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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은 여우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이사미 이쿠요 글.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5월
평점 :
'알을 품은 여우'의 표지 만을 본다면 선뜻 유아 그림책으로 선택하기 힘들 수도 있다. 유행이 지난 듯한 색상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진 여우의 눈빛이 무서워서이다.그런데 여우의 머리위에 앉은 아기새의 귀엽고 초롱한 눈빛과 앙증맞은 발톱을 본다면 독자는 아기새와 여우의 관계가 틀림없이 궁금해질것이다.
다람쥐,오소리,족제비, 산 새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숲 속의 정경을 동물 중심으로 잘 묘사했다. 동물들의 눈 빛과 표정이 살아 있고, '털을 하나 하나 그렸어요'라고 표현한 아이들의 말처럼 사실감이 돋보인다. 그런 사실적 묘사의 이면에 밝고 따뜻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것이 또한 이 그림책의 특징이다. 나무와 잎을 표현함에 있어 투명 수채화의 부드러움이 살아있고,밤을 묘사한 색상이 주는 신비함, 숲 속 여기저기에서 피어 있는 엉겅퀴, 제비꽃, 찔레꽃,민들레와 애기똥풀 꽃에서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모양 흉내말과 소리 흉내말이 적절히 들어가 있고, 한 페이지에 있는 글자수와 크기가 유아가 받아들이기에 적당한 것도 이 그림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우에 대한 편견이 없는 시기에 책을 읽는다면 저자극의 재밌는 숲 속 이야기 그림책으로 읽혀지겠고,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가진 아이들이 읽는 다면 그 편견을 깨는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먹기 위해 알을 품었던 여우가 알이 깨고 나서 겪는 심리 변화와 작은 숲 속 세계가 정감있게 펼쳐져 아이들에게 따스한 감수성을 심어주기에 적합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