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행하던 짤막한 글이 있는데 시작은 이렇다.
여러분, 남들 다 잘하는 연애가 나만은 안 된다고 의기소침하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연애도 노력이 아닐까요. 저는 연애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동호회 모임에도 나가고, 술자리가 있으면 시간, 장소 불문하고 나가서 얼굴 도장이라도 찍고, 누군가를 만날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애인이 생겼냐구요?
안 생겨요.
모임에 나가서 웃긴 소리를 하고, 눈빛도 몇번 마주치고, 자칫하면 제게 맘이 넘어올 것처럼 위태로운 사람들도 봤지만,
안 생겨요. 정말 안 생겨요.
요즘이 딱 그렇다. 되게 되게 바란다거나 무척이나 미친 듯이 원하는건 아니지만, 즐찾수가 늘지를 않는다. 안 생겨요의 서재버전이다. 딱 그 숫자를 채우고 거기서 몇분이 몇일 단위로 뺐다가 넣었다가 장난을 치다 혹은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제자리수를 벌써 몇달째. 대체 즐찾수가 뭐라고 이 집착을 하며, 이젠 나름대로 아치스런 스타일도 잡아가는데 그놈의 즐찾수를 매일 확인하면서 멍때리는건 왜일까란 의문에 사로잡혀 식음을 전폐하길 딱 아침 나절, 문득 배가 고프단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댓글이야 내가 잘 달지 않으니 안 달리려니하고, 추천도 내가 안 날려서라기보다는 남들이 볼 때 추천할만한 글이 아니라서 별로 못받는다고 치자. 글이 올라온 날이 아닌데 내 서재에 들어오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정체, 정체없는 사람들의 조용한 발자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표출된게 즐겨찾기라서 이러는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알 수 없는건 원하는 어떤 방식의 소통을 전제하지 않음에도 끊임없이 서재에 쓰고 있다는 사실.
애초에는 서재에서 근근히 지낼 수 있기만 한다면 바랄게 없었고, 그 다음에는 옥찌들의 얘기로 좀 더 친해지길 바랐고, 그러다 어느 순간 친해진다는게 누구 말대로 로그아웃하는 순간 사라지는 관계성이라면 부질없겠구나 싶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재인건 왜일까란 생각을 하다보니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글을 쓰고 싶은데다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란걸-이런 고백은 너무 낯뜨거워서 애초엔 시도하지도 않았다. 이런 허접한 글을 읽길 바라는 맘 자체가 으으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일기를 쓰는게 아닌 이상 누군가가 뾰족한 꼬챙이로 쑤욱 찔러주는 자극을 원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틈새로 곧장 내 안으로 쳐들어오기를 바라기도 한다. 아니면 그저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얘기를 좀 더 편하게 하려는 정말, 나 좋으려는 심보일지도. 그래서 어쩌다 걸려서 서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꾸준히 나를 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의 흔적에 집착했던거고. 이런 방식은 묘하게도 에너지를 모두 내 안에 축적하려는 것으로 느껴지다가도 그만큼 그들과 나 사이의 피드백을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란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즐겨찾기를 욕심낸다는 페이퍼를 올리자마자, 그런 욕심 난 사양일세라며 자신의 즐찾에서 아치를 슬그머니 빼는 알라디너가 없을리 없겠지만 이왕 버린 몸- <증거>: 배 나왔다고 진즉 올렸던 수많은 페이퍼- 또 버린다고 배로 버려지는 것도 아니고. 무어 대수겠으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소심해서 임시저장으로 화살표가 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자꾸 알라딘 배포 운운해서 안 그러고 싶은 반작용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에잇! 즐찾 블라인드 기능이라도 요청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