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를 꿈꾸며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ㅣ 흑설공주 1
노경실 외 지음, 윤종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6월

나이듦이 젊음보다 좋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러운 말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많은 부분의 제약으로부터 스스로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짐을 느끼게 된다.

외모가 경쟁력을 거의 상실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외모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또 외모의 영향력에 대한 은근한 기대로부터 해방되고 나니 더욱 풍성하고 편안한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특별히 외모가 여성에게 더 큰 제한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외모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는 여자라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어느만큼 벗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딸이 많았던 친정아버지의 자구책이셨는지는 몰라도 어릴 적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무엇을 못한다거나 제한받아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자라는 고정관념과의 전쟁은 결혼을 통해 시작되었다고할까.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이야기'는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고, 또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수히 읽어주었던 동화를 완전히 다르게 읽으며 어쩌면 은근히 강요되고 책 장 구석 구석 숨어서 조용히 스며들었던  여성의 역할에 대한 편협적 사고, 남성 우월주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본다.

변화된 세상 속에서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공주는 얼굴이 뽀샤시해야한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으며  예쁜 콩쥐는 착하고 못된 콩쥐는 못생겼다는  동화에 고개를 끄덕인다.

또 아름다움으로 하룻밤에 왕자를 사로잡은 신데렐라를 동경하며, 힘 센 남자, 다소곳한 여자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말은 못하지만 왕자를 위해 기꺼이 물거품이 되는 인어공주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친숙한 6편의 동화가 '흑설공주'를 통해 다시 태어나면서 진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세상의 진리들이 채우고 있다,  외모지향주의를 벗고 균형있는 성 역할을 세워가는데 또한 자신의 삶을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열어가는데 이 한 권의 책이 큰 힘을 발휘하지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