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랑 호주 경기 보면서 다림질 하고 빨래 개고 그러다보니 전반전이 끝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운이 아무래도 일본 쪽에 있는 것도 같고 몸도 고단하기에 경기에 몰두한 울 신랑한테 '경기 끝나면 결과만 알려줘'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외수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옆집에서 '와'하는 함성이 들렸다. 에잉? 무슨 일? 하고 거실에 나갔더니 울 신랑 소파에서 읽어나서 좋아서 몸이 뒤틀고 있다. '호주가 한 꼴 넣다..흐흐흐...'.....

과거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한 대가인지 멀쩡한 우리 땅을 지들 땅이라 우긴 결과인지 몰라도 일본에 대한 적대감과 경쟁심이 세계인이 하나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우리 마음을 빵빵하게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한 골 넣었을 때와 같은 무아지경의 흥분....갑자기 호주인과 하나되고 기분이 째지는 이 환상적인 카타르시스~~

암튼 '잘됐네'하며 다시 들어올라구하는데 그저그런 내 반응이 못마땅한듯 울 신랑이 강하게 한번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와서 누워서 책 몇 장을 넘겼을까.  옆집이 먼저인지 울 신랑이 먼저인지 다시한번 기쁨에 찬 함성이 들려온다. 쿵쿵....울 신랑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호주가 또 넣은거야?' '야,,,죽인다' 죽여? 암튼 울신랑의 저 흥분되고 상기된 얼굴은 결혼하고 4년만에 첫 아이를 안았을 때와 거의 비슷하다. 이제 추가시간 3분이 남았으니 나도 마저 보구 들어가야지하고 함께 앉았는데...이게 왠일? 또 한골...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울 신랑은 정말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런 순간에 이번 아시아대표들 경기 성적을 보아서 월드컵 출전 티오를 조정한다든대..하는 말은 속으로 삼키기로 한다.

자려구 누웠는대도 울 신랑의 흥분이 전해오는 것 같다. '오늘 진짜 기분 깔끔하다...'ㅋㅋㅋ 일본축구여 우리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겨주어서 베리베리 땡큐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이름은김삼순 2006-06-1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호주를 응원했어요~같은 아시아라지만 일본은 그냥 쫌^^;;
어제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 무슨 개그쇼인줄 알았다니깐요~
그런 축구경기를 월드컵에서 맛보기는 아마 드물꺼예요^^
실수에 실수,,웃긴 동작들,,암튼 호주의 통쾌한 역전승~저도 좋았어요^^

2006-06-13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