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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한편으론 온몸을 끈적이게 하던 더위도 잠시 주춤해졌기에 책 읽기에 좋은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멍하니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며 창 밖으로 시선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기에 그리 좋은 시기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대체로 후자에 가까운 편이었는데 이번 장마 기간에는 전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방학을 앞둔 탓인지 관심 가는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1차로 열댓 권정도의 목록을 뽑아놓고 거기서 다시 다섯 권을 추려내야 했는데 그 일이 쉽지 않았다. 넣자니 넘치고 빼자니 아쉽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여차저차 다섯 권을 골라본다. 관심 가는 책들이 많았기에 일관된 주제 없이 무작위로 골라보았다.

 

 

1. <진화심리학>은 단 한 권만 고르라고 했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선택했을 책이다.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책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교과서'처럼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책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드디어 그런 책이 발간되어 기쁘다. 각 주제별로 추천도서 목록이 제시되어 있는 점도 반갑고,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인 "5장 집단 생활의 문제"와 "6장 통합 심리 과학"이 흥미롭다.

 

 

 

 

 

 

2. 과학이 다른 학문들에 비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대상을 양화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의 성공에 고무된 탓인지 이제는 모든 것을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개인의 취향이란 것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영화나 음악, 서적에 대해서도 별점을 매겨 평가하는 일이 흔하고(알라딘도 별점을 주지 않으면 서평을 입력할 수 없다!), 행복 지수니 만족 지수니 등 온갖 수치로 한 국가나 개인의 상태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그의 '스펙'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세상은 과연 살만한가?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다.

 

 

 

 

3. 돈을 벌기 시작한 후로 거의 2년에 한 번씩 한 달 가량 해외 여행을 다니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언어를 쓴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많은 인간이기에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지만 언어적 장벽 앞에서 하염없이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단순한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언어가 생존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반성을 위해 읽고 싶은 책이다.

 

 

 

 

 

 

4.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막상 그 의미를 캐묻기 시작하면 벙어리가 되고마는 용어들이 있다. 혹은 같은 용어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깊이 따져보면 결국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했음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대표적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일 것이다. 누구나 쉽고 당연하다는 듯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과연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이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 세계 역사 속에서 함께했던 민주주의를 살펴봄으로써 민주주의가 태동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 속에서,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책소개가 반갑다.

 

 

 

 

 

 

5. 며칠 전 뉴스에서 한인회장대회에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재외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 뉴스를 보며 작년부터 시행된 재외선거인 투표에 대한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유학이나 출장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이들에게 투표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살 목적으로 장기체류하고 있거나 영주권을 가진 이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그보다는 우리나라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지 하는 의문이었다. 다시 말해 투표권이란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면서 해당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 주는 것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이 나의 의문에 답을 줄 수 있을까. "세계화 시대 이주와 시민권 문제"라는 이 책의 부제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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