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1주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대중영화에 지쳐 작고 소소한 영화들이 무지 그리워지고, 그럴때면 광화문의 작은 극장으로 자주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그곳은 스폰지하우스, 몇년전만 해도 종로에도 있었고, 압구정에도 같은 이름의 극장이 있었지만 이제는 단 하나 남게 된 이름, 스폰지하우스, 그곳에 가면 작지만 느낌있는 영화들을 만나 행복한 기분이 되곤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씩 방문했을 그곳에서 멜로의 계절인 이 가을...2011 일본멜로영화 기획전을 연다.  

<냉정과 열정사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쉘 위 댄스><지금, 만나러 갑니다>등 가슴 시리고 아릿한 일본멜로영화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그곳으로 가보자. 

첫번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시간이 멈춰진 거리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중세회화 복원사로 일하고 있는 ‘준세이’. 그에겐 평생 잊지 못할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오이’. 서른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함께 하자던 사랑의 약속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아오이의 소식이 전해진다.

과거와 현대가 교차하는 혼란의 거리 ‘밀라노’

그녀가 살고 있다는 밀라노로 달려가보지만 아오이 곁엔 이미 ‘마빈’이라는 다른 사람이 있다. 어색한 만남을 뒤로 한 채 돌아오는 준세이. 그런데 그가 공들여 복원해오던 치골리의 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찢겨져 있다. 애정을 갖고 일하던 스튜디오마저 문을 닫게 되고, 준세이는 다른 미래를 찾아 도쿄로 돌아온다.

과거는 모두 버리고, 미래로만 달려가는 거리 ‘도쿄’

아오이와 함께 했던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보지만, 사랑을 속삭이던 카페도, 처음 만난 중고레코드 가게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 무렵 친구로부터 아오이가 자신을 떠나게 된 비밀을 알게 된 후, 밀라노에 있는 그녀에게 편지를 띄우는 준세이.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던 어느 날 피렌체의 스튜디오로부터 연락이 오고, 준세이는 피렌체로 다시 돌아온다
.

가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냉정과 열정사이>이다.  
도쿄, 밀라노, 피렌체, 두오모 성당...쥰세이, 그리고 아오이...사랑을 되돌리고 싶은 남자 쥰세이와 사랑을 가슴 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여자 아오이, 하나의 사랑 앞에 방황하는 두 사람의 10년 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남자주인공인 쥰세이 역의 훈남, 타케노우치 유타카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감동이었던 영화였다. 진한 여운과 가슴시린 사랑이야기가 아직도 가을하면 쓸쓸하고도 잔잔하게 떠오른다. 벌써 개봉한지 십년이 지났는데도 일본멜로영화하면 주저없이 떠오르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다시 보고 싶다.

두번째 영화,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어느 날 유모차에 탄 그녀가 내게로 왔다
츠네오는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최근 그곳의 가장 큰 화제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 안에는 큰돈이나 마약이 들어있을 거라고 수근대는 손님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츠네오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치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것이 츠네오와 조제의 첫만남…

조제, 그녀의 이름 그리고 작은 사랑의 시작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손녀 조제를 유모차로 산책시키고 있었던 것. 그녀의 이름 조제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츠네오는 음식솜씨가 좋고 방 안 구석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는 것이 유일한 행복인 조제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예쁜 여자친구도 있지만 웬일인지 자꾸 이 별나고 특별해 보이는 조제에게 끌리는 츠네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워지며 사랑을 시작한다


호랑이랑 물고기랑 무슨 관계일까?? 제목이 참으로 독특했던 영화, 호랑이는 조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겠다던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던 동물이고, 물고기들은 조제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자신자신을 투영해낸 존재로, 각각 조제에게 다가온 사랑과 조제가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깊이 있고 절제된 연출과, 두 주인공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의 뛰어난 연기가 조화를 이룬 두 배우가 캐릭터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연기함으로 더욱 빛을 발한 영화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떠올리는 여주인공 조제의 삶에 대한 절실함은 왠지모르게 공감과 함께 가슴 아픔으로 기억된다. 조제를 응원하며 내 자신에게도 스스로 응원을 많이 했던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전형적인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약점을 간직한 불완전한 존재인 츠네오과 조제를 통해 다가가고 싶지만 두려워하고, 사랑하지만 비겁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세번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내 미오(다케우치 유코)를 먼저 떠나 보낸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우)와 그의 6살난 아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는 미오가 죽기전 남긴 “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올께…”라는 약속을 마음에 품으며 어설프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비오는 어느 날, 늘 놀러 가던 숲에서 산보를 하던 타쿠미와 유우지 앞에 세상을 떠났던 미오가 거짓말처럼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생전의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 그러나 타쿠미와 유우지는 그런 미오를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조금은 이상한 세 사람의 생활은 다시 시작된다.

기억이 없는 미오에게, 자신들이 만나게된 사랑의 과정을 들려주는 타쿠미.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두번째’의 사랑을 맺어가고, 유우지 역시 ‘두번째’의 엄마를 만나게 된 사실에 너무나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꿈 같은 시간을 보내던 미오는 유우지가 보관하던 타임 캡슐에서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써왔던 일기를 발견하고,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 이유는 자신이 6주 후, 비의 계절이 끝남과 것과 동시에 타쿠미와 유우지를 떠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6주동안의 기적은 무엇이었을까? 미오는 왜 타쿠미와 유우지의 곁으로 돌아왔던 것일까? 모든 답은 미오가 남긴 일기 속에 명확하게 쓰여 있었다. 나를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비에 계절에 다시 돌아온 아내 미오, "아이오군? 타쿠미? 이대로 헤어져서 지내면 난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다른 삶을 살게 될까? 28살에 죽지않는 다른 미래가 올 수도 있을까? 하지만 그건 싫어 너를 사랑하니까 너와 사귀고 결혼해서 유우지를 낳는 인생을 선택하고 싶어"
미오의 이말이 얼마나 이해가 되고 안타까웠는지 너무 감정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여자가 봐도 예쁜 여주인공 미오역의 다케우치 유코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로코의 여왕인듯 싶다.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6주간의 비의 계절의 아름다운 만남을 애틋하게 그려낸 러브스토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또하나의 명품 멜로였다. 

가을에 다시 사랑하고자 하는 분들,그리고 여전히 사랑하시는 분들, 모두모두 이 영화들로 촉촉하고 달콤한 멜로를 만들어보세요.작고 조용한 영화관이 더욱더 그 느낌을 흠뻑 살려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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