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8 세트 - 전8권 펭귄클래식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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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장이라도 사고 싶지만, 완간될 때까지 목 빼고 기다립니다. 완간되어 나온 그 날, 꼭 삽니다. 오래도록 기다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와줘서 더욱 기쁩니다~ 나중에 구매자평으로 다시 또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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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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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력과 기술 등의 조건 불일치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실업률은 더욱 올라갔고,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도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은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2650명이 지원해 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 나라에서 공무원이 아니고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며 공무원을 하지 않고는 먹고 살기 어려운 정책을 펼치는 정부라는 뜻이다. 


이 책은 심각한 실업 사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무업’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직을 하면서 입사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거나 구직에 성공해도 ‘열정페이’라는 명분으로 착취만 당하고, 간신히 정규직이 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 해고되는 경험을 거듭하다보면 자신감을 상실하고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면서 무업의 단계에 빠지게 된다. 일본 사회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를바 없다. 있다면 일본보다 더 열악한 최저임금제와 더 부실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더 나쁜 조건? 


저자는 우선 ‘청년 무업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서부터 글을 시작한다. 

‘무업자’라는 단어는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것만 같은 불순한 사회구성원을 떠올리게 한다. 일이 없어서 안 하는게 아니라 편한 일, 좋은 일만 찾아하려고 이것저것 가리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게(특히 나이드신 어른들) 일반적이다. 여기에 ‘청년’이라는 단어까지 결합해서 ‘청년 무업자’라는 어휘가 형성되면 오해는 몇배로 증폭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청년 무업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왜 생기는지 알고 싶게 하거나 사회 문제로 분석하게 만들기 보다는 오직 개인의 문제로 돌려서 개인을 탓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 [청년 무업자 백서]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일본 사회가 청년 무업자 문제에 대해 감정적인 비판에서 벗어나 모두 함께 풀어 나가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청년 무업자 백서]에서 조사한 통계는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근거로써 이 책의 1부 3장에서 인용된다. 그러나 통계 수치와 분석만으로 청년 무업자들을 이해시키려 했다면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어쩌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좌절’과 ‘실패’가 인생의 분기점이 되어 무업 상태로 전락해 버린 ‘일을 할 수 없는 청년들’의 이력서들이 1부 2장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나온다. 통계 수치가 아닌 개인의 사례라는 점에서 청년 무업자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4장의 ‘무업 사회’의 등장 배경과 5장의 ‘무업 사회’와 미래에 관한 내용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아쉬웠다.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 공론을 일으켜서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이슈화 해줄 수 있는 저자가 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6장의 청년 무업자를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과 7장의 NPO의 역할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무업 사회에 대한 1부의 내용이며 2부는 무업을 벗어난 청년들이 다시 일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에 대한 사례가 나온다. 2부의 내용도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유용할 수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책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 들어간 내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부의 내용이 더 보강되거나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해서라도 무업 사회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이끌어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책의 부제가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이긴 하지만, 청년부터 쭉 무업으로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버린 중년까지 감안한다면, 또 그 중년이 노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악순환의 고리까지도 예측한다면 청년 무업자의 문제는 청년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무업 사회’의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는 사회임을 인식하고 청년 무업 실태가 세대에 대한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써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데 얼마간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현재의 정책이나 안전망이 만들어진 기원이 전후 또는 고도경제성장기, 즉 청년 세대가 풍요로웠던 시대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발생되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과거에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은 적합하지 않다. (p34)

