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강렬한 독서 경험 두 권. 한강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나로선 아주 강렬했고, 강렬했다고 후배에게 이야기하니, 한강의 소설을 읽어 오던 후배는 아니,다른 소설들에 비해 채식주의자는 약한거야. 라고 했다. 채식주의자가 약한 거라면, 더 강한 한강 소설은 대체 어떤거야. 자신없음이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나무불꽃' 세 작품이 연작 형태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렇게 했다. 영혜의 고기와 나의 술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이라는 게 미치지 않으니. 일단, 지난 주 읽기 시작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을 마저 읽고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는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무너진 소설이다. 라고 쓰고 싶다. 소설이 아닌데, 그렇게 읽었다.
이 책은 왠지 좋은 사람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데, 그냥 한 권씩 사보세요. 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왠지는 모르겠다.
옛날 옛적에 알라딘의 유명한 모님께서 술일기를 쓰던 게 생각난다. 무척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그 때의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던 때였는데도 남이 쓰는 술일기가 그렇게 재밌더라. 오늘, 잘 쉬었는데도 또 지금 졸립다. 지금 자면 자정 께 눈이 떠질 테고, 그럼 또 날밤을 지새울테고, 또 한 주가 힘들것이기에.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를 되뇌이며 자판을 두드리기로 한다. 요즘 나의 방만한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계획?도 세우고.
지난 주 부터 매일매일을 술로 달려왔다. 피곤해서 오늘은 정말 집에서 쉴거야 라고 다짐을 해도 나갈 일이 생겨 나가고, 또 나가고. 취하지 않게 마시는 거니까 이건 마시는 게 아니야 하면서 마시고 또 마시고. 모처럼 오늘 정말 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하고 들어 온 날도 식구들이랑 더 마셨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몸이 넘 무거워서, 술 끊어야지 라고 혼잣말 하고. 안 먹던 비타민 챙겨 먹고, 그런데도 오늘 이렇게 졸리는 건... 빨리 한 잔 마시고 자라는 신호인가. 라고 생각한다.
백고동찜에 소주 반 병과 맥주 한 병. 모듬회에 소주 한 병, 카프레제 샐러드와 와인 두 잔에 맥주 한 병, 보드카 한 잔. 푸 팟 퐁커리에 싱하 한 병 해물 모듬에 소주 한 병, 해물칼국수와 골뱅이에 소주 반 병과 맥주 한 병, 참숭어회에 소주 반병 맥주 작은 캔 두 개, 먹태에 생맥 2000, 나초에 기네스 두 캔. 절제하고 또 절제해서 이정도로..이거 쓰다 보니 또 맥주 생각이 나서 감자과자에 기네스 한 캔 깠다.
주말에도 책만 붙들면 졸려서 책도 거의 못 읽었다. 이 번 주에 소화해야 할 책은 거의 제낀 상태. 감정을 절제하고 술도 절제하고 책도 읽고 숙제도 해야 하는데. 봄에는 술을 잠시 끊어 볼까 한다. 체력이 딸려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 그래도 술보다 우선인 건 책이고, 숙제니까.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지난 주 금요일엔 출근 길에 퇴근하고 싶어 혼났다. 이번 주는 그 지경까지 안가야 하니까 저, 술 안 마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