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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렛 - Toil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핀란드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있는 작은 일본식당 <카모메 식당>을 보며 나는 소소하지만 가슴속을 울리는 그녀의 감성과 조우함에 감사를 느꼈다. 그런 그녀의 작품은 늘 잔잔하지만 깊숙한 울림이 있는 감동을 선물한다. 그녀의 신작 소식에 이른 예매를 감행하고, 찾아가지 않으면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를 보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아담한 집 한 채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문제 많은 세 남매, 공황장애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피아니스트 첫째 모리, 로봇 프라모델 오타쿠이며 연구실에서 자기만의 연구에만 몰두하는 둘째 레이, 개성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학생인 막내 리사,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일본에서 불러온 미심쩍은 할머니의 동거가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눈에 익은 배우라고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뮤즈로 할머니역의 모타이 마사코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녀의 대사는 단 두마디, 그러나, 그 두마디의 감동은 파장이 상당히 크다. 역시 그녀가 주는 무게감은 영화전반의 중심을 잘 잡아 나간다.
티격태격 싸우기 일쑤인 세 남매는 말은 통하지만 도통 소통이라고는 되지 않는다. 반면 세 남매 사이에 수수께끼처럼 남겨진 수상한 할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소통 방식으로 세 남매와 교감한다. 레이와는 엄마의 그리운 맛을 내는 만두로, 모리와는 낡은 재봉틀로, 그리고 리사와는 몸으로 표현하는 기타 대회 출전을 결정하는 계기로 그들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간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들의 진심이 서로에게 전해지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은 있을수 있으나, 진정한 소통은 꼭 말로써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을 잘 증명해 주는 것이다.
영화는 전작에서의 주먹밥, 매실장아찌와 팥빙수에 이어지는 교자 만두로,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으며 서로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을 앞에 두면 어쩐지 인간이 사뭇 따뜻해 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공황장애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첫째 모리가 연주하는 피아노를 통해 가슴을 울리는 음악을 선물한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어느 순간 평화로움을 선사하기도 하고, 재봉틀 소리와 함께 잘 어우러져 건반을 연달아 두드리는 피아노의 경쾌한 리듬에 어느새 고개를 까닥이며 발장단을 맞추게 하기도 하고, 그리고 모리가 피아노 콩쿨에서 선사하는 곡의 강렬한 선율은 온몸에 전율하게 하는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영화는 잔잔하다. 그러나,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은 깊숙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번에도 감독은 그의 의도대로 우리에게 행복한 바이러스를 선물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