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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읽을 시간이 없을만큼 바쁘다는 말이 핑계에 불과했는지 공지영의 7년 만의 신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단숨에 읽었다.
따뜻한 감성이 밑바탕이 되었음직한 소설은 내게 오랫만에 책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시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 소설이 늘 그러하듯 트랜디한 이야기인듯하면서도 흥미와 감동을 넘어서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였다.
한치의 공통분모도 없어보이는 것 같은 두 주인공의 이름은 대학 교수 유정과 살인범으로 사형을 언도받은 윤수이다.
유정이 화자인 이 소설은 윤수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의 삶을 담담한 고백하듯이 담아낸 블루노트와 함께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어린 시절 사촌오빠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그 상처가 가장 가까운 엄마에게 외면 당한여 치유받지 못한 채 살아가며 세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는 유정에게는 수녀인 모니카 고모가 있다. 고모로 하여 유정이 방문하게 된 교도소에서 만나게 되는 윤수, 그는 폭력 아빠로 하여 엄마를 잃고 마침내 사랑하는 피붙이 동생을 거리에서 잃게되면서 세상을 향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의 소유자이다.
사촌오빠의 한번의 실수가 유정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듯이 윤수의 삶의 그늘에는 그의 한번의 실수를 용서로 바라보지 못하고 더 큰 돌을 던짐으로써 화해의 기회를 주지않는 사람들이 있다. 유정의 자살기도 가 풀어버리지 못한 상처의 표출이라면 윤수의 잔인할만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범죄의 이면에는 단 한 순간도 용서 받지 못한 채 버려진 자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 숨어있다.
절대 행복을 누릴 것이라고 믿었던 유정같은 부류의 사람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상처를 안고 살아온 세월이, 또 인간쓰레기라 믿어 의심치않았던 사형수 윤수가 아내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마지막 범죄에서 사형수가 되기까지의 불행이 이제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진짜 이야기'가 된다.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수많은 범죄와 천륜을 뛰어넘는 범죄들이 뉴스를 장식할 때에 한번도 그 범죄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두진 않았었다. 단지 그 범죄의 잔악함이라는 결과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교도소에서 나누는 그들의 진짜 이야기는 내게 그런 그들이 만들어지기까지 나라는 개인,사회가 정말 하나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자성의 시간을 준다. 어떤 이유로도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범죄자를 만들기까지 사회가 한번이라도 그들의 편에서서 이해의 시간을 갖고 용서를 통해 다시한번의 진짜 기회를 준 적이 있는지.....특히 윤수의 어린시절은 범죄자에게는 인권이 있을 수 없다고 믿었던 나의 개인적 신념을 흔들어 놓는다.
진짜 이야기를 나누는 윤수와 유정은 서로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받게 되고, 윤수는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 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행복을 느끼며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얼마전 '나마스테'(박범신 지음)읽으며 가슴을 아프게 했던 느낌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죽음과 다름없을만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소외된 삶에 한번쯤 관심을 갖어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피부색에 따라 나누어진 타인이든, 인간성을 상실한 범죄자이든 말이다. 내가 무심히 던진 돌에 맞아 죽음에 이르는 생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내가 얼마나 고민하며 진실하게 세상을 살아야하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