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2
다음 무대에 나가길 탐탁치 않아 하는 둘을 떼놓고 나 혼자 나가 '또' 열심히 춤을 췄다. 이번엔 DJ가 직접 무대에서 공연을 보여준단다. 뜨거운 걸 원하냐고 묻더니 옷을 벗는다. 말캉말캉한 살만 보인다. 근육은 조명 속에 감춰둔 걸까. 하나도 안 뜨거웠다. '쳇' 하고 돌아서서 다시 춤을 추는데 사람들은 계속 DJ만 바라보고 있는 거다. DJ는 다시 뜨거워지고 싶냐고 묻더니 한참동안 자족할만한 안무를 선보였다. 그러더니 '나, 긴장 고조용 음악'이라고 불리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보란 듯이 바지를 벗었다. 바지 안에는 빨강과 파랑의 원색적인 티 팬티가 있었다. 으아, 손발이 오그라들려고 했다.
사람들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많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싶어 환호를 보내줬고, 난 그의 민망함에 호응을 했다. 그는 다시 열광의 도가니 어쩌고 하더니 티 팬티 사이로 자신의 성기, 그러니까 자지를 보여줬다. 사람들은 어어 하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난 사람들은 어어 하지만 난 음, 하면서 음미해야한다는 객쩍은 생각도 잊은 채 황급히 자리로 돌아왔다. 자지는 사람들이 자리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덜렁거리며 조명을 받고 있었다.
어설픈 쇼였다. 보여주는 것보다 감추는 게 얼마나 더 섹시한 건지 모르는 낯 뜨거운 공연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희안하게 본건 남성 성기가 자리한 위치였다. -후에 나이트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그 성기는 가짜 성기란다.- 물론 허접한 자리라 대단한 뭔가가 나왔어도 사람들은 어이없어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 성기라니.
어린 남자의 성기는 긍정의 상징이다. 고추는 아들이었고, 아들은 대를 물려줄 손을 의미했다. 반면에 여성의 성기는 함부로 보여주거나 드러내선 안 될, 가랑이라도 벌릴라치면 어른들의 꾸중을 들어야하는 천덕꾸러기였다. 커나가면서 여성의 성적 기관인 가슴과 보지는 훔쳐보거나 야릇한 충동의 대상이 되었다. 남성 성기는 예전처럼 자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여자와 남성을 구분 짓는 하나의 징표, 혹은 그저 성기 자체로 기능한다. 혹은 둘 다 찌라시 광고 모퉁이에 자리 잡은 강쇠, 웅녀 되기의 전복적인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 본 방자전. 연애의 최고 고수는 죽는 순간 자신이 입으로 직접 오랄을 했다고 하고, 우리의 희경 언니는 욕실 거울로 성기를 보려다 낙상을 했다. 거울로 보면 될 것을 말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장정일씨의 말처럼 영상으로 보는 나이트보다 실제의 나이트가 좀 더 극적이고 버라이어티 했다는 거다. 그걸 참 재미도 없게 늘려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