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죽음 후) 우리 가족들은 마치 신호등이 고장난 네 갈래 길에 각각 서있는 당황한 사람들처럼, 서로 말을 걸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로 바라만 보게 되었다. 우리는 소통이 엉키지 않도록 요술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되고, 누군가는 좌회전하도록 지도하던 우리의 푸른 신호등은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신호등 없이는 교차로를 지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272쪽
문득 지금 아버지가 나에게 한 말들도 아버지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버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절대적인 권위가 오늘 날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힘이 되지 못하고, 아버지가 애써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할머니가 저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책임지지 못하는, 아버지가 한 번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끔찍한 무력함일 것 같았다. -287쪽
엄마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말아라. 가족끼리는 그저 서로 감싸주는 거다.....(중략) 살다 보면 아픔이 많지. 어려운 일을 겪다 보면 서로 섭섭한 일도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런 걸 모두 다 네가 잘 했다, 내가 잘 했다 따지면 안되는 거야. 무조건 서로 이해해주면서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이다.-285쪽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왜 저러는 걸까하는 생각을 해봐.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지 않겠니.-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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