청년 무업자가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일본의 기업 사회와 인사 전략 또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육도 그 안에 포함될 것이다. 이처럼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 주목해 봄으로써, 각 분야의 기능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 무업자를 양산하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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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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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빅뉴스로 ‘중력파 발견’이라는 과학계의 소식을 접했다. 2014년에 개봉했던 ‘인터스텔라' 이후로 우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거기에서 ‘중력파’의 개념을 처음으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의 고문을 담당했고 이번 발견으로 노벨상 1순위로 주목받고 있는 킵 손 교수는 [인터스텔라의 과학]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나는 인터스텔라 덕분에 고무된 과학적 호기심으로 킵 손 교수의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해서 의욕적으로 읽었으나 어려워서 중도 포기했다. 뼛속까지 문과 출신에다가 미술 쪽에 발을 살짝 담갔다 꺼낸 내가 과학을, 그것도 물리학에 관한 책을 읽으려고 할 때는 대단한 각오와 인내가 필요하다.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나의 각오와 인내를 가혹하게 시험하는 책이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도 그런 부류의 책이라고 짐작했지만, 전작 [숨겨진 우주]에 대해 가졌던 호감의 기억 덕분에 선뜻 독서 의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작년 겨울에 앞서 읽었던 [인터스텔라의 과학]이 너무 딱딱하고 건조했기에 그 다음으로 읽었던 [숨겨진 우주]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어조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분위기의 책이라 읽기가 더 나았다. 방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배치하여 적재적소의 명료한 그림 자료와 함께 이해를 돕는 저자의 구성 솜씨와 문장력이 돋보였다. 그렇다고 쉬운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나는 생소한 개념들은 어쩔 수 없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숨겨진 우주]를 [인터스텔라의 과학]과는 달리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능력이 더 극대화된 듯하다. 일단 다루는 내용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책의 컨셉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영화로 따지자면 프리퀄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작인 [숨겨진 우주]의 오리지날 스토리이며 전작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숨겨진 우주]를 먼저 읽고 나중에 나온 이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숨겨진 우주]를 읽으면 한층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그중에서도 입자 물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다져주고 과학과 과학적 사고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심지어 나 같은 과학 초짜의 이해도 도와준다. 리사 랜들의 글쓰기가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리사 랜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과학도가 되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라고 (문과 출신에 예술가적 기질이 미세하고 불량하게 있는) 내 뼛속을 갈아엎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이다.


책을 펼치면 목차가 나오기 전에 바로 ‘책을 시작하며’라는 글이 나온다. 책 전반에 대한 소개와 안내가 감탄스러울 정도로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이 글만 잘 읽는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본문을 읽으면서 종종 이 글로 돌아와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상기하고 다시 본문으로 돌아갔다. 나 같이 기억력 나쁜 독자가 있을까봐 저자는 본문에서도 내용을 요약해서 마무리해주거나 다음에 나올 내용을 요약해서 알려주기도 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게 길잡이를 해준다.

이 책의 전체에 걸쳐서 반복 등장하고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핵심 개념은 ‘스케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스케일의 개념이 주로 미술에서 쓰는 용도의 개념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나는 과학적 스케일과 더 나아가 삶의 전반에 대한 통찰적인 스케일까지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물리학자에게 있어서 특정한 연구에 관련된 크기나 에너지 영역을 가리키는 스케일이라는 개념은 우리 세계의 여러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적 진보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잘 작동되던 물리 법칙들이라고 하더라도 우주를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크기로 나누는 순간 잘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스케일에서 잘 적용되던 개념이 다른 스케일로 넘어가자마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 개념을 쓸모 있게 만드려면 새로운 스케일에서 더 유용한 개념과 관련을 맺어야 한다. 크기나 길이에 따라 세계를 기술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스케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를 스케일에 따라 구별할 줄 알아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일관된 관점에 따라 합쳐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 수 있다. (p28)

