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1주

스포츠를 꽤 좋아하는 내게 권투만은 스포츠라기보다 치고박고하는 야만적인 경기로 느껴졌었다. 상대방을 흠씬 때리고, 주먹을 날리고, 그 주먹에 맞아 쓰러지고, 멍들고, 다치고, 피흘리고, 차마 눈뜨고 보기에도 험한 그 경기를 왜 해야하는지를 이해하기조차 어려웠다. 실제로 그런 권투경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꽤 많다. 스크린속에서도 여전히 피흘리고 싸우는 모습은 여전하다. 하지만 사각의 링 위에 서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면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감동하게 마련이다. 이번주에도 한편의 권투 영화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남녀조연상을 수상한 작품<파이터>, 그 개봉기념으로  다양한 권투 영화를 만나보자.   

파이터(2010)

스토리 

서른 살이 넘도록 챔피언의 승률을 올려주는 백업선수인 동생 미키. 도로포장 일까지 겸하지만, 늘 생활고에 시달린다. 복싱만이 떨어져 지내고 있는 딸을 데려오기 위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자, 그의 삶의 전부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키에게 권투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 형 디키는 세계 챔피언, 슈가 레이 레너드를 쓰러뜨리며 집안의 자랑이자 모두의 영웅이 되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 들떠 사고만 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들이 따르는 맏아들이자 맏형인 디키는 미키에게 없어서는 안될 트레이너다.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지만, 모든 것을 망쳐버린 최악의 가족
미키는 이번만큼은 승리하리라 다짐한 경기에서 된통 얻어맞고 실패해 선수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중 새로운 연인 샬린을 만나면서 재기를 꿈꾼다. 하지만 또 다시 대형사고를 친 형 디키 때문에 손까지 다치며 권투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뜻밖에도 미키를 타고난 파이터로 알아본 에이전시로부터 전격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단, 조건은 넘치는 애정만큼 간섭이 심한 매니저인 엄마와 트러블메이커 형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갈등하는 미키에게 샬린은 가족에 대한 짐을 덜어내라며 설득하고, 결국 미키는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재기 후 승승장구하던 미키는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걸린 결정적인 경기에서 형 디키에게 배운 전략으로 승리하고, 그렇게 성사된 타이틀 매치 출전을 앞두면서 더욱더 형 디키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디키의 트레이너 복귀를 환영하지 않아 또다시 일이 틀어지고 만다.

어렵게 다시 뭉친 두 형제는 이제 각각 챔피언을 향해, 최고의 트레이너로 거듭나기 위해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뜨거운 도전을 시작하는데...

영화는 우선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마크 월버그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출연하는 영화마다 그 배역에 철저히 몰입하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은 이번 영화를 위해 14kg을 감량까지 하며 영화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고, 그 결과 아카데미까지 홀렸다.  

영화는 실제 유명 권투챔피언인 미키 워드의 생애를 다룬 실화 영화다. 어려운 성장 배경을 딛고 챔피언이 된 드라마틱한 미키 워드의 환상적인 삶은 흥미로운 영화 소재였고, 만들어진 그 결과물 또한 훌륭하다. 사각의 링, 그리고 가족...형제로 성격과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른 그러나, 그 어떤 형제보다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던 미키와 디키 형제...그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또 하나의 웰메이드 권투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시련과 역경을 헤치고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챔피언의 이야기, 갈등과 오해 끝에 사랑을 확인하는 가족의 이야기 등 지극히 평이하고 예측가능한 스토리이지만, 이 영화는 실화이며 또한 실전을 방부케 하는 명승부장면등 엄청난 땀을 흘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두 배우의 힘으로 영화는 감동적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스토리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한 때 잘 나가던 권투 트레이너였지만,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의 교감마저 피하는 나이든 트레이너다. 그는 은퇴 복서인 유일한 친구 스크랩(모건 프리먼)과 낡은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현재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에 매기(힐러리 스웽크)라는 여자 복서 지망생이 찾아오고, 프랭키는 그녀에게 ‘31살이 된 여자가 발레리나를 꿈꾸지 않듯 복싱 선수를 꿈꾸어도 안된다’며 냉정하게 그녀를 돌려보낸다. 그러나 권투가 유일한 희망인 매기는 매일 체육관에 나와 홀로 연습을 하고, 결국 그녀의 노력에 두 손든 프랭키는 그녀의 트레이너가 되기로 한다.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라는 프랭키의 가르침 속에 훈련은 계속되고, 마침내 매기는 승승장구하며 타이틀 매치에 나가기에 이른다. 때로는 상처를, 때로는 격려로 함께한 프랭키와 매기는 어느새 서로에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정을 일깨워주며 아버지와 딸 같은 관계로 발전해 간다.

