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기전에. 뭔가 끄적거릴 마음이 생겨 다행이다.
그니까 무인도 북토크 이후로 정착되지 않는 마음을 다독이느라, 와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겨우 오늘이 9월 1일인데, 죽을 것 같이 피곤하다고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엎어져 자고 일어났다.
무인도에 가서 승철 작가를 만나고 싶은데, 그의 다정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 왠지 손이 가지 않는다. 그니까, 하루하루 밀리지 않고, 사피엔스와 시학을 요약정리하고, 스토너와 아우구스쿠스를 다시 읽기 해야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한마디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윤작가님 미안..기다려주세요. 조만간 무인도로 날아갈테니.
그사이 폴 오스터의 <뉴욕3부작>을 읽었다. 엄밀히 말하면 <유리의 도시>와 <유령들>만 읽었으므로 읽었다고 말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별러 오던 폴 오스터의 맛을 봤다고 할까. <유리의 도시>는 깊이 읽기 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출판사 여러 곳에서 17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하는데, 왜? 재미만 있던데...마이클 더글러스의 냄새가 살짝 난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미국대중소설의 전형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꼬이게 비튼, 비정상성을 그린다는 점에서 최근에 읽던 다른 소설들과의 차이점을 느꼈고 그것이 신선했다.
작년에 읽었던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신간 <아우구스투스>를 어제 오늘 들고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3박자를 갖추었다. 역사소설, 어렵고 많은 이름들, 서간체 소설.
앞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읽기 싫었다. 그리고 읽는데 도무지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거였다. 그래서 그냥 읽었다. 부분적으로 아름다운 묘사, 이런 표현은 역시 스토너네.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뭐라 할만한 감상은 찾아내지 못하고, 멍하게 읽기를 마쳤다. 읽은게 읽은게 아니야를 중얼거리며 모임 장소로 갔다가 역시 시간을 쪼개어 간 보람이 있군. 하는 생각을 했다. 제대로 읽고 온 두 사람이 명확하게 상반되는 두 관점으로 읽어서, 아, 다시 읽어야 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사람은 사회구조 안에서 개인의 존재를 파악했고, 한 사람의 사적인 관계 속에서 개인을 파악하며 읽었더라. 자연히 지극히 평범한 삶 그 자체를 그저 견디며 살아 낸 스토너와 역동적인 역사의 장에서 주체적으로 삶을 만들어갔던 아우구스투스의 삶을 비교하게 되었다. <스토너>에 이어 2년후 집필을 시작해서 4년정도 걸려서 완성한 <아우구스투스>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부분에서 아, 이정도면 다시 읽어지겠구나. 활자가 아닌 내용으로.
지난 주부터 좀 부담스러운 <시학>을 읽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학>이어서 부담, 펭귄판의 두께 부담, 주변에서 뭔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에 부담. 쓰리 부담을 안고 읽기 시작한 <시학>은 웬걸/ 뭐 다 아는 이야기더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시학>을 토대로 이후의 문학이론가들이 이론서 집필에 참고를 삼았을테니. 뭐 새롭다 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뒷 부분을 마저 읽어봐야 알겠지만. <시학>은 시에 관한 이론이 아니다. 문학창작론이다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그리고 미메시스나 줄거리, 재현 등의 개념을 <시학>에서 요구하는 개념대로 파악해서 읽으면 한 장 한 장이 짤막짤막해서 별 부담없이 읽어지는 책이다. 내용 자체가 짧으니까 일단 다 요약하는 걸로. 그리고 <사피엔스>를 좀 천천히 요약하면서 읽어야지. 뜬금 있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의 부담이 확 된다. 매일 매일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다. 같이 사는 사람이 집요하게 읽기를 강요?하고 주변인들이 다 추천. 뭐 대외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인들, 유시민 선생님 등등이 다 추천. 이런 책 읽기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도 한 번은 읽고 넘어가야 되는 책인가 부다. 하고 숙제하는 심정으로. 2쪽쯤 읽었는데, 아주 명쾌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 김숨의 인터뷰가 실린 현대문학 8월호와 <한 명>을 짝지어 읽어봐야 겠다고 챙겨두었다. 그니까 이번 주말은 두 달에 한 번 제주도 선생님과 공부를 하는 주인데, 그 것 포함 이 책들을 소화하고픈 것이 주말 나의 목표이다. 목표하니까 생각나는데 무인도 북토크에 온 친구가 물었다.
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거야?
(왜그렇게 바빠보이는 거지?)
음..난 뭐가 된다거나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그냥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