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역시 독서의 계절인가. 읽고 싶은, 소장하고 싶은 책들이 많이 나왔다. 올 초 집계한 대한민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6.6권이라고 한다. 즉 한 달에 한 권 반 정도 뿐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들은 매달 열심히 책을 내고 있다. 출판사들의 노력에 경의를.
1. <성찰>, 김우창 지음, 한길사
한동안 인터넷 경향신문의 '김우창 칼럼'을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었다. 많은 훌륭한 칼럼니스트들이 있지만, 김우창 교수만큼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칼럼니스트는 드물었다고 기억한다. 한 문장 한 문장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그의 글들을 모니터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려가며 읽는 것이 불편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오니 반갑다.
2. <인문학의 미래>, 월터 카우프만 지음, 이은정 옮김, 동녘
단지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만으로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실용의 시대에, 그래서 대학에서조차 돈 안 되는 학과는 하나둘씩 폐과를 시키는 이런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책의 목적은 인문학 교육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관한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논의를 진행하다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다름 아닌 인류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라는 서문의 구절에 관심이 간다. 거창하게 '인류의 미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심사숙고해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3. <디지털 시대와 미디어 공공성>, 그레이엄 머독 지음, 이진로 외 옮김, 나남출판
스마트폰 사용자가 천만을 넘어섰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여졌듯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디지털 미디어에 기반한 SNS가 세상을 바꿀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열광은 90년대 초반 인터넷이 막 등장했을 때의 분위기와 비슷하고, 그래서 일정 부분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언로가 부재한 우리나라의 척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실험과 관심이 계속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듯 싶다. 최근 일고 있는 '나는꼼수다'의 열풍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되는 것은 아닐런지. 어쨌건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4.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홍기빈 지음, 책세상
좋든 싫든, 2012년은 '복지'라는 화두가 한국 사회를 지배할 것이다.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가 연달아 예정되어 있고, 진심이건 아니건 현재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에 알맞은 복지정책을 내놓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과연 어떤 복지여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선별적 복지인가 보편적 복지인가, 혹은 자유주의적 복지인가 사민주의적 복지인가 등등 복지에 대한 다양한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입장차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적 선택을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지가 주요한 화두가 된 것은, 먹고 살만해져서 이제 복지에도 신경 쓸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너무 팍팍해서 복지가 없으면 안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앞으로 다가오게 될 복지 사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5. <과학철학>, 강신익 외 18인 지음, 창비
책소개의 말처럼 "지금까지 과학철학이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고찰하고 그 논의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과학철학이라는 제목을 가진 대부분의 책들이 과학철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에 집중되었다면, 이 책은 목차에서 알 수 있듯 각 세부 분야의 쟁점을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기에 참고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 다만 몇몇 제목들을 봤을 때 다른 책에서나 논문으로 이미 발표한 글들을 재수록하거나 수정 보완해서 실은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한 권으로 정리되어 있으니 편리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