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 행사 시즌이 끝났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좀 더 열심히, 정성들여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봤자 뭔가 달라지거나 이 업에 대해 커다란 깨우침 같은게 생기진 않았지만 작은 감동이 있었다. 예전엔 먼 발치에서 아이들을 서포트 했는데 이번엔 아이들 근처에서 일을 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엔 그깟 행사 싶었는데 무대에 서는 순간을 즐기고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나도 덩달아 신났다. 여기서 또 나는 7살이네 이러면서 농을 쳤지만 애들은 무대조명이며 음악 소리에 압도돼 내가 하는 말일랑 신경도 안 쓴다. 쳇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거운 축제겠지만 선생님들한테는 참 그만한 고역이 없겠다 싶다. 아이들 인솔하랴 율동 제대로 하는지 보랴, 줄은 잘 섰는지, 준비한건 제대로 했는지 챙기랴 입?손? 발이 몇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다 보니 큰소리가 나오고 아이들한테 하는 말도 몇 가지 패턴으로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치지마, 그만해, 하지 말랬지, 대체 왜 그러냐.' 선생님들이 피곤할 것 같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또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원에선가 음악 나오기 전에 준비 자세를 하는데 아이들이 자꾸 갖고 있는 악기 소리를 내보려고 꼼지락대는 것이다. 이쯤해서 선생님들이 고함 한번 지르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엄마한테 비밀이야'
란다.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작하기 전에 소리내면 엄마가 다 알아버리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잠깐 조용, 우리 음악 나오면 신나게 연주하는거야.' 란 의미를 담은 '엄마한테 비밀이야.' 그러고 보니 그 원에선 아이들한테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었다. 큰소리 한번 안 나는데 아이들도 큰 말썽없이 선생님과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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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정신편을 보고 의식적으로 자기 관찰을 해봤다. 특히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 나는 어떤지를 관찰해봤다. 나는 관계를 유연하게 맺지 못하며 못한다는 자기인식이 있으며 그러한 인식을 뒷받침하려는건지 사람들과 꾸준히 삐걱거린다. 처음에는 무한 호감으로 다가갔다가 금세 싫증낸다. 사람을 파악하는건 좀 늦되고 관계 회복을 위해 그렇다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호, 예의를 알아차리는데 늦은 편이며 눈치도 없다. 시답잖은 얘기를 할바엔 차라리 웹서핑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그 사람 참, 어떻게 살아왔나 싶은 지점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긍정적인 자기 방어기제를 발사해보자면, 나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쉽게 말을 걸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엉뚱한 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도 잘 안다. 골똘히 생각하다 툭 던진 말에서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어어, 점점 산으로) 모자란 점이 많은만큼 남들보다 고치려는 노력도 더 많이 한다. 요새는 직장에서 밥을 열심히 먹은 덕분에 조직에서도 살아남는 인간형, 아니 버티는 인간형 정도도 대충 흉내낼 수 있기까지 하다.
이 책을 몇몇에게 추천 해줬다. 동생은 이 책은 우리 아빠가 제일 먼저 읽어서 감정조절을 배워야한다고 했고, 친구는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었는데 아치 추천이니 읽어보겠다고 했다. 알라디너들도 많이 읽어서 '자기관찰' 릴레이라도 하면 좋겠다.
책에 나온 유익한 스트레스 중 하나
드, 드디어 Mozart 들어간다. 지금은 이만한 속도도 안 나오고 열심히 쳐도 이렇게까지 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차르트라니, 모짜르트라니! 특히 4분 지나서 감미로워지는 부분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