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옥찌들이랑 회사에 갔다. Ch가 옥찌들에게 나를 '못된 이모'라고 장난삼아 얘기했다. 못된 이모라 그런건 아니었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냈다. 일도 밀린데다 지민이가 작심한 듯이 말을 안 들으니. 나는 잘못을 뉘우치고 옥찌들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다. 옥찌들은 괜찮다며 나를 안아줬다. 이래서 아이를 키우는구나 싶은 맘은 몇분 되지도 않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시 또 짜증. 못된 이모가 맞나봐.
전날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었던 옥찌들은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옥찌에게 몇시에 일어났냐니까, 4시 5분쯤에 가만히 눈을 뜨고선 이불 덮고 앉아 있었단다. 그래서 내가, 너 시계 못보는 까막눈이잖아라고 했더니 다 아는 방법이 있다며 어떻게 안건지는 죽어도 안 알려줬다. 아침을 야무지게 먹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난 내 방에서 놀았다. 나는 먼지가 장판처럼 쌓인 방을 새로 산 물걸레(신개념으로 발판을 밟아 탈수하는 물걸레)로 휙휙 닦아내며 방치된 모든 물건을 정리했다. 그래도 여전히 넘쳐나는 정리해야할 메모지와 책과 옷. 사람이 갑자기 깔끔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옷장과 책장과 책상 정리를 대충 대충 마무리졌다. 그래도 발에 장판이 뽀득뽀득 밟히는 느낌은 얼마만이던가.
나 혼자 놀다가 심심해서 나가봤더니 우리 옥찌들은 잠시라도 심심하면 큰일날 것처럼 이런 저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동서남북, 옥찌는 종이 접기를 잘 한다. 옥찌의 미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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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쓰기(지민이가 이거 되면 어떻게 해? 지희 말론,ㄱ,ㄴ,ㄷ도 쓰니까 상관없음이란다.)
병원 놀이
사랑한다고 말하기
놀아주기
안아주기
소원 들어주기
뽀뽀하기
종이접기
뽀뽀하기가 걸리면 누가 해주는거냐니까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란다. 이건 벌칙이 아니잖아라고 항의했더니 안 들리는척 한다.
집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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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 저기서 목욕 중인가?
잡기놀이
놀이의 포인트는 잡는 사람이 잡을 사람을 빨리 잡아서도, 잡는데 소홀해서도 안 되는데 있다. 잡는 사람이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얼굴로 요란한 표정을 지으면 도망치는 사람의 긴장감이 배가 된다. 현재까지 우리 집에서 잡는 사람으로 독보적인 존재는 단연 나다. 자랑인가? 맞다.
옥찌가 요즘 재미를 붙이고 있는 콜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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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거나 독특하지 않다. 모 통신사 카달로그를 오려 붙이는게 다다. 그런데도 난 옥찌 콜라주가 좋다.
그리고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가끔은 이모의 강요가 한 몫하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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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빌려온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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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서관 정말 좋다.
지민이는 화가 나면 어쩔줄 몰라 한다. 그래서 민에게 말했다.
- 지민아, 화가 나면 네 안에 있는 화를 조금씩 느끼고, 그 화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크게 심호흡을 해봐. 자 봐봐. 이렇게 크게 숨을 들어마셨다가 내쉬는거야.
민은 장난처럼 따라하다 말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지민이보다 배는 화를 더 잘내는 나. 내가 화 낼 때마다 옥찌들은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 이모, 이모. 숨 쉬어.
본의 아니게 하루종일 심호흡만 몇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자랑의 마지막 백미는 이모가 기꺼이 사진을 찍도록 허락해준 옥찌들이 내 조카라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