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전2권 세트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프라다라는 상표는 내게 짝퉁을 통해서 밖에는 인연을 맺지못할 고가의 명품이다. 그나마 이 상품을 제외하고 이 책에 나오는 명품 브랜드 대부분은 이름조차 생소하기만하다. 1권을 다 읽을 무렵까지도(물론 다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책 속에 수없이 나열되는 브랜드는 낯설고 부담스럽다. 

저널리스트의 꿈을 간직한 채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의 수습 어시스트가 된 앤드리아는 상상을 초월하는 성격의 미란다 때문에 힘겨운 생활을 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그녀의 호출을 계속되고, 시간적 여유없이 요구에 응해야하며,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더구나 이 모든 것들을 완벽함 속에서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해보라.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알아가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이야 미국과 한국이 다를바 없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은 일반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어쩌면 단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다행스러운지도 모르겠다. 

훗날 주인공 앤드리아가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기 위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사실이 의문스러울만큼 실망스러움을 떨치기 힘들다.

단지 몇가지 점에서 감동이 없었다면 책을 읽는 시간조차 아까울뻔 하였다. 우리는 흔히 미국사회는 우리와 비교하여 개인적이며 합리성에 기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보다는 개인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 사회는 정있는 사회라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희생이라는 발판위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와 책임을 지키면서 바라보는 미국 사회 속에서 그 본질적인 애정의 관계가 더욱 공고히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자식의 성공이나 일보다 친구와의 관계가 더욱 소중하다고 말하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을 것인가. 앤드리아의 친구 릴리가 다쳤을 때 외국출장 중인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올 수 없다고 말하는 딸에게 친구의 병상을 지키기위해 찾아와야한다는 메세지를 줄 수 있는 부모,,,,,,

마침내 어려운 그리고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참게했던 성공에 대한 꿈을 접은 채 앤드리아에게 결단을 내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친구의 사고였다는 점이 프라다라는 브랜드만큼 내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 몇가지 감동에만 의미를 두고 읽어야할 책, 기대를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야 실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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