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공연 무대에 서는 것도 타협하지 않으려는 당신만의 몸부림인가. 

 물론! 스스로를 새롭게 발명하는 것이다. 그저께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말하더라. 90년대가 나의 황금기였다고. 나는 약간 바보스럽게도...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다이아몬드기겠네!(박장대소) 나는 지금 내 경력에서 가장 창의적인 때를 맞이하고 있다. (손바닥과 주먹을 강하게 부딪히며)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었다! 나는 한명의 병사였다! 천사였다! 무엇이든 해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원했다!(웃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욱 강해졌다.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하고, 누구와 영화를 하고 싶은지를 직접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렇게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걸까. 한 사람의 경력은 분절되지 않은 거대한 아치다. 피카소에게는 청색시대가 있고, 분홍시대가 있고, 입체파 시절이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시절은 한 사람의 내면 속에 있는 거다.  

 ... 당신의 예술적 페르소나는 자기 파괴적인 여자들이다. 

  자기 파괴적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내가 연기한 여자들은 헤어지고, 잃어버리고, 쓰러지고, 내면의 지진을 겪었다. 그것을 통해서 삶을 재건설했다. 우리는 진정한 내면의 지진을 통해 진정한 삶을 만들 수 있다. 바닥에 쓰러진 뒤 두발로 다시 일어서면서 삶의 또 다른 층을 발견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 연기는 나에게 감정들을 탐험하게 허락한다. 감정의 부조리함을 이해하도록 허락한다. 연기는 어떤 감정을 내 몸과 내 내면을 통해 창조하는 일이고, 촬영이 끝나는 순간에는 그 감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웃음) 그림도 마찬가지다. 나의 손과 붓을 통해서 감정이 피어난다. 하지만 감정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해방된다. 나는 사람들이 감정과 이성을 구분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은 감정과 이성의 합작품이다. 

-씨네 21. 2009.04.07. no.697. cine interview. 글 김도훈,  나에게 반복은 폭력이다 중에서 발췌함. 

 인터뷰 중간에 아치란 말이 나와서가 아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사람을 처음 본 것도 아니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포즈를 갖고 있는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니까. 다이아몬드기라는 표현이 산뜻해서도,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여서도 아니다. 물론 이 말은 모두 맞고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안에 포함되겠지만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읽자마자 단박에 그녀가 좋았던 이유는 다른데 있다. 자기 삶의 절대적 긍정과 자기 확신. 그건 태생적인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이리저리 부대끼고, 좌충우돌 충돌하며 얻어낸 이토록 유머러스하면서도 강렬한 확신, 난 이토록 빛나는 배우를 본적이 없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9-05-0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랑해서 뭐라 말조차 못붙일 것 같은 배우.

프레이야 2009-05-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배우! 에요.
한 사람의 경력은 분절되지 않은 거대한 아치다, 정말 아치님 이름이^^

Arch 2009-05-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그렇죠! 사랑해 파리에서 이 배우가 나온 것도 모르고 싱싱한 남자들에게만 눈길을 준 아치는 정말 쯧!

혜경님, 히히.. 이 순간을 노린 작명은 아니었지만.

웽스북스 2009-05-13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닌데, 왜 눈을 떼기가 어려운 걸까요. 그녀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