책의 전반에 걸쳐 LHC도 비중있게 다룬다. LHC란 ‘대형 하드론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의 약자로 대형 강입자 충돌기라고도 한다. 2008년 9월 10일에 역사적인 첫 시험 가동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주 엉뚱한 감정으로…. LHC의 가동으로 작은 크기의 인공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다며, 이 블랙홀이 주변을 삼키기 시작하면서 연구소 전체와 유럽 대륙, 심지어 지구까지 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부 과학자들이 제시해서 언론이 떠들석했었고 그때문에 나도 당시에 쫄았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그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해명을 해주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이 책의 2부과 3부에 걸쳐서 LHC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실험과 작동 원리 및 실제 가동에 대해 깊이 살펴 보고, LHC에서 발견된 것들을 과학자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알려준다. 길이가 무려 26.6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LHC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라는 사실이 묘하게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수많은 분야를 차용해서 입자 물리학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과학 이론만 다루는 책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나 같이 과학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독자에게는 장점이겠지만 반대로 과학적인 배경지식이 많은 독자들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양쪽 독자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이 과학적 지식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삶과 문학과 예술과 사회에 대한 통찰까지 가능할 수 있었던 나의 독서 경험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나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이제 리사 랜들의 글쓰기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암흑 물질과 공룡들]이여, 어서 번역되길~



덧붙이는 기타 등등


/ 이 책은 번역보다는 교정이 상당히 아쉽다. 탈락된 글자나 오타로 여겨지는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과학을 다루기 때문에 더더욱 정확성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책이다. 적지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독자들과 [사이언스 클래식] 시리즈를 아끼는 독자들을 위해서 출판사는 더욱 분발해주시길 바란다.  


/ 본문에 나오는 그림12의 작은 스케일로의 여행(p122)과 그림70의 커다란 스케일로의 여행(p486)을 연결하면 멋진 스케일 인포그래픽이 만들어진다. 이 그림들을 커다랗게 만들어서 벽면 하나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붙여두면 멋지리라.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제목이다. 과학 서적에 붙일 만한 제목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 때문에. 왜 이 제목이 붙었는지 궁금하면 103페이지부터 찾아보면 된다.


/ 작년 겨울에 [인터스텔라의 과학]을 구입하느라 정작 [숨겨진 우주]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읽고 이번에 [숨겨진 우주]도 구입했다. 다시 읽어보면 [숨겨진 우주]에 숨겨진 의미를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건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이라 여기 적을 필요도 없는 글이지만 입이 근질근질…;;;;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소개 페이지에서 발견했는데 리사 랜들의 생일이 나와 같다! 게다가 띠동갑이다!! 입자 물리학 스케일의 인연이라도 이어져 있다고 믿고 싶다~ㅎㅎ;;;;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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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창비 50주년 기념으로 [여름날의 백일장]이라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거기에 운좋게 당첨되었던 적이 있는데^^; 가을호 계간지에 너무 많이 편집되어 실리는 바람에 원문 그대로의 글이 공개된 공간이 여태 없어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이제서야... ㅎㅎ;;;









창작과비평 168호, 나는 이렇게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걸로는 두 번째라면 서러워 할 다독가에 장서가라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내 서재에는 유독 계간지가 없다. 계간지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이유라면, 여기에 나오는 시나 소설, 비평은 어차피 나중에는 대부분 단행본으로 묶여서 나올 것이고, 좋은 평을 받는 책이라면 그때 가서 구입하고 읽을 게 분명하니 굳이 계간지를 사서 드문드문 읽을 필요성을 못 느껴서이다. 계간지를 사면 골라서 읽을 테고, 나의 편식 성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면 읽지 않는 지면이 훨씬 많겠고, 과월호가 되면 다시 읽을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예외적으로 이번 여름호는 선뜻 구입을 했다. ‘세월호 이후, 다시 생각하는 한국문학’이라는 특집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타 계간지에 게재된 글들을 엮어낸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인상 깊게 읽었기에 [창작과비평]의 특집에도 그만큼의 기대와 관심이 갔다. 계간지를 사면 특집만 읽을 의도였다. 그런데.

‘책머리에’를 읽자마자 숨부터 골랐다. 처음부터 한 방 먹어서 호흡이 흩트려졌다고나 할까. 치고 빠지듯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쏘옥 빠지려는 내 의도를 단숨에 때려눕혔다. 이 계간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긴 호흡으로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시 덤비게 만드는 개괄을 쓴 이가 진은영 시인임을 알고 놀랍고 반가웠다.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읽은 인상 깊은 글로 인해 이미 나의 뇌리에 각인된 이름이었다. 

