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잡이가 달린 머그컵. 커피숍에서 사용하게될 때 손잡이 부근에 입을 댄다. 어쩌나,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고 앉았는걸.
* 평생 한 사람과 섹스하면서 살 수 없단 생각에 결혼은 무리라고 생각해온 성아치. 어쩌나, 성적인 매력은 사라지고, 기실 나 자체가 연애인자가 풍부한 사람이 아닌걸. 인간의 본성상 평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게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는데도 어쩐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계급에 따른 자원 문제인줄 알았는데 내 문제였다.
* 여태껏 내가 까칠한건 사람들이 너무 둔하거나 별다른 문제 없이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라서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MBC 스페셜 본 얘기를 하면서 정부가 흡연자를 대하는 방식은 이율배반적이란 의견을 지나가는 말처럼 모임 자리에서 했다. 공익 캠페인이나 흡연 장소까지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과 별개로 매력적이고 현란한 담배 광고의 허용이나 편의점에 보란 듯이 즐비한 광고판은 뭔가란 얘기였는데 친구 하나가 개인적으로 선택한걸 가지고 왜 정부 탓을 하냐고,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차이에 따라 내리는 정책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말문이 막혔다. 결국 난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을만한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싶었던거다.
나는 평소에 내 의견과 반대되거나 어떤 말로든 날 자극하는게 좋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난 네가 책을 안 읽어서라는 인신공격과 그 얘기가 아니라고(그럼 대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뭔지에 대해 얘기하지도 않고) 윽박지르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친구 말이 맞았다. 내가 어려워서 아무도 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자극은 무슨
* 요새 어린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내 나이를 들으면 하나같이 깜짝 놀란다. 그렇게 안 보인다는거다. 처음엔 무척 기뻤다. 내가 늘그막에 회춘하나 싶어 어깨까지 으쓱대며 어디서든 자신있게 나이를 말하고 다녔다. 새해에 불로장생의 비법을 얻어 젊어진거라면 좋았겠지만, 난 단지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나이를 먹었을 뿐인거란건 한참 후에야 알았다. 내가 스물일 때 서른살과 마흔살이 어떤 차이인지 모르는 것처럼, 초등학생과 키 큰 유치원생을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얼굴은 늙었고, 여전히 우왕좌왕 중이지만, 왠지 이 나이쯤 되니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치열함에 기대어 살아도 될 것 같은 안일한 생각도 떠오른다. 이 착각 역시 곧 깨지겠지만.
* 꼴에, 난 내가 애인을 봐준다고 생각했다. 우리 관계에서 약자는 늘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영화를 봤다. 나와 애인은 조제가 차려준 밥상에 침을 꿀꺽 삼켰다. 늦은 밤, 우리는 배도 안 고픈데 맛있는 밥을 먹어야겠다며 두리번거리고 다녔다. 고요한 밤에 왁자지껄한 밥집이 있을 줄이야. 땀을 뻘뻘 흘리며 순대국밥을 먹는 남자를 보자, 나 역시 이 사람에게 빚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만큼 사는게 서툴고, 나만큼 연애를 못하고, 나만큼 나만큼 어떠 어떠한 남자. 결국 연애는 어떤식으로든 서로의 빚을 조금씩 대신 갚아주는건 아닐까란 착각. 물론 나의 애인은 인터넷 쇼핑몰의 짠짜라한 사진만 보고 조악한 액세서리를 사서 나한테 갈굼 당하는 중이지만.
* 취미인 영어를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선생님은 상냥하고 낙천적인 캐나다인. 발음이나 문장을 교정받거나 free talking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기대를 했지만 인원수가 많아 수업은 강의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틈틈히 짝꿍들과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은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반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 영어로 대화를 한다. 문법, 발음, 억양은(가끔 영어로 말하는데 사투리 억양이 툭툭 튀어나올 때면 웃기다.)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뱉어내는 연습을 하는거다.
쉽다. 영어는 내 적성에 맞는가보다 싶었다. 문제는 내 말을 아무도 못 알아 듣는다는 것. 천원을 ten thousand라고 하질 않나, 모든 대답을 yeah 하나로 통일하질 않나. 평서문을 가지고 끝만 살짝 올린 다음 눈짓을 해서 의문문으로 만드는건 껌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내가 영어 잘 하는줄 알았단다. 이건 그들의 착각, 그래도 영어는 하는거 아니냐고 뻣뻣하게 말하는건 겉잡을 수 없는 내 응용력!
* 방문자수가 300을 돌파했다. 요 근래 서재 방문자수는 곳곳에서 풍년이다. 뭐지? 인터뷰를 준비해야겠다는건 미잘의 착각,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나 싶은건 나의 응용. 진실은 그저 업데이트하는 서재가 드물다는 것? 혹은 일전의 뻥추천수처럼 뻥방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