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폭력에서 왜 남자들만 가해자 취급하는가.
 
Sex- 개인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했으나 18세기부터 그 의미가 확대되어 성행위를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Gender- 개인이 출생한 이후에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인 환경에 의해 학습되어진 후천척으로 주어진 남녀의 특성
 Sexuality- 개인의 성격, 감정, 행동뿐 아니라 성적인 존재 및 성별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의미. 성이란 성에 대한 신념, 태도, 가치관, 지식, 그리고 개인의 성행태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남자들이란 생물학적인 남성이라기보다는 남성스러운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집단을 말한다. 그 속에는 생물학적인 성에 남성이 많을 뿐, 소수의 여자도 있을 수 있다.

2. 성폭력에서 원하지 않을 때란? 의사표현은? 저항은 어느 정도로 해야하나? (법적인 부분은 좀 더 공부를 해야 정리가 될 것 같고,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폭력이란 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하는 위해이다. 그렇다면 힘, 혹은 권력은 누가 가지고 있는가. 미디어나 사회는 누가 남자답고 여자다운지를 사회화시킨다. 예컨대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버는 아내는 남편을 기죽이지 않으려고, 돈 많이 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자의 자격지심을 자극하지 않고 힘이 경제력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반영된 행동이다. 섹스를 요구하는 경우는 남자가 많다. 남성은 성을 누려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환경은 남성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
 만약에 남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남자가 여성에게 성행위를 요구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하려고, 혹은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여성은 별다른 의사표시나 저항 없이 남자의 요구에 응할 수 있다. 그럼 이때는 성폭행으로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늘 궁금해하는게 있다. 그건 얼마나 저항했는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했는지다. 먼저 의사표현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생물학적인 여성은 사회적으로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지를 받은적이 없다. 도리어 공감하고, 이해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주문 받아왔다. 그런 여성이 억압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성행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밝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성폭력에서는 의사표현보다 여자가 '자발적으로 그 상황을 즐겼는가'에 초점을 둬야한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고 웃는 것도 좋아서가 아니다.

 남자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서로 치고 받는 경우는 단순한 싸움으로 끝난다. 하지만 여학생들이 몸싸움을 하는 것은 학교 폭력으로 받아들인다. 사회는 여성의 폭력에 관용적이지 않다. 성폭력에서 여성이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저항했는지의 여부 역시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여성의 생애에서 몸으로 저항하고 누군가의 의사에 격렬하게 반하는 행동을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협적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여자의 의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성폭력 가해자에게 주로 시키는 교육의 내용은 공감 훈련이라고 한다.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행위에 동참하는게 아니라면 성폭력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걸 잘 모르겠다면 아예 섹스할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3. 자발적인 성행위를 하고선 상대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무척 드물다. 사회적인 시선과 여전히 가부장적인 법 감정, 입증하는 지난한 재판 과정까지 감내하면서 합의금 때문에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을 펴기란 어렵다.

4. 추행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시선에 담긴 내용이 다르다. 같은 여성이라도 오랫동안 자신을 보는건 별로다.

5.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정말 심각한 피해에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바뀌는가.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겪을까? 어떤 상황이든 개인이 가진 역량, 힘의 문제에 따라 감정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성폭력인줄 몰랐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자신이 당한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볼 수도 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건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이럴 것이다'라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피해자 유발론은 그 중 끈질기게 피해자를 자책하게 하는 논리다. 도둑 맞았다고 문단속을 안 한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순결을 상실했다는 상실감도 여성을 피해자화하는 기제 중의 하나이다.

6. 아동 성폭력은 요새 더 일어나는 일인가.
 15년 전까지는 언론에 강간이란 표현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단순 폭력으로 넘겼던 성폭력을 의제화시키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아동 성폭력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아동 성폭력이 문제가 되는건 성적인 학대 뿐 아니라 아동이 그 나이에 해나가야할 발달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혼자 해나가기엔 벅찬 공부였다. 수업 내내 감동을 받고 정리를 했지만 투박하고 거칠다. 여성주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멀었다. 성폭력에서 의사표현과 저항은 중요하지 않다는걸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성의 전화에서 진행하는 인권강사 양성교육은 정말 진짜다. 강사가 안 돼도 좋다. 궁금했던걸 물어볼 수 있고,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 수 있으니 일석 오십만조다.

 선생님께 교재 외의 참고 자료를 여쭸더니 자기 머릿속에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스스로 자기가 길을 찾아서 걸어가야하는거라니, 여행이 따로 없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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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7-1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나서 추천하고....아~ 골머리를 싸고 있어요...--;

Arch 2010-07-19 23:24   좋아요 0 | URL
기운나요! 머큐리님 추천 받아서~

제가 너무 횡설수설해서 그래요. 공부 좀 더 해서 쉽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빵가게재습격 2010-07-1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안녕하세요. 처음 댓글 남깁니다. 약간의 농을 섞어서 질문을 해보자면...결국 성폭력은 어떻게 정의된다는 것인가요? ^^;;;