이후로 모든 페이지를 눈여겨보았다. 특집은 말할 것도 없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색하며 읽은 ‘문학초점’란도 좋았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만나 내가 가장 사랑하게 된 권여선 작가가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 만나 이제 막 좋아하게 된 김성중 작가의 최근작을 좌담 형식으로 평을 하는 부분이다. 국경시장을 읽으면서 김성중 작가가 가지는 이야기의 힘, 권여선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탄력과 같은 힘을 나도 느낀 바 있으나 마음에 오래 남지 않는 그 무언가가 아쉬웠는데 권여선 작가는 소설적 힘줄이 되어 줄 현실과의 팽팽한 대면의 부재를 여기서 언급했다. 동감하는 바였다. 국경시장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김성중 작가는 바다로 나아가는 작가가 되기 위해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 해군의 훈련을 언급했다.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센 파도와 같은 현실과의 팽팽한 대면이 필요할 것이다. 분명.

[창작과 비평]에는 지면 곳곳에 현실과의 팽팽한 대면에서 길어 올린 다양한 토론과 사유가 엿보였다. 문예지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는, 뒤늦었지만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번 호를 기점으로 전후 두 갈래로 [창작과비평]을 찾아 읽으려고 한다. 이미 과월호 목차들을 죽 훑었고 정기구독을 생각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이제 막 정기구독자가 되려는 독자로서 의견을 한 마디 보태고 싶다.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세월호사건의 교훈이라고 백낙청 편집인이 지적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가 가지는 거대한 메타포는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적용된다. 위의 교훈은 나 자신과 [창작과비평]에게도 필요하다. 나는 지금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 [창작과비평]이라는 계간지를 새롭게 대면하고자 한다. [창작과비평] 역시 한국 문학이 침몰하는 뼈아픈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제때 이루어야할 전환의 문제가 있음을 상기하고 논란에 잘 대처하여 긴 호흡으로 한국 문학에 남아있어주길 바라는 바이다.

세월호 특집의 마지막 부분에 신호성 학생이 남긴 시 속의 물음, 우리의 물음이기도 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그 물음에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곡조없는 만가>가 떠오른다. 


    나는 선한 사람들이 딱딱한 땅 속에 갇히는 것에 

    굴복하지 않을 거예요.

    지혜로운 사람이든, 아름다운 사람이든,

    누구나 언젠가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늘 그래 왔으니까요.

    그래도 나는 굴복하지 않을 거예요.


나와 우리가, 이 사회가, 그리고 [창작과비평]과 문학의 정신은 굴복하지 않기를 읊조려 본다.



백일장 상품으로 받은 책탑입니다. 원래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내정되어 있었으나 편집부에 간곡히 부탁드려서 창비세계문학전집으로 받았어요. 제 생애 이런 감동적인 책더미 선물은 처음이라 울컥했던 기억이 나네요^^ 거기에 계간지 일년 정기구독권까지...


제가 쓴 글에서 언급되었던 책들도 모아봤습니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시집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 [가위 바위 보]라는 청소년 소설의 본문 중에 번역된 부분을 옮겨 적었어요. 네 권 중에 앞의 세 권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가위 바위 보]는 모르는 분들이 더 많으실 듯해요. 소통의 소중함과 시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아주 멋진 청소년 소설이랍니다~ 강추드려요~









그리고 드디어~ 북플 출석 스탬프가 몇 번의 고배 끝에 29일까지 왔어요! 서..설마 내일 하루 깜빡하고 다시 시작하게 될 일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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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2-1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아~~ 대박입니다^^
초고층 책탑이군요 ㅋㅋ

원더북 2016-02-15 18:01   좋아요 0 | URL
이런 통큰 이벤트 선물 너무 좋아요~ 소문이 덜 났는지 제가 다 선물을 타더라구요. 붉은돼지님께서 참여 안 하신 덕분입니다 ㅎㅎ;;;;

cyrus 2016-02-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저로선 1등보다는 2등을 노렸을 겁니다. ^^

