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노믹스 -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조일훈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Suddenly I see>라는 곡이다. 

평범한 출근길을 일종의 ‘런웨이’로 만들어 버리는 

주인공의 화려한 변신을 보면서 두근거렸던 기억,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장면으로 뚜렷하게 떠오른다.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며 

화려한 볼거리, 다소 로맨틱한 주인공의 성공기로만(!) 기억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 

지하철에서 택시로, 단화에서 하이힐로 변하는 주인공의 작은 아이템 속에서도

 ‘경제’를 읽는 사람들, 바로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들이다.



도서 『시네마 노믹스』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연재하던 꼭지들을 잘 편집해서 출간한 책이다. 

딱딱한 경제 이야기를, 인상깊은 장면과 줄거리로 기억하는 영화와 자연스럽게 이어 냈다.

(용어와 설명 뿐 아니라 그래프도 꽤 성실히 채워넣었다.^^)


책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있는 경제 교과서(?)처럼 등장하는지 살짝 볼까.

앞서 말한 영화 <악마다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정상재normal goods'와 ’열등재inferior goods'를 구분 짓자면?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용어였다, 책에서 보며 체득했다. )

정상재는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을 때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 또한 늘어나는 재화로 

주인공 주변에선 택시와 하이힐을 떠올릴 수 있고, 

열등재는 실질소득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재화로 대중교통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하는, 절대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여자들의 괴상한

-분명 주인공의 남자친구 역시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습성은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한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거나, 불황에도 명품 같은 비싼 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

일종의 과시적 소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명품 마케팅 분야에선 이런 대중 심리를 잘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실제로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재고 물량을 소각하기도 한다는데 놀랍지 않은가, 

베블런 효과가 더 유지될 수 있도록 고급재화를 마음껏 태워버리는 그들의 두둑한 배짱이!



상상만으로 섬뜩했던 ‘시간은 곧 돈’을 실제로 보여준 영화 <인타임>을 다시 보는 꼭지도 들어 있다. 

교환의 매개로서 회계의 단위로서 가치의 저장으로서 통용되는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었지만, 

영화 속이라고 웃고 넘길 수 없었던 부분이 있진 않았는가. 

물가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은 시장에서 보는 채소와 과일값을 떠올리게, 

시간통 생산 공장의 모습은 한국은행의 존재를 떠올리게도 하지 않았던가. 

기자들은 영화 속에서 인플레이션의 진짜 비용을 꼬집어 낸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은 실질 구매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상황을 오랜 기간 버텨내기 힘들다고. 

하다 못해 ‘메뉴 비용’은? ‘구두창 비용’은? 

(이하의 용어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분들은 대단하신 분들, 

모르시는 분들은 경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책을 읽기 전엔 몰랐으니까.)



기분 좋게 영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가 한편으론 심각해지기도 했다. 

정부가 판매세나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별 다른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넘기곤 했는데, 기자들은 말해준다. 

정부가 생산자에게 판매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생산자가 실제 부담하게 되는 금액은 그 인상분의 전부가 아니며 결국 대부분의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는 점, 

예전엔 골똘히 생각하려고 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다. (‘한 걸음 더’라는 소제목으로 책 p.64~65에 실려 있다.)

나, 왜이렇게 무식하고 무던했던 걸까. 


영화를, 웃거나 울면서 줄거리만 기억하는 감성의 가상 세계가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거울’이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를 비춰보는 또 다른 거울이라는, 그 죽은 비유를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체험했다. 

경제 초보 독자에게 이 책이 열어준 새로운 눈은 그런 것이었다, 

영화의 새로운 접근법과 일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시선. 


유용하고 즐거운 독서였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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