Arch 2010-07-19 23:23   좋아요 0 | URL
형광펜으로 그어놨는데, '자발적으로 그 상황을 즐겼느냐의 여부'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극적으로 저항하고 거부했느냐가 아니라 피해자, 즉 생존자의 자발성( 2008년에 정부 차원의 최초 조사에서 85%가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란 점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생각해요.)에 초점을 둔거죠.
농인데 제가 정색을 한건가요? 왠지 그런 것 같은데 ㅡ,.ㅡ;;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여쭸죠. 어떨 때 내가 즐겼는지, 그냥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싫었는지 나도 잘 모르는데 어떤게 성폭력이냐고. 그건 성관계를 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어요. 일반적으로 신체적인 폭력이 없어도 성폭력일 수 있는게 피해자가 내숭을 떤다거나, 튕기는거란 인식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요즘 아동 성폭력 때문에 (너무 극악스럽고 비참한 방식이지만) 성폭력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지만 아직도 피해자의 저항 여부에 따라 성폭력을 보는 경향이 너무 많은거죠.

결국 가장 중요한건 상대방이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들에 귀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는거죠.

반가워요. 빵가게재습격님^^

무스탕 2010-07-1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을 '괴물'이라는 3권짜리 로설을 읽었어요. 여주인공이 17세의 아역배우였는데 어느날 3명에게 납치가 되어 성폭행을 당하고 아이까지 낳지만 사회는 그걸 모르죠. 갑자기 유학길에 올라 불현듯 나타나서 방송국 연출가가 되면서 다시 사회에 복귀하지만 그 속은 완전히 뒤바뀌어져 있어요.
성폭력에 관한 영화를 찍으면서 만난 배우와 스스로 죽여버린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은 정말 소설임에도 가슴이 아프고 손이 떨리는거에요.
자신이 만드는 영화의 여주인공은 과거의 본인이고 19년을 숨겨왔던 자신을 세상에 까발기면서 풀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내는 과정은 픽션이지만 논픽션이지요.
여성주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 않더라도 모두가 알아야 하고 지켜내고 존중해야할 사안이지요.

Arch 2010-07-19 23:32   좋아요 0 | URL
여주인공은 기존의 '피해자 되기'와는 좀 거리를 둔 것 같네요. 도둑맞거나, 폭행을 당하면 충격을 받긴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인생 전부를 송두리째 흔든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성폭력도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페이퍼에 썼듯이 영영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졌다는 식으로 생각하는건 문제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꽤 오랫동안 통념처럼 굳어졌던 것 같아요. 여주인공은 영화를 찍으며 자신을 치유하기 보다는 더 고립되고 괴로웠을 것 같아요.

그 소설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도넛공주 2010-07-20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력은 아니지만 얼마전 정말 '제 힘으로는 제압할 수 없는 남성의 폭력'을 당하고 나니
폭력에 대해 제 자신이 얼마나 무감했었나 절절히 깨닫게 되더군요.
정말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클지...성폭력은 더더욱(성적 폭력+폭력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끔찍하게 여겨집니다.
갑자기 포르노필름의 인기 장르가 강간포르노라는 말을 떠올리니 더욱 슬퍼지네요. 대체 어떤 점이 즐거운 걸까?

Arch 2010-07-20 23:50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여성은 폭력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거에요. 전 도넛공주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걸요.
자신들의 판타지겠죠. 젠더화된 여성도 강간 당하는걸 상상하거나 강간 해보는걸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걸 직접 겪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요.

쟈니 2010-07-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몇년 전에 성폭력 상담소에서 주최한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여 진행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성폭력, 성희롱.. 등을 어떻게 정의내릴 것인가.. 부터도 참 어려운거 같아요. 아무래도, 오랜 세월동안 드러나지 않고, 언어화 되지 않은 부분이라 그렇다는 생각이..
여성주의에 많은 애정이 있어서, 이 글 너무 반갑네요. ^^


Arch 2010-07-20 23:52   좋아요 0 | URL
저는 늘 쟈니님 글을 잘 읽고, 좋아하고 (에 또~) 그러는걸요^^

이 글을 쓰고, 주변에 이런 얘기가 있더란 말을 나누면서 제가 생각지 못한 얘기들도 많다는걸 느꼈어요. 결국은 친구 말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건데 어떤 법칙처럼 정해놓는다면 예외의 경우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모든걸 각개약진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어떤게 제대로인지 잘 모르겠어요.

마태우스 2010-07-2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력에 관한 책을 얼마 전에 읽었던지라 댓글을 답니다.
[만약에 남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남자가 여성에게 성행위를 요구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하려고, 혹은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여성은 별다른 의사표시나 저항 없이 남자의 요구에 응할 수 있다. 그럼 이때는 성폭행으로 볼 수 있을까?]
성폭력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 거라네요. 즉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을 권리가 성적 자기결정권인데, 위에서 드신 예는 그걸 분명히 침해합니다. 어찌되었건 둘간의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그 권력이 여자에게 압력으로 작용하니 말입니다. 제가 얼마전 책을 읽고 꺠달은 내용이었구요, 추천하신 책 감사드립니다.

Arch 2010-07-20 23:54   좋아요 0 | URL
저는 마태우스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았는걸요.

성폭력도 결국 인권의 문제라고 하더라구요. 내 몸을 내가 지킬 수 있는 권리, 내 인격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