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끼 사계절 1318 문고 18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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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다 때가 있느니라' 하셨던 어른 들 말씀이 사무칠 때가 있다.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가치들이나 성과를 이룩-너무 거창한가?-하고 넘어 갔더라면 하는 후회의 순간들이 종종 오는 것이다. 건너 뛰거나 소홀히 넘어 갔을 땐 언젠가 그 댓가를 치루는 법이다. 부실 공사로 집이 무너질 수도 있고 다리가 붕괴되기도 하는 것이다. <손도끼>에는 청소년기에 깔만한 반석들이 많이 있어서 곰곰 읽고 가치를 생각할 만하다.

게리폴슨의 <손도끼>는 인생의 중요한 한 지점에서 고난에 봉착한 소년이 어떻게 자기 앞의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가를 보여준다. 영화로 치자면 캐스트 어웨이. 캐스트 어웨이는 어른이 주인공이고 손도끼는 13세 소년이 주인공이다. 사고 전에 브라이언 로브슨은 부모가 이혼했다는 일상이 힘겨워 고민하는 소년이었다.

캐나다 북부의 삼림 지대에 홀로 불시착한, 그것도 죽음의 공포에 직면했다 벗어난 소년은 나약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50여일을 혼자 생존하면서 소년은 강인한 인간으로 성숙한다. 불씨를 얻기 위해, 물고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문명 소년은  수 많은 좌절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좌절하고 분통 터져 하다가도 자신이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는가. 기본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살다 죽는 인간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한 번도 찾지 못하고 죽어 갈지도 모른다. 현대 물질 문명의 편리함으로 진정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을 놓치고 기계적으로 살아지는 것은 아닌지.

맨 손으로 살기 위해 머리를 쓰고 손과 발을 열심히 놀리던 소년 앞에 문명의 이기로 채워진 생존 가방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산다는 것은 곤충이 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이 가진 안테나를 세우고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것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소통하며, 눈으로 자세히 들여다 봤을 때 삶이 보였다. 비록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살아가는 기본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우리 1318세대가 일찌감치 깨우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험담에다 200페이지를 넘지 않아, 중학생 이상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수 있을 것이다. 얻어 가는 것이 달라서 그렇지 고학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내용이다,. 숲에서 혼자 생활하는 모험담이라는 측면에서 <나의 산에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산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여 즐기는 삶의 모습이었고,<손도끼>는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닥친 불행이라는 점에서 다르게 또 같이 읽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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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1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재밌겠네요.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기본을 찾아가기 시작한다니...
책제목도 간결하니 좋습니다.^^

2004-08-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제목이 맘에 들지요. 저도 제목 땜에 손에 들었답니다.^^
 
M.C. 에셔, 무한의 공간 다빈치 art 14
모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외 지음, 김유경 옮김 / 다빈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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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셔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과학책에서지만, 그의 그림에서 설명하기 힘든 신비함을 느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팬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불분명하고 어중간하며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에셔의 그림은 그런 나의 특성들과는 상충하는 면이 많다.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은데 그것은 작가의 내면이지 드러난 작품의 세계는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도 그의 그림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셔의 작품들은 정확하고 아주 치밀한데 그것이 아주 직관적이어서 나는 그의 그림 앞에서 또 한 번 좌절한다. 그리고 경외감을 가지고 꼼꼼히 분석한다. 구도의 기분으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예술을 향유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탐구하는 기분이 든다. 내 안의 우주, 내 밖의 우주, 이생과 전쟁, 돌고 도는 삶과 죽음의 고리들이 한 장의 그림 안에 모두 들어있다.

단순한 종이 한 장의 표면에 불과한 그의 그림은 공간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 마력이 있다. 버티어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신비하고 강렬한 흡입력. 내가 숨쉬는 곳은 여기 지금이지만 에셔의 그림을 보면 현실의 내가 시간의 띠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환타지를 경험하게 된다. 현실과 과거 미래라는 시간의 영속성, 만져지지 않는 공간들을 이중 삼중으로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의 그림에서 육신이 가벼워지는 자유로움까지 맛볼 수 있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한다면 천지창조의 신비를 체험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강의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책은, 눈으로 보는 감상에 더해서 작가가 직접 그림을 설명하는 어휘에 대한 신선함도 아주 매력적인,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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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8-1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에셔의 예술세계를 참 좋아해서 해외에서 일러스트집으로 여러권 사오기도 했었네요

2004-08-18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권?? 갑자기 친한 척 하고 싶은 ^^;:

2005-06-01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가 하늘이다 -상 - 소설로 읽는 우리 역사, 동학농민전쟁 편
이윤희 지음 / 현암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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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동학농민전쟁이다. 제목을 참 멋있게 잘 지었다. 소년 은강이를 축으로 동학농민전쟁의 배경과 실상을 리얼하게 접할 수 있어서 느리게, 혹은 빠르게 실감나게 읽었다.  원래 4권의 책으로 출판 된 책이니만큼 분량이 만만찮다.하지만 대화체가 많아 지루한 느낌이 없어 진도가 쑥쑥 잘 나가며, 전라도 사투리를 잘 살려 쓴 문체가 감칠맛이 나고 구수하다. 지루하지 않은 적절한 배경 묘사와 대화로 사건을 서술하는 솜씨가 자칫 무거울 수 역사소설을 쉽게 다가가게 한다.


