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사람을 죽이고 싶을 만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자만이 남의 마음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을지 모른다.-63-64쪽
사람과의 인연도 수치가 있다면 많이 만날수록 그 인연이 빨리 닳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너와의 인연은 좀 길었으면 좋겠다. 부부의 연은 이미 아니지만 말이야, 네 따뜻한 손 만지고 싶어 살갛이 쓰라리다. -75쪽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깊이 몸을 숨기는 물(오아시스)이 있기 때문이지.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깊이 몸을 숨기는 사랑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야.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에 나그네는 사막을 건딜 수 있듯이, 네가 있기 때문에 난 고달픈 삶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네 짧은 메일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나도 네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으면.....-82쪽
불행한 부부는 대개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 외경심과 긴장의 사람짐 뒤에 다가오는, 게으른 창부처럼 길게 몸을 누이고 있는 삶의 비애와 만나게 된다. 그것을 만남과 동시에 둘은 각자의 침묵 속으로 들어가 육중한 문을 닫아 버린다. 말하자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절충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부부에 속하는 그녀와 남편은 그런 노력을 포기했다. 어쩌면 애당초 서로의 가치관을 절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혹은 부부라는 미명하에 상대를 소유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신은 왜 그런 모순된 본능을 주었는지 가끔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누구의 소유가 되기에는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서로를 할퀴게 되는 것이다. 대화를 포기한다고 해서 당장 가정이 결단 나는건 아니었다. 그저 일상적인 말을 하며, 때론 행복을 가장하며 동행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배를 타고 남편은 남편의 배를 타고.-176-177쪽
기다림이란 철저히 혼자인 사람의 몫이다. 무표정과 망연한 눈빛으로 그 힘겨움에 의연히 맞서지 않으면 곧바로 기다림에 지고 만다. 철저히 혼자인 사람의 몫인 기다림에 지지 않으려 늘 긴장된 허리를 꼿꼿이 하는 일엔 고통이 수반된다. 고통은 그녀로 하여금 삶의 갈피를 헤아려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했다. 밖으로 열려있는 망연한 눈빛은 기실 자신의 내부로 향해 있었다.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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