원더북 2016-02-15 18:15   좋아요 0 | URL
저랑 같은 마음이세요^^ 스피커 받았으면 내다팔아서 전집 장만할까 했는데 전집이 더 비싸더라는... 편집부에서 상품 안 바꿔줬으면 좌절할 뻔했어요 ㅎㅎ;;;

시이소오 2016-02-1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소설여행자님도 받으셨던데. 아무튼 축하합니다. 제가 받은것 마냥 기분이 좋네요^^

원더북 2016-02-15 18:33   좋아요 0 | URL
아시는 분도 받으셨나봐요! 축하받긴 너무 지난 일이지만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2-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원더북 2016-02-15 20:32   좋아요 0 | URL
어이쿠... 지난 일로 축하받으려니 황송합니다^^;; 감사드려요~
 


알라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알라딘 굿즈가 아닌가 해요.

점점 진화하는 굿즈의 종류와 퀄리티와 업데이트 빈도수에 요즘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어요.

몇몇 분들은 굿즈가 갖고 싶어서 책을 충동구매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시지만

저는 사야할 책들이 많아서;;; 이왕 책 사는데 이렇게 굿즈가 저렴하게 따라오니 너무 기쁘답니다~ 



이번에 나온 파우치는 세 종류이던데 셋 모두 쓰임새 면에서 마음에 들어요.  

다만 아쉬운 건 클러치형 북파우치 중에는 마음에 드는 커버디자인이 없다는 거...;;;;

오늘 받은 주문에서는 코스메틱형 북파우치를 선택했어요. 

직접 보면 더 이쁜 보라색이고 지난번 북파우치보다 두꺼운 책이 들어갈 수 있게 커져서 실용적이예요.

하드커버 [야전과 영원]이 거뜬히 들어가네요. 지난번 북파우치에 들고 다니기 편하게 손잡이 끈이 달렸으면 하는 바람도 이루어졌구요~

도라미 틴커버 수첩은 얼마나 앙증맞은지 아까워서 뜯지도 못하겠다는...^^

굿즈 얘기하느라 책 얘기는 뒷전~ ㅎㅎ 

대학교재 10% 카드청구 행사 중이라 마침 보관함에 오랫동안 담겨 있던 책들이 이 카테고리에 발을 걸치고 있어서 구입했어요.















적당한 가격에 깨끗한 중고가 나오길 기다려도 잘 나오지 않아서 이렇게 조금이라고 할인 받을 기회가 있을 때 샀답니다. 발터 벤야민 선집을 주욱 모으는 중인데 대학교재 할인 받을 수 있는 건 선집 중 저 책뿐이어서 안타깝네요. ㅎㅎ;;;;  















그리고 이 책은 이번 달 신간평가단 추천페이퍼에 넣었으나 에세이 분야에서 추천이 많이 올라왔고, 인문 분야에서는 저만 추천한 것 같아 채택될 확률이 제로여서 먼저 구입했어요. 위의 알라딘 굿즈 두 개를 받을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입니다. ㅎㅎㅎ 

알라딘에서 굿즈 인증샷 이벤트할 때도 사진 찍기 귀찮아서 안 올렸는데 오늘은 북파우치랑 틴커버가 너무 맘에 들어서 처음으로 인증샷 올려봅니다~~ 다들 편안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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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짤랑이가 버지니아 울프를 쳐다보네요. ^^

원더북 2016-02-13 18:57   좋아요 0 | URL
도라미를 흠모하는 중이 아닐까요. ^^

cyrus 2016-02-13 19:32   좋아요 0 | URL
이름이 도라미였군요. ㅎㅎㅎ
호빵맨의 짤랑이로 착각했어요. ^^

원더북 2016-02-13 19:48   좋아요 0 | URL
아... 짤랑이가 그 짤랑이군요. 저희집 고양이를 짤랑이라고 하신 줄 알았어요 ㅎㅎ 도라미는 도라에몽 여동생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