이제서야 세상을 향해 당당히 맞서기 시작한 그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복싱하면 대부분 나는 격렬한 남성의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선입견 가운데 찾아온 영화<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힐러리 스웽크라는 여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고, 배우로나 감독으로 그 역량과 존재를 유감없이 발휘하시는 노익장 클린트이스트우드라는 걸출한 이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심히 감동스러운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영화라 할만큼 이영화는 내 생애 처음 극장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관람했다. 같이 간 친구가 당황할만큼...백만불짜리 눈물을 만나고 아니울수가 없었다.

감독, 제작, 주연, 음악까지 맡은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놀라운 힘은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속 내재되어 있는 감동까지 끌어내리라 생각된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섬세한 심리묘사, 긴장감 있는 스토리전개, 그리고 복싱을 통해 은유하고, 사유하는 삶의 의미가 영화를 관통한다. 그 강렬함은 진정 대가의 영화를 목도하는 관객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복서 지망생과 이제는 보잘 것 없는 늙은 트레이너가 함께 힘을 합쳐 톱이 된다는 아주 전형적인 챔피언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한 전형성에서 탈피했기에 더욱 좋았다. 

주먹이 운다(2005) 

스토리 

ROUND OF 강태식
왕년엔 복싱스타. 지금은 매맞는 남자.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한때 아시안 게임 은메달리스트로 잘 나가던 태식, 현재 그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매맞아 주는 일을 한다. 도박으로 진 빚과 공장의 화재로 인해, 가진 것을 모두 날린 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의 매맞는 복서로 나서게 된 것.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은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뿐. 이제, 그를 찾는 것은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구경꾼들과 빚쟁이뿐인 처량한 신세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그에게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이혼을 요구해 오고, 삶의 유일한 희망인 아들 ‘서진’이와 함께 살 수 없게 되자 태식은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잃을 것도 없는 인생 막장의 늙은 복서 태식은 다시금 희망을 품고 신인왕 전 출전을 결심하게 되는데…

ROUND OF 유상환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권투로 세상과 싸울 것이다

패싸움과 삥듣기가 하루 일과인 상환. 어느 날 큰 패싸움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자 동네 유지의 돈을 노린 강도 사고를 벌이게 되고 이 사건으로 상환은 소년원에 수감된다. 수감 첫날부터, 권투부 짱 ‘권록’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독방에 갇히고 순조롭지 않은 생활이 시작된다. 권록과의 싸움을 눈 여겨 본 교도 주임은 상환에게 권투부 가입을 권한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었던 것도 없던 19살의 상환에게 권투는 처음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의지와 기쁨을 깨달아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장에서 일 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 마저 쓰려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 온다. 쇼크에 쌓인 상환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잊고 할머니가 하루빨리 깨어 날수 있도록 신인왕 전에 출전해 결승의 꿈을 이뤄보려는 전의를 불태우는데…

LAST ROUND
신인왕 전 결승! 드디어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 된다.

드디어 신인왕 전 예선이 치러진다. 예전의 노련했던 권투 실력을 회복해가며 상대를 이겨나가는 ‘태식’과 매 경기마다 KO로 승리하며 무섭게 질주하는 ‘상환, 두 남자는 각자의 상대들을 모두 굴복시키고 마침내 신인왕 전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독특한 이력, 막상막하의 실력과 운명을 가진 두 남자.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인생 막장의 39세 거리의 복서 ‘태식’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19세 소년원 복서 상환. 한치도 물러 설 수 없는 두 남자의 인생을 건 단 한번의 대결이 시작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닮은 듯 다른 영화<주먹이 운다>는 비주류 인생의 도전과 실패를 담담하게 관조하는 애정어린 시선이 닮았다면,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노장 감독과 혈기왕성한 젊은 감독이  각자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또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 

현실에서 별 볼일 없는 그들이 그토록 강하게 열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애당초 더 잃을 것이 없어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숨가쁘게 그들의 성공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절정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무렵, 다시금 그들의 불행과 현실을 비추며 제자리로 돌아와 버린다. 부상, 판정...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와 암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영화는 어둡지 않다.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영화에 그들의 위치를 견고히 한 두 배우,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젊은 감독 류승완이 비쳐주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상황도 굳이 해피엔딩을 선사하지 않아 좋다. 

그만큼 인생은 쉽지 않지 않은가?? 세편의 복싱영화를 통해 조용히 삶을 돌아보고, 사색해 봄으로 이 봄을 맞이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유난히 추운 겨울 아니었던가?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갈 작은 희망도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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