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창비아동문고는 아이들 키울 때 재미있게 읽었던 시리즈이다. 한참 동안 정리를 못하고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십년 전 장거리 이사를 할 때 아름다운 가게로 이사를 보낸 것 같다. 후박나무라는 어감이 좋아서, 박완서 선생님 댁 마당에 있었다고 해서 후박나무가 대체 어떤 나무일까? 늘 궁금했었다. 그래서 <후박나무 우리집>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도 한번씩 생각이 난다.
수목원들을 다니면서 후박나무를 보기도 했을 것이지만 그래도 키가 너무 커서 잎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거나 한 두 번 보고 언제 어디서나 봐도 알 수 있게 기억 될 순 없었나 보았다. 몇 년전부터 제주를 다니기 시작하며 후박나무를 여러 차례 보았어도 제주는, 워낙 비슷한 나무가 많아서 쉬이 구별이 어려웠다.
어제 한라도서관 마당에 나무들에 이름표를 붙여 놓은 것을 보며 정확하게 후박나무와 녹나무, 먼나무, 담팔수를 비교해서 외웠다. 그랬다. 중얼 중얼 입으로 소리내어. 빨간 열매는 먼나무, 빨간 이파리 하나는 담팔수, 새잎이 돋을 때 빨간 것은 후박나무, 이중에 제일 잎이 크고 두꺼운 것도 후박나무....중얼 중얼 중얼..비가 내렸다. 후둑후둑...전체적으로 수형이 동그라해서 비가 오면 아래서 비를 피해도 될 것 같은, 제주 공항에 내려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의 키가 크고 가지가 동그랗게 정리 된 듯 보이는 나무들이 후박나무이다.
초여름 날씨같이 덥다더니 약하긴 해도 비가 계속 내릴 기세였다. 버스를 타려면 40분을 기다려야 했으므로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가려다 홀린 듯이 도서관 앞마당에서 보이는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저기까지만 가야지 하고 걷기를 30여분..허벅지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해서야 겨우 다시 돌아왔다. 무슨 도서관 옆 오솔길이 원시림인건지...오늘은 산책을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결국 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