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알라딘 메인 페이지의 신간 이벤트들을 보며 눈에 띈 문구이다. 달라지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뭔가 부족하고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를 개조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다짐하는 듯한 이런 문구는 위험하다.

나는 오늘부터 더 나다워 지기로 결심했다

이런 마음이 선행된 이후에 달라지고 싶은지 어쩐지는 순전히 자기결심으로 선택해야 되는 일이다. 연초라 뭐든 결심하는 시기이긴 한데 저런 문구는 피곤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개성이 강한 아이를 깍고 다듬어서 관제교육안으로 밀어 넣었던 육아의 경험도 결국은 첫번째 문구의 영향력 아래서 이뤄진 것 아니겠나 싶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진정한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지도 않고 사회적 기준에 맞춰 자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불행의 단초이자 왜 사는가하는 물음이 닥쳤을 때 공허하게 허물어지기 쉬운 지름길이다.

달라지지 말고 이대로 살자.

라고 생각하면 인생이 한결 여유롭고 행복할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여유에서 뭔가 에너지도 나오고 긍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변화는 저절로 되는 것일테고.

본인을 개조하기도 힘든데 타인을 개조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진짜 인생이 피곤해진다. 갈등만 남을 뿐이다. 타인을 개조하려는 마음도 기본은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또는 나처럼 살아봐 진짜 좋아일텐데 기준을 자기로 둔다는 것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나를 개조해보겠다는 선의의 인간과 십수년 동거하면서 끊임없는 자기부정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저런 문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욱하고 보는 것 같다. 어쨌든 세월은 흘렀고 지금의 나는 변화해야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제주산간에 50센티 눈폭탄이 온다고 한다. 바람은 함부로 넣을 일이 아니다. 자꾸 바람이 쐬고 싶다.
이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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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7-02-09 07:42   좋아요 2 | URL
저도 나답게 살고 싶습니다. 자꾸 달라지라는데.,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입안에 가시라도 나나봐요.. 진짜 달라져야하는 것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에요~

2017-02-0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2-09 16:58   좋아요 1 | URL
저도 올해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기로 했는데, 가끔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게 뭐지? 하고요. 그래도 마음은 편한 것 같아요.
오늘도 날씨가 꽤 추워요. 쑥님, 감기조심하세요.^^

순오기 2017-02-09 23:45   좋아요 1 | URL
‘나답게‘ 인지는 몰라도, 절반은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산다고 생각해요.^^

2017-02-12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2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철에서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를 읽으며? 보며? 왔는데 마침 북플피드에서 음식책들이 주루룩 뜬다. 일단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는 보통날의 파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집에 와서 <보통날의 파스타>를 한 번 더 찾아 보았다. 우연히 잡지에서 칼럼 하나를 읽고 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요리사가 있어? 하고 폭풍 검색 후 그가 낸 책들을 다 찾아 읽고, 북토크에도 가고 식당에 찾아가서 파스타를 주문하고 실망한 이야기는 오래 전에 포스팅한 기억이 있다. 암튼 그 이후로 박쉐프의 책들을 헌책방에 팔거나 선물로 주거나 다  없애버렸지만 <보통날의 파스타>한 권만은 예뻐서 가지고 있었는데,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도 그런 느낌.예쁜 책이다.

 

매일매일이 술이라서 오늘은 좀 참았다. 안주가 좋았지만 내일 일정도 있고. 착하게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정말 간만에 읽은 음식 에세이. 맛집 소개책이라고 해얄까? 한 때 술과 안주, 음식에 관한 책들이라면 무조건 사고 보던 시절도 있었고, 나름 미식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맛집 추천 정도는 해줄 수 있었했는데, 언제부턴가 맛집들에 심드렁 해져서 끼니를 때우는 심정으로 그냥 많이만 먹고 산지 꽤 되었다.

 

아무거나 먹고 살지 말라는 신의 뜻인지 오늘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가 내게로 왔다.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사진을 보고 글도 읽었다. 읽다가 무릎 위에만 올려 놓아도 전철 안이 훤해지는 느낌. 오늘 간 태국식당도 훌륭하던데, 혹시 이 책에 있나? 찾아도 보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빵집들과 달달한 집들은 건너 뛰었다. 사진 아래에 있는 주소들을 보고 접근 가능성있는 곳 위주로 골라 보았다. 그 중 육회비빔밥을 하는 친구네 근처 식당과 집에서 가까운 서울 5대 순대국집에 속한다는 어느 집을 찜해 두었다. 육회비빔밥은 추억의 음식이고, 순대국도 마흔 넘어 형부의 강권?하에 겨우 먹기 시작했지만, 흐린 날 소주 안주로 순대국만한 것도 없지 않나..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고. 오늘은 일단 가까운 두 집 정도만 캡쳐해두고, 차츰 먼 곳까지도 눈을 돌려 봐야 겠다...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표지를 보고 떠오른 다른 책

<보통날의 파스타>, <행복한 만찬>,<칼과 황홀>, <어머니의 수저>(어머니의 수저가 칼과 입술로 재간행 되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수저라는 제목이 더 좋다. 이 네 사람은 정말 글빨로 따지자면 어느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막강 파워다. 책정리를 해야 겠다고 맘 먹고 있는데, 이런 책들은 망설임없이 내어 놓지 않을 뿐더러 요즘처럼 극강 스트레스일 때 두고 두고 재독하리라.)

