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무슨 서술 끝에 왜,라고 쓰는 기사 제목이 유행인가보다.
왜라는 물음이 붙은 제목 중 배우 김여진에게 욕을 한 한나라당 자문위원 박용모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쟁점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의미나 그 당시 군수통치권자인 전두환에 대한 문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험한 말을 한 자문위원이란 사람에 대한 비난과 첫 발화자인 김여진씨가 '과연 학살이란 말을 전대통령에게 써도 되는지'란 문제로 의미가 좁혀질 것이고 결국 개념없는건 누구누구 정도로 의미는 압축될 것이고 며칠 지나지 않아 5.18의 잊혀진 사람들이 아니라 학살자 vs 미친X만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벌써 '김여진 독설'로 신나게 검색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학살이 맞는데 그런 사소한 것에 꼬투리 잡혀 김여진씨가 왠 무개념('김여진 빼고 다'에게 죄송이라니! 아유, 창피해) 에게 비난 당하는걸 보면 주장할 때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앞에 적은 내용은 이 책의 추천 서문 중 하종강씨의 이야기가 와닿아 적어봤다. 결국 학살이란 단어를 써서 말 했느냐 안 했느냐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자기들 맘에 안 드는건 어떻게든 해버리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 꼬투리 하나쯤 만드는건 일도 아니니까.
그동안 김여진씨가 벌여온 유의미한 말과 행동보다는 박용모씨가 말한 내용 때문에 더 이슈화되는 것도 문제다. 청소 노동자들과의 연대, 반값 등록금까지 그녀의 멋진 말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데. 그녀가 이번 일에 너무 맘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
* 비정규직 노조 위원회 투표를 했다. 근무하는 사무실이 다르고 그다지 왕래가 없던지라 오래 근무할수록, 여러 사람이 이름을 알수록 유리한 투표였다. 이름뿐인 자리였지만 나를 찍으라며 생떼를 부리고 다녔다. 뭔가 잘 해보겠다는건 늘상 있는 의욕이고 푸념이나 불만으로 그치고 말았던걸 좀 더 공론화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었다. 결국 인사 잘하고 아치는 무대포니까 절대 아치 찍으면 안 된다고 강조를 했던 분이 노조 위원이 되었다. 반아치 세력이 결집이라도 했던걸까. 노조의 성격보다는 협의 기구로서 성격이 더 강할거라고 하는데 어쨌든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반수 이상인 여성들이 쉴 수 있는 여성자치위 사무실 뭐 이런거 하나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도 들었다.
*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봄에 입으려고 b에게서 뺐어온 원피스를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부랴부랴 꺼내서 입었는데 사람들이 예쁘다고 난리가 났다. (으하하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아치가 예쁘다고 하는 말을 진짜로 믿고 기고만장 해질 것을 대비해 예쁘다 뒤에 나올 말도 좌르르 쏟아내줬다. 그 전엔 운동화 질질 끌고 다니더니, 옷이 좀 너저분했잖아, 얼굴도 꺼매가지고 어떨땐 남자로 보이기도 했어 등등.
여성들이 쏟아내는 그런 말에 '아, 여자는 이렇게 예쁜 여자로 길들여지는구나'란 생각은 잠시, 모처럼 통풍 잘 되는 치마를 입고 봄바람을 쑥 맞으니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본격 서평 전문 아치로 거듭나려는 수년 전의 계획을 망각하고 다시금 처음에만 의욕 넘치는 요런 페이퍼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