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에선 천원짜리 아이스블루베리를 살 때 음료만 사고 얼음을 안 가져가면 400원을 깎아준다. 패밀리마트에선 에누리 없이 천원이다. 가끔 편의점별 할인행사를 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50%할인(지금은 할인이란 말이 무색하게 종전 가격이지만) 아이스크림보다 쌀 때가 있다. 미니스톱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완전 소중한 맛이었다. 게다가 집 앞 편의점의 경우 오픈한다며 500원에 판매한다니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상큼한 맛에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얼음 알갱이의 질감과 미세하게 느껴져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없는 것과는 딴판으로 느껴지는 보드라운 과자 알갱이까지. 하지만 1000원으로 오르고난 후 유지방을 많이 넣었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롯데리아와 여타 소프트 아이스크림 판매업체들의 맛처럼 느끼하게 되고 말았다. GS와 세븐 일레븐에선 통신사 카드로 1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편의점에는 CCTV가 있고 주인들이 직접 불편 사항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전화 번호를 남겨놓는다. 알바생들은 생기가 없고, 새벽녘에 방전 램프를 쭉 깔아놓은 편의점에 들어서면 내 얼굴 역시 하얗게 질려있다.
마치, '뭐야! 프랜차이즈 이용 안 한다며'.
라고 말해놓고 오로지 편의점만 이용하고 있는 요즘 날 도덕적인 아치가 힐난하는 것마냥.
* <프렌즈>와 <섹스 앤 더 시티>이후로 맘 붙일 미드가 없었는데 요즘에 루나의 델리비전이 소개한 미드에 푹 빠졌다. <오피스>와 <모던 패밀리>-아무리 로얄 패밀리를 검색해도 나와야 말이지- 가 그것. 오피스는 종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갖고 만든 미드인데 골탕 먹이기, 직원 중 한명이 건물주라 공과금을 아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 사무실내 스킨십은 어디까지일까 등등 좀 엉뚱한 소재가 나온다. 오피스와 비슷하게 등장인물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모던 패밀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바로 글로리아.
콜롬비아 출신인 소피아 베르가라가 맡은 글로리아는 섹시하고 당당하며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완벽한 여자로 나온다. 글로리아가 자신의 문화나 언어적인 것이 농담거리고 쓰일 때 남편 제이나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좋아서 방바닥을 떼구르르 굴러버린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도 이러면 안 되지, 나는 왜 이런담하면서 고민을 한다면 글로리아는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삽으로 쥐를 죽이고 쥐 머리는 경고용으로 놔둔다니. 콜롬비아가 정말 그런건지 미드 성격상 살짝 희화한건지 모르겠지만 콜롬비아란 나라가 궁금하고 글로리아의 확신에 찬 태도와 고함 지르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http://iamhailey.blog.me/10097105600
* a가 요새 헌신적인 본모습을 되찾아 냄비밥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온갖 의혹과 의욕과 억측 사이에서 방황하던 우리 관계는 다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까.
팝트래쉬님 추천에 다락방까지 언급을 했던 책이다. 나는 가끔 너무 익숙해서 어떤 특질들과 말과 감정, 심리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는 가족 대신 a와 심리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이란 말이 가볍다면 심리 읽기 정도로 해도 될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삐진 a를 냉정한 여자처럼 대해야할지 자상한 여자처럼 대해야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a가 어떤 게임을 걸어오는지 분석해보기도 한다. 이 책을 맛보기 전이었다면 성격대로 화부터내거나 구태의연한 감정을 되새기기만 했을 것이다. 심리게임 맛을 아직 다 보진 못했고 여전히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을 다룬다는 개념을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지금 우리는 깊은 바다 속에 폭탄을 숨기고 있지만 애써 잔물결을 일으키며 우리는 괜찮은 바다라고 애써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상태? 이건 순전히 내 판단일 뿐.
* 경험상 수영은 삼개월이 고비다. 발차기, 숨쉬기, 앞으로 나가기까지 배우고 자유형이랑 배형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뿌듯함은 몇주 지나기도 전에 평형 배우기의 지루함과 쭉쭉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 생기는 조급함으로 바뀐다. 아무리해도 발차기가 안 되고, 여전히 25m만 수영해도 숨이 차서 죽겠다. 그렇게 처져 있는데 옆에서 씽씽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아가 난다. 저 사람들은 숨도 안 차나에서 혹시 나 보라고 저렇게 계속 수영하나란 억측에 이르면 연습할 생각은 벌써 저만치 도망가 있다.
이론상 지금 수영을 배우는건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춰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지금껏 쭉쭉 올라왔으니까 계단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도 해보는 단계 말이다. 하지만 이론은 그 속성상 온전히 내 얘기가 아니고 내 감정을 다룰줄 모르니 계단을 아무리 머릿속에서 떠올린다고 한들 수가 생길리가 없었다. 결국 생각은 왜 나는 수영을 시작했나란 하나마나한 물음까지 가닿아버렸다.
* 그러고보니 나는 왜 시험 공부를 하니까 페이퍼를 안 쓸거라고 해놓고선 이러고 앉았는걸까. 하긴 페이퍼 안 쓰고 다른건 다 했지이~ 아침에 삼각김밥을 먹으려고 고르다 행사제품이라며 싸다고 손짓하던 음료를 600원 보태 사버렸다. 빙그레에서 나온 '내 안의 콩두유'는 양이 참새 눈문만해 한모금에 다 마시고 말았다. 정식품 것보다 나쁘지 않다. 알면서 속는다. 요 조그만 음료가 600원 이상일 리가 없다는걸 다 알아서, 결국 할인이며 1+1도 눈속임인걸 알면서도 꼭 사고야 만다. 마케팅의 힘이고 알면서 속는다는 주책맞은 자신감 때문이고 시험 공부 말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의욕이 넘치는 요즘의 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