 

 

 

 

 

 

 

 

북플피드에 올라와 보고 싶은 책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미식의 역사>,<미각의 비밀> 

(보슬비님 백자평을 보는 순간 사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은 당장 사고 싶었지만 요즘 책 사는 일로 동거인의 눈치를 보고 있는 터라, 한숨 고른다. <미식의 역사>와 <미각의 비밀>은 나란이 꽂아 두고 싶은 아이템인데, 알라딘 결재는 늘 동거인에게 부탁했던 터라 뭐 한동안은 말 못하겠다.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당신 카드로 페로 제도 가고 싶다고 말해버려서 동거인이 화난 채로 출근했다. 난 안 들은 셈 칠테니 가든 말든 당신 맘대로 하세요. 가 그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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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8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9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7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7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나가봤지만, 오늘은 흐림이라는 걸 알겠다.  

오늘의 배경음악으로 쳇 베이커를 골랐다.

헤밍웨이 30세에 쳇 베이커가 태어났고

쳇 베이커가 32세 되던 해 헤밍웨이가 떠났다.

 

 

https://youtu.be/IzpfZaZfs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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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2-06 07:49   좋아요 0 | URL
손을 흔들며 1빠를 외칩니다!!! ㅎㅎㅎ
쑥님, 굿모닝이요!!

2017-02-08 01:22   좋아요 0 | URL
이제서야 굿나잇 ㅎㅎ
 

맥주 안주로 송고버섯을 생으로 먹었다. 들기름장에 찍어서 먹었는데 역시 버섯향은 표고버섯류가 최고다. 동생들과 타마라렘피카전을 보고 마신 헤페바이젠이 넘 맛있어서 귀가길 마트에서 헤페바이젠란 문구가 들어간 맥주를 골고루 사와서 맛을 보았다. 브랜드별로 좀 더 탁한 것 좀 더 맑은 것이 있는데 내 입 맛에는 역시 탁한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SNS피드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발렌타이데이 화이트데이 광고들이 죽 떠다닌다. 이 즈음이 그 맘땐가 본데 이왕 선물을 주고받을거면 책선물이 어떨까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친 또는 남친에겐 글로벌 핫 커피책
구대회<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여행을 좋아하는 여친 또는 남친에겐 여행과 삶에 대한 따듯한 사유 이병률<내 옆에 있는 사람>

소설을 좋아하는 여친 또는 남친에겐 냉철한 삶의 인식과 명징한 문장의 힘 김살로메 <라요하네의 우산>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여친 또는 남친에겐 <로쟈의 러시아문학강의>

레고마니아 여친 또는 남친에겐<365하루에 하나씩 레고 아이디어북>

힐링 산문집이 필요한 여친 또는 남친에겐<앵두를 찾아라>

사진에 관심이 많은 여친 또는 남친에겐 <사진과 책>

시를 좋아하는 여친 또는 남친에겐 <나는 잠깐 설웁다>

맛집을 좋아하는 여친 또는 남친에겐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여친에겐 <글쓰기의 최전선>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데이트를 했다면 <대한민국이 묻는다>

 

이공계 여친에겐 40~60대 여성과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과학하는 여자들>

 

중년의 남친 여친에겐 실제 졸혼을 한 여섯 쌍의 인터뷰집 <졸혼시대>

 

얇은 책을 좋아하고 아트한 소설을 읽기를 즐기는 여친이라면 <너무 시끄러운 고독>

 

(북플은 신간추가가 되는데 알라딘은 신간 상품넣기가 안되어 과학하는 여자들과 졸혼시대는 이미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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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17-02-07 02:48   좋아요 1 | URL
온당농원 송고버섯?

2017-02-08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2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쭈그리고 앉아

마른 세수를 하는 사람아

지난 계절 조그맣게 울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가

 

바다는 다시 저물어

저녁에는

이름을 부른다

 

저녁의 호명

---------------------

 

이런 종류의 멀미를 기억한다

지상의 소리들 먼 곳으로 가고

나무들 제 속의 어둠을 마당에 흘릴 때

불린 듯 마루에 나와 앉아 울던

물금이 처음 생긴 저녁

 

물이 올 때

----------------------

 

설운 땅 닿지 말고 딛고 가라고

절뚝절뚝 철쭉이 피네 오르네

더 놀고 가렴

다물지 못한 입에 이팝꽃 피네

천석 만석

저녁을 짓네

 

이 멀고 억울한 향기

나는 알지

네 몸 냄새

캄캄한 향기

 

제망매_흰 꽃들의 노래

------------------------ 

 

수화처럼 적막하게

눈 내리는 저녁

 

늙어가는 사내의

꺼진 뺨을

천천히

쓸어보면

 

살얼음처럼 살얼음처럼

누가 아프고

 

소설

--------------------------

 

본적 잃은 바람들

한 시절 정박한다

 

그러나 수면은 옹이를 만들지 않는다

 

만져지지 않는 것들

어금니에 실려

썩은 뿌리 시큰하다

 

개망초들 천치처럼 웃는다

 

깨진 소주병처럼 달 빛나고

잔별들 소름 돋을 때

키 큰 미루나무들

머리 풀고

검은 방죽을 건너온다

 

하류

---------------------

 

이 멀고 억울한 향기

나는 알지

네 몸 냄새

캄캄한 향기

.

.

 

캄캄한 향기 캄캄한 향기 캄캄한 향기...<나는 잠깐 설웁다>를 읽다가 잠이 들고, 아침에 깨어 다시 보면서 아 살만하군. 뿌듯하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집이라는 두께에 만족한만큼 얇고 질기게 고통스러웠다.

 

(오늘 잠깐만 서러울게요

쉽게 서럽고 잠깐만 슬픈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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