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만 들리는. 책 읽는 아침
굿모닝♡

모든 이야기는 실상 우연의 연속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았을 때, 우연히 경험했던 것들이 실상은 필연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오르한 파묵 <하얀성>18쪽

저녁과 겨울이 서로를 만진다 초등학교 구령대 아래에서 누가 볼까 두려워하며
.
.
.
그 장면은 기억과 다르다
장면은 모이면 저녁이 되고, 기억이 모이면 겨울이 되는,

그런 세계에서

너무 어린 나는 늙어간다
늙어 버릴 때까지 늙는다

황인찬 <희지의 세계> `은유` 일부분

나는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야 했다. 내가 언제나 슬픈 마음으로 올라가는 이 가증스러운 계단에서는 바니시 냄새가 났다. 이 냄새는 내가 매일 저녁마다 느끼는 그 특별한 슬픔을 흡수하고 고정해, 이런 후각적인 것에 대해 별 볼일 없는 내 지성보다는 내 감성에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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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5-01 07:46   좋아요 0 | URL
굿모닝!
참 여유로운 아침입니다. 일단 커피 한 잔 마셔야겠어요^^

2016-05-01 07:49   좋아요 0 | URL
굿모닝^^

2016-05-01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는 종일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요.

이 글을 쓰는 순간 제 머리속의 BGM은 생사를 같이 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허성희 [전우가 남긴 한 마디] 입니다. 왜죠?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무렇지도 않았나요...

이현우 [헤어진 다음날] 쯤으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모든 것은 선생님이 멱살잡이하며 신랄하게 지도해주신 감정교육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저는 좀 '시'와 '거리'를 두게 되었어요. 사랑한다고 덤벼들듯이 다가가던 저는 어제에 두고. 오늘로 건너왔습니다.  '시'를 좀 저만치 두고 보려고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땐 시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보니 더 어렵고 더 멀어진 것 같은 이 막연히 외로운 감정은, 다시 설명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집 마당귀에는 수선화 몇 포기가 살고 있다. 꽃을 잘 알기 위해서는 바짝 다가가야 한다. 암술 수술을 구분하고 꽃잎의 수를 세고 씨 맺는 시기를 기다려 기록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꽃을 이해하게 된 것일까. 꽃이 인정할까?

김영희의 인생 속으로 파고든 박철수는 결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날마다 격정과 권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살지만, 그리고 딸 보람이와 아들 민수를 낳았지만, 이해는 이루어낼 수 없다. 철수는 다른 사람에게 영희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지만 영희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쌍방이 그러하다. 그러니 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바람과 햇살과 빗방울이 지나가는 공간을 꽃과 나 사이에 마련해두는 것, 그 대상을 통해 꽃을 바라보는 것. '넌지시'의 태도를 유지하는 게 통째로 풍경이 되는 것.     <내술상위의 자산어보>16쪽

 

 

그렇게 감옥에 갇혔으면 하고 생각한다

감옥에 갇혀 사전을 끌어안고 살거나

감옥에 갇혀 쓸데없는 이야기나 줄줄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찬란> 기억의 집 中 

 

 

 

선생님 저는 감옥에 갇혀야만 넌지시의 태도로 사전을 끌어 안을 수 있는 감정을 가지고 태어났다 봅니다. 누수가 걱정되는 창고는 저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장마가 지면 창고로 달려가야 할 에너지가 샘솟죠. 그것이 저의 감정의 색깔인 것 같습니다. 한 주 쉬어간 9주이니 봄내 거꾸러지며 부러지며 시를 붙들었노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창작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식의 글쓰기 수업이 전과가 있었어요. 쓰기 수업을 기웃거려 왔고, 쓰지 않는다고 장담해왔습니다. 미래에 관해 먼저 진단하기 전에, 그 순간에 충실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는 창작 수업은 그리고 쓰기는 뭔가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거창한 느낌이 들어서 저는 감히 그런 의지도 목표도 깜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이 제일 거창한 수업이었어요. 시창작이라니..저의 인생에 이런 꽃날도 흐르는구나.했습니다.

