑 같이 선물을 따로 보내볼까 했는데

제가 사는 이 동네, 폭설 아닌 폭설에 휩싸여서....

(나가서 좋은 아이템 둘러보지도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좀... 늦게 되어 버렸어요.


참. 마스다미리 여사의 그림을 쏙 닮은 저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마음 같아선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ㅠㅠ 흑흑.;;; )






마스다 미리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나고,

책을 계기로 더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참 좋아요.

덕분입니다, 우리 앞으로도 좋은 책으로 더 자주 만나요. ^^







p.s.

그 제자와는 평소에도 연락을 주고 받거든요.

그래서 보내려고 샀던 크리스마스 카드도 같이 보내려 했는데....

12월 중순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면 좀 김빠질 것 같아서 그만 두었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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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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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동물원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한다. 

새끼 반달곰이 어미를 공격해 상처를 입혔고 결국 어미는 죽었다. 

좁은 사자 우리에서 곁방살이를 하던 곰이 배고픔을 못 이겨 사자를 물어 죽였다.

 

어미가 죽었는지도 모르는지, 

불안하게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검은 반달곰에게서 무서움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꼈다. 

엇이 동물들을 이렇게 몰아갔을까. 

동물들에게 ‘자연스럽다’는 건 뭘까. 

동물들의 눈에 비친 그곳-동물원의 일상은 어떨까. 

이런 시선으로 상황을 다시 보려할 때 이 책을 만난 건 필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동화 『잊지 마, 넌 호랑이야』속엔 

단편동화가 셋, 본성을 잃어가는 동물이 세 종류 등장한다. 

시베리아엔 가본 적 없는 시베리아 호랑이, 

중국 자룽 습지에서 아내를 만난 두루미, 

사람들의 관삼과 명령에 익숙해진 아프리카 코끼리. 


이 셋의 공통점은 동물원에서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들에게 의지한 채, 

부드러운 흙 대신 시멘트 바닥을 밟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주인공들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어른들에게 들었던 고향을 상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파 한다는 점.


 

“아빠가 말했어. 날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온다고. 나는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어 낼 거야.”

갑돌이의 끈질긴 설득에 갑순이가 꿈꾸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중 p.62)


아이들과 동물원에 간 모습을 상상해보자. 

‘예쁘다, 저것 봐, 크구나, 신기해’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은 보통 여러 동화나 만화를 통해서 

순화되고 인간화된 동물들만 만나왔으므로, 인간처럼만 바라본다. 

실제 동물을 보아도 지나치듯 ‘보고’ 말고,

 그들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 볼 생각은 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번이라도 다큐멘터리 속 푸른 초원이나 하얀 빙산 속에서 

살아 숨쉬는 동물들의 생활을 본 아이들은 알 것이다.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들에게선 

자연의 품에 안겨 눈빛과 동작이 살아 숨쉬던 

동물들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걸. 동물원은 뭔가 이상한 곳이란 걸.




“꽁이야, 혹시 여기가 아프리카야?”

“아프리카는 아니야. 하지만 어쩌면 비슷한 곳일지도 모르지.”

“그럼 여기가 동물원보다 나쁜 데는 아니지?”

“알 수 없어.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 중p.134)



동화집을 읽으며 동네를 산책하던 중, 끽끽 소리가 들렸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겨울철새들이 대열을 맞춰 날아가고 있었다. 

몸이 아파하던 갑순이가 그토록 그리던 자유로운 날갯짓이 저런 것이었단 생각에 

마음이 툭-하고 열리는 듯 했다. 소중한 실제를 만나 감사하 듯.


동화 속의 녀석들은 비록 힘들었어도 

아직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동물들이 자연 속에 많이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런 책을 읽으며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질 거니까,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만은 말아야지. 

주섬주섬 동화책의 책장을 덮으며 쓰린 마음을 위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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