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호빵이 먹고 싶어요.

* 그림을 그려야겠다.
 
 관리팀 막내가 필요한 비품을 적어내라고 했다. 마침 색깔 필기구가 없어 포스트잇에 색연필이라고 적어서 건네줬다. 뭉툭한 색연필 한자루면 되겠다 싶었는데 왠걸, 나갔다 왔더니
 책상 위에 세르지오 36색 색연필이 떡하니 있는거다. 왠지, 그림을 그려야할 것 같다.
 이 아인 부드럽다. 피버 카스텔처럼 물을 묻히면 물감처럼 쓸 수도 있다. 그림 실력이야 일천하지만, 색연필의 색 번호를 읽고, 가지런한 모양새를 보자면 못할 것도 없겠다. 그림을 색연필 갯수로 그리는거야 당연히 아니지만, 이렇게 훈훈한 환경에서 그림이 안 나올리 없지 않냐는 어깃장.

 

* 시를 지어봤다.

한 공기를 먹어도
두 공기를 먹어도
배는 그대로다.

다이어트를 해도
배에 힘을 줘도
배는 그대로다.

오늘 아침 식탁엔,
밥 한공기, 김치찌개, 고등어 조림, 부침개, 김치와 젓갈, 파래김, 매실 장아찌, 사과 하나
부르게 먹고 말지.

* 졸리다.

 안쓰럽도록 졸립다. 오늘만 하품을 20번 가까이 했다. 졸림과 비례해 입이 커지고 있다. 출퇴근 1시간 반을 버스에서 꾸벅꾸벅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계속 멍한 상태이다. 이런 시기에 스쿠알렌을 파는 분이 접근했고, 난 아무런 의심 없이 덥썩 사고 말았다.
 뭔가 부탁할게 있는 분은 요즘의 아치를 흔들어보길.

* 외모 꾸미기
 
 딱히 어떤 외모를 갖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꾸밀줄 몰랐고, 그다지 꾸미고 싶지 않았다. 딴엔 그 시간에 책을 보는게 낫다고 했지만, 책을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귀찮거나 별로 표가 안 난다는 이유. 사람들은 입술이 뻘겋거나(빨개선 안 돼) 눈이 시커먼 정도로 진한 화장에만 예민한 법이고, 난 화장 여부에 관계없이 '어느 순간 예쁜 나'를 알고 있으니까.
 요새 바람이 차가웠다. 얼굴이 시려워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화장은 보온 효과가 있었지?) 화장을 하다 뭐도 그리고 뭐도 그리다보니 그야말로 꾸미는 수준이 되었다. 꽤 즐겁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모니터 앞에서 바등거리며 일을 하지만 가끔 거울을 보고, 화장에 맞는 옷차림을 거울에 슬쩍 비춰보면, 즐,겁,다.
 이런 즐거움은 '아름다움은 여자만의 본능이다'라거나 '여자는 자고로 꾸며야 한다.'에서 심사가 뒤틀린 이전의 나와 거리를 두는걸까? 글쎄, 외모 꾸미기에 대해선 다음에 좀 더 제대로 써보고 싶다.

* 해바라기가 되고 싶어.

 조니워커 블랙에 구두를 세워놓고 해를 쬐었다. 나는 여전히 여름 샌들.
 


* 퇴근 전에 페이퍼를 보면 따뜻해져서 손을 안 빼고 싶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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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 색연필 완전 짱 부러워요. 나도 갖고싶다 저런거. 물론 그림을 그릴줄도 모르지만...그래도 저런 색연필 있으면 나도 막 그림 그리고 싶을 것 같고..그러면 나는 음.....뭘 그릴까.......조니워커 블랙에 구두를 세워 놓는거 아주 맘에 들어요. 나는 퇴근하고 소주 마시러 갈거에요. 소주가 막 먹고 싶잖겠어요, 글쎄? 그래서 매운갈비찜 안주 삼아 소주를 들이켤 거에요. 조금 취하고 나면 따끈한 커피를 또 마셔줄거에요. 난 소주를 마시고-취하고-커피를 마시는 코스를 퍽 좋아해요.

퇴근 잘해요, Arch님.

Arch 2009-10-15 23:1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림 솜씨는 제가 잘 알죠^^ 우리 다시 그려봐요!

그거 맘에 들면 제가 대병 갖고 다락방님 있는 곳으로 슝 날아갈지도 몰라요. B는 저게 제 발 아래서 굴러다니는줄도 모르니까, 아, 대병 먹고 취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 잘 마시지 못하지만, 왠지-
매운 갈비찜? 지금은 11시고, 난 갈비찜 같은건 생각도 안 했는데, 응? 응? 갑자기 배고프잖아요. 힝~

그 코스를 같이 못해서 미안한데! 다음엔 꼬옥! 다락방님도 귀가 잘 해요.

Forgettable. 2009-10-1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커피마실 돈으로 술을 더 마시겠다고 칭얼댈 정도로 취하는 걸 더 좋아해요.

그러나 나는 다이어트 중- 오늘 사과 세쪽, 홍시 하나, 귤 두개만 먹었네요. 물 다섯잔도. 내일은 야채먹는날. 인스턴트와 기름때를 씻어내고 가벼운 몸이 되어야지!

다락방 2009-10-15 17:49   좋아요 0 | URL
나도 마음은 늘 다이어트인데...어휴......orz

Forgettable. 2009-10-15 17:5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같이 고고싱!
이거 쉬운거에요 ㅋㅋㅋㅋㅋㅋ^^^^^^^^^
매운갈비찜과 소주 따위 버려요.(엉엉 울며 퇴근한다)

무해한모리군 2009-10-15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뽀님 나이에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듯 했는데~

몸에 쫙 달라붙은 까만색 니트원피스에 빨간 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가서 미운 놈 빰을 한대 탁 하고 때렸으면(세가지 다 현재로서는 불가ㅠ.ㅠ)

Arch 2009-10-15 23:17   좋아요 0 | URL
한 공기 먹으나 두 공기 먹으나
하루에 네끼 먹으나
전 뭐~ ^^

머큐리 2009-10-1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는 잘 몰겠구...색연필과 대비되는 처자의 손이 무척 곱구려...응?

Arch 2009-10-15 23:16   좋아요 0 | URL
손을 보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