 

독자들은 어떤 작품에 대해 자전적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모든 소설은 궁극적으로 자전적이다.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통해 한 편의 자서전을 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작가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사는 게 무의미했기에 늘 죽음을 생각했고, 그 마저도 무의미해서 언제나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미치거나, 죽거나, 시인이 되거나...언젠가 문학 강의 시간에 뇌리에 박힌 말입니다. 저는 아직 시가 무엇이고 왜 시를 읽고 왜 시를 쓰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찾아가려고 해요. 이승우님의 말을 조금 비틀자면, 모든 시는 궁극적으로 자전적이다. 시인은 여러 편의 시를 통하여 한 편의 자서전을 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시를 만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나 시인이다.

 

 이 찬란했던 봄날을 통해 우리는 늘 시를 써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무언가 만들어가고 써내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읽어야 겠지요. 천천히 읽고 느리게 살겠습니다. 매일 쓸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차츰 잦아지는 다른 기대 속에서

 

<계속 열리는 믿음> 다른 목소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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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1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2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냥 좋은 책은 죽 계속 읽게 되는데 마구 좋은 책은 읽다가 자꾸 덮게 된다. 한숨도 쉬고 숨 고르기도 좀 하면서 그렇게 덮었다 폈다 느릿느릿 읽다가 대개는 그 즈음에 만나는 사람 손에 쥐어주고 만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책들은 집에 없는 경우가 많다. 건넬 땐 분명 난 또 사야지 하는 맘이지만 정작 또 사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다가 숨고르기 해야하는 책들 중의 하나가 <사양>이었다.

오늘 친구랑 좋은 책을 읽고 보이는 양상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권의 책에 대해 친구와 반대의 경험을 했다. 나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몇 페이지 못읽고 덮어 버렸는데 이유는 너무 나같은 꼴이 보기 싫어서 였다. 몇 주 후에 다시 읽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의 반응은 그랬다. 친구는 <단순한 열정>이 자기 같아서 좋았고 그래서 단숨에 읽었다고 했다.

또 한 권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었다. 나는 <사양>의 분위기, 뉘앙스, 알 길 없었던 작가의 정체성에 깊이 매료되었다. 작중 인물들에게서 부분 부분 뭔가 동질감을 느끼며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친구는 그 자기 같은 부분이 싫어서 좋아하기 어렵다고. 자꾸 밀어내진다고 했다.

MBTI검사를 해보면 몸통은 같은데 날개는 반대일 것 같은. 그 친구와 나는 취향이 비슷하고 설명이 필요 없이 통하긴 하지만 어떤 양상은 반대로 나타나는 것이 재밌었다. 양상을 더 면밀히 분석하고 이유를 따져보고 싶었다. 왜일까? 사람이 다른 것이 당연한 데 왜 다른지가 궁금했다.

(이런 친구와 책 얘기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 서로 좋은 책을 권할 수 있다는 것이 순간 참 뻐근하게 좋았는데. 좋은 순간. 아 참 좋다고 느끼는 이 순간이 얼마나 지속 될까하는...허함이 뒤따라오는 건 뭐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다시 읽기 할 것인데, 일단 앞부분만 비교하면 유숙자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
몸이 아프느라 마음이 아플 여력이 없었는데 오늘 다시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플 땐 진통제가 필요하다. 내일은 시수업 종강이다. 진통제를 소량만 복용해야겠다. 아주 소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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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다 2016-04-27 22:45   좋아요 0 | URL
다자이 오사무 작품을 보니 반갑네요.
나스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로 이어지는 일본 근대 소설의 최고들이죠...

2016-04-27 22:48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일본소설 못 읽는 사람이었는데, <사양>이랑 <가면의 고백>은 잘읽었어요. 올 핸 소세키 작품도 읽어보려합니다...

루시다 2016-04-27 22:50   좋아요 0 | URL
아쿠타가와 단편 추천합니다.
짧지만 아주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던데...
다자이 오사무가 아쿠타가와를 존경하다가 자살해요.

2016-04-27 22:51   좋아요 0 | URL
요즘 짧은 소설들에 주목하고 있어서, 반가운 댓글입니다.
읽어 볼게요.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16-04-27 23:04   좋아요 0 | URL
전 소세키의 `그후` 가 그렇게 저릿저릿 좋았습니다.

2016-04-27 23:05   좋아요 0 | URL
아! 참고하겠습니다^^

알맹이 2016-05-01 03:36   좋아요 0 | URL
진통제 복용 소량만 하시길^^♥
 

무념히 검색을 하다<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를 발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섬. 그 섬에 가고 싶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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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리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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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4-25 17:18   좋아요 0 | URL
오~~저 이 꽃 본적 있었는데..뽀리뱅이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