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왜 날 좋아하는거야?
넌 빨간 옷이 잘 어울려 네 하얀 피부을 더 돋보이게 하니까. 네 모든 걸 좋아해 매끈하고 늘씬한 몸매, 네 몸에서 나는 그 풋풋한 체취까지. 나는 아직도 네가 예쁘게 단장하고 내 품에 있을 때면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껴. 네 앞섶을 풀어 맨 살의 너를 품을 때 그 짜릿함. 늘 처음 같은 우리 사이를 누구는 그렇게 질투하지만 역시 그래도 난 네가 좋은걸.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기도 좀 부끄럽지만 말이야. 햇수를 세기도 좀 머쓱해진 그런 세월 동안 격정 보다는 은근한 익숙함으로 단단하게 내 곁에 있어준 네가 늘 고맙고 사랑스러워. 거칠고 단순하기만 했던 그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켜준 너의 그 맘 늘 잊지 않을게. 보로야. 사랑한다.
#. 2 혹시 여성주의 시각에서 세상이 한뼘 쯤 행복해지기 위해 꼭 이것만은 바뀌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있나요?
한겨울 모진 추위에도 불구하지 않고 꿋꿋이 초미니를 고수해 주시는 여성동지들에게 노벨 평화상 시상.
#. 3 혹시 화초에게 물주는 민을 본적이 있나요? 민처럼 내가 생각해도 나 쫌 귀여웠어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말해줘요.
나는 똑똑한데다 말이 정말 빨랐데. 집안에서는 천재 났다고 거의 경사 분위기였다니깐. 뭔 명절쯤 됐겠지? 어느 날은 기저귀도 못 띈 애를 딱 앉혀놓고 일가친척이 다 모인 자리에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시키면서 데리고 논 거야. 근데 한참 놀다 갑자기 내가 하기 싫은 표정을 팍 짓더래. 그래서 엄마가 물어봤어.
“미잘아 왜 그래?”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또박또박 분명한 목소리로 그랬다는 거야
“엄마, 나 기저귀 갈아줘”
울 이모가 기가 막혀서 한 말이 아직도 인구에 회자돼.
“니가 갈아. 이 새끼야.”
난 날 때부터 섹시 귀여웠다고.
#. 4 당신에게 서재란?
아흥아흥하고 므흣므흣하며 음훼훼훼한 동시에 므겡므겡한 공간.
#. 5 천상 따라쟁이 아치, 아치스트랄로 오행시를 지어주세요.
아: 아아~ 아치님 아치님
치: 치! 어디 보는 거에요 여기라니까요.
스: 스윽- 두리번 두리번 말미잘 님이군요. 흐흐흐
트: 트집이나 잡아볼까?
랄: 날 트집 잡겠다구요? 어머, 아치님 트집쟁이.
시평詩評
본 시는 A, B 두 화자의 대화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자 B의 시적 긴장감 조성에 대한 A의 대응을 주요 얼개로 하고 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본 시의 의미론적 해석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요약되는데 데 첫 번째는 화자 A, B가 동일한 주체로서 분열적(simulacre) 자아상을 가졌다는 해석. 두 번째는 화자 A, B가 각각 서로 다른 주체로서 발화發話하고 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첫 번째 해석에 따르면 시의 화자(혹은 화자들)는 자아가 이분화二分化 되어 서로의 조응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의미체意味體 조성에 실패한 피상적皮相的인 발화發話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작시의 의도는 이 시가 쓰여진 시대적 배경 즉, 세기초의 분열적이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양상을 수퍼-메타언어super-metalanguage의 수법을 빌려 표현하였다는데 있다. 두 번째 해석은 작자의 작시作詩배경과 언어배경을 고려하여 각 화자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두 화자의 대립으로 시의 내러티브를 설명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이 시의 내적 의미의 요체는 화자 A의 심리적 긴장감 조성에 대한 화자 B의 유연한 대처를 보여줌으로써 현실 초극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정리 할 수 있다. 이것은 시의 작자作者가 난삽한 평론의 그물을 피해 던지는 궁극적인 메시지이자 시대가 처한 근대-구조적 위기상황에 탈근대-탈구조적으로 대처하는 강력한 케리그마kerygma의 선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