동학농민전쟁을 다룬 <황토>가 초등 중,고학년을 대상으로 한다면 <네가 하늘이다>는 6학년이상의 아이들과 청소년이 읽기에 적합하다. 황토가 동화의 느낌이라면 <네가 하늘이다>는 소설의 느낌이기 때문이다. 구수한 대화체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품들의 사실감, 짜임. 고증 또한 사실적이라고 하니 이만한 역사소설(동화)를 구해 읽기 힘들 것 같다.


다수 대중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은강이나 솔부엉이 같은 개인적 삶을 부각시켜 공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이 책은 비록 허구의 형식을 빌어 쓴 ‘이야기’에 불구하지만 세상을 투영하고 있으므로 오늘 날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세상을 보는 창이 될 것이다.

 

전쟁은 왜 일어날까를 읽고 동학농민전쟁을 읽으니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빛깔이나 무게가 다르긴 하지만 그 예전의 현실이 오늘날에도 이토록 현실적으로 다가옴에 입맛이 쓸 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읽혀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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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왜 일어날까 세상을 배우는 작은 책 2
질 페로 지음, 세르쥬 블로슈 그림, 박동혁 옮김 / 다섯수레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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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이 쓴 어린이 정보책들을 보면서 햐~!하고 무릎을 칠 때가 있는 데 이 책도 그런 경우다. 실체를 모르면 대처할 방법도 모른다. 전쟁이라는 것이 나쁘고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막연함을 강조하는 것 보다 전쟁에 대해 상세히 알면 마음으로부터 그런 자세가 우러나올 것이다.

 

6월이 되면 학교에서 통일 글짓기에 대한 숙제를 받아오곤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배경지식이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학교 선생님들도 무조건 숙제처리를 하거나 자료조사에 의존하지 말고 이런 책을 같이 읽으며 토론해본다면 아이들도 통일에 대한 관심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되는 것, 자국의 이익에 앞서 생명은 보호 되어야 하는 것이란 막연한 이념적인 생각과 실제 전쟁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배경들을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씌여져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교사와 학생들 간의 대화체이고 글자크기도 크고 두께도 얇아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어른들이  읽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핵심을 간추려서  올바른 정보를 정확하게 짚어준 점도 감탄스러울 정도다.


지은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도 않고 부담스런 지식의 주입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그냥 어느 교실에서의 수업 장면을 참관하듯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쉽게 읽은 책에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한국전쟁, 세계대전, 중동의 크고 작은 전쟁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어서 정말 다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질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무리 없이 읽겠고, 좀 더 세부적인 사항들은 부모나 교사들이 읽고 설명을 해준다면 훨씬 효과적이겠다. 단 31페이지 각주에 1차 대전이 2차 대전이라고 잘못 표기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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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8-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글쎄요, 저는 아예 전쟁이라는 낱말조차 아이가 모르고 살았으면 싶지만
언젠가는 설명해줘야 할 때가 오겠죠. 그때 이 책이 도움이 되겠네요.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2004-08-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이라는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설명해주었다는 것이 맘에 들어요. 저도 애들한테 뉴스도 못 보게 하지만, 이 정도는 읽혀야 겠다 싶었어요. 반갑습니다. 로드무비님 아뒤가 꽤 낭만적이시네요.^^

2004-08-10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간의 주름 - 3단계 문지아이들 13
매들렌 렝글 지음, 오성봉 그림, 최순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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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름은 환타지의 고전이다. 출판된지 40여년이 지났는데도 시대성이 느껴지지 않고, 여전히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 이 책은 과학적인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주인공들은 다양한 연령층이 등장하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면 5,6학년 이상이 되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게 뭐야’, ‘누구야’, ‘어느거야’아줌마들의 이름은 아이들이 세상에 가지는 호기심이 과학적 상상력의 기초가 됨을 암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렇게 쓰면 상을 받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어른들이 좋아하는 지식과 교훈성이 적절히 가미한 가족주의 모험담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가 이 책의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과학적 상상력을 다룬 환타지가 드물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권할 만한 책이지만, 어른의 입장으로 봤을 땐 스토리가 식상한 감이 없진 않다. 지구를 둘러싼 악, 완벽하지만 인간미가 없는 행성 카마조츠, 그에 대응하는 용기와 사랑...아버지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 못난이 메그가 용기를 내어 자기 앞의 일을 받아 들인다는 스토리등은 아이들에겐 감동적임과 동시에 교훈적이다.하지만 교훈이 도드라지거나 어색하지 않아서 부담감은 없다.


<시간의 주름>은 한 번 읽고 마는 책이라기 보다 두고 두고 여러 번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예컨대 인생이 지침이 될만한 말들이 많이 나와서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곱씹을 말이 많은 것도 그렇고, 시간과 공간의 넘나듦이 그냥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월 속에서 여러 해를 두고 상상력을 펼치기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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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리뷰 얼마 전에 썼답니다.
모처럼 재미있게 푹 빠져 읽은 책이었고 어른들에겐 뻔할 부분이 이상하게
감동으로 다가오더라구요.^^

2004-08-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