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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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by 이미예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어체에서 아마추어의 향이 느껴지는, 웹툰 읽듯 스르륵 읽은 책이었다. 하지만 어색한 어체를 떠나서 우리도 모르는 새에 우리는 잠이 들면 꿈을 직접 골라 구매한다는 재밌는 아이디어에 놀랐다. 조금만 더 정돈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제가 사랑한 시간은 모두가 잠든 시간입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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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문지 스펙트럼
사무엘 베케트 지음, 전승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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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사랑]
By Samuel Bechett

난해하다. 해체주의적이고 범접하기 힘든 하나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기분이었다. 분리되고 재조립된 문장들과 박살이 나버린 문법 사이에서 수많은 질문들과 철학이 느껴졌지만, 내가 다 온전히 받아들였는지는 솔직히 확신하기가 어렵다. 다만 그 안에서 그는 떠밀려간 사람, 떠도는 사람 머릿속을 헤집으며 나에게끔 왜 라는 질문을 던졌다. 수동적으로 나를 붙잡고 플롯 사이사이를 유려하게 끌고가는게 아닌, 날 더러 알아서 이 위치까지 찾아오던가, 아니면 뭐 말아도 되고. 라고 쿨하게 던져둔 기분이었다. 한 번쯤은 경험해보라 주변에 추천해보고 싶다.

“여러 해 동안 나는 그 소리가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한테는 다른 종류의 사랑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사랑, 그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나는 바다의 수평선이나, 사막의 지평선을 원했어야 했다. 내가 밖에 있을 때면, 아침에는, 태양을 맞이하러 가고, 저녁에는, 내가 밖에 있을 때면, 태양을 따라 망자들의 집에까지 간다.”

“게다가 키 작은 풀들은 밟혀도, 공기와 빛만 있으면, 금세 다시 일어서고, 줄기가 꺾여도, 그 자리를 메꿔줄 다른 풀들이 워낙 금세 자라나니까.”

“그들은 다른 내 옷가지들과 함께, 그것들을 태워버렸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때, 드디어, 곧, 정말로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할 뻔했던 이야기를, 말하자면 끝낼 용기도 계속할 힘도 없었으면서 할 뻔 했던, 내 삶을 본뜬 그 이야기를 아무 미련 없이 어렴풋이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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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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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터 댄서]
By Ta-nehisi Coates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기억’이다. 역사속에서 바스라져간 노역자들, 그들을 못본 채 억압하던 상급자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자신들이 무시당한 만큼 그 밑의 노역자들을 짓밟던, 그렇게나마 의미를 부여하던 하류층 백인들 모두의 기억이다. 언더그라운드 (실제로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지만)에 참여하던 백인들은 종족의 수치를 극복하고자, 흑인들은 살아남고 살려내고자 수탈당하던 이들을 구출해냈다. 이 책은 단순히 노예제도를 비판하고 그 당시의 상을 그려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 단순한 화물이 아닌 개개인의 사람으로서의 가치에 빛을 비추고, 또 그 당시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조명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같은 대의를 향해 달려가지만 각자의 이해관계들에 얽혀, 진흙탕같은 싸움을 각 자리에서 펼쳐나갔다. 모든 싸움이 다 명예롭지도, 정당화되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디든 급진파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주로 수단과 방법을 조금 덜 가린다. 종족에 대한 수치심에 의해 움직이는 백인들이 책에서 좀 더 급진적으로 묘사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행한 행동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음에는 틀림이 없다. 한 목표지점에 다다르는 길은 다양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자유란 무엇이었을까, 결국엔 그 후에 무조건 배부르고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런 보장 없이 자기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사랑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과 강제로 찢어지거나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을 언제든 두 눈으로 봐야할 수도 있다는 그 생각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을 살아온 곳에서 벗어나서 트라우마나 기억, 그리고 남은 기억들에 시달림 없이, 정신적인 자유를 얻는 것은 그 후에 또 다시 그들에게 안겨져야 하는 숙제였을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있는 주인이지.”

“머지 않아 알게 되시겠지만, 자유를 찾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죠.”


나의 흥미를 끌었던 또 다른 점은 ‘대학’이다. 벌판에 모여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싸움, 다른 종류의 억압, 형태와 이름이 다른 노예제도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결국 우리는 아직도 자유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노예제도는 모든 투쟁의 근원이었다. 사람들은 공장이 아이들을 노예화한다고 했고, 임신이 여성의 신체를 노예화한다고 했으며, 럼주가 사람의 영혼을 노예화한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소용돌이치는 이념들 속에서, 이 비밀스러운 전쟁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버지니아의 노예 주인들만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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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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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가는 와중에 우리는 종종 거센 물살에 휩쓸리고, 알아차리기도 전에 잠식될 때가 있다. 이 책 안에서 넬의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 익숙하고 목가적인 편안함에 안착할 때 쯤이면 그녀에게 새로운 ‘혼란’을 던져준다. 그 안에서 넬은 순순히 그 모든 갈등을 감내하고 따르다가도, 저항하고 빗겨나가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도 보고, 또 순순히 흐름을 다시 따라가고를 반복한다. 그녀가 스스로 발견하는 답들은 사회적인 관념과 어긋나기도 하고, 또 그 관념들은 모든게 괜찮은 척 하는 다른 이들의 허울 속에만 존재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영빈이가 제목을 보고 “Moral Disorder”라면 도덕적 혼란이 아니라, 도덕적 장애가 되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 물었었다. 나는 반대로, 원어의 해석이 한글로 더 알맞게 번역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넬이 하는 판단은, 도덕적 관념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어찌보면 그녀로선 당연한 선택들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내간다. 하지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고, 기나긴 방황이 끝나고 한 곳에, 한 사람에게 정착한 뒤에도, 넬이 그녀의 꿈 속에서 여전히 방황하는 것 처럼 방황한다. 영원한 안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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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겨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1
안토니오 무뇨쓰 몰리나 지음, 나송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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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자가 삼자적 시점에서 스토리를 전개해주는 형식을 좋아한다. 너무 직접적이지 않아 심정적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주어 덜 힘들고, 주인공들의 아픔이나 공허감을 나 혼자서만 감내하는 것이 아닌, 이름 모를 그 화자가 함께 느껴주는 것이 좋다. 리스본의 겨울은 공허감을 이야기한다. 음악은 존재하지만 연주하는 연주자는 그 연주를 직접 할 때에만 존재할 뿐, 그 후엔 그림자로 밖에 남지 않고, 화가도 그림이라는 예술을 그릴 때에만 있을 뿐, 허상으로만 남는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내”가 존재하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은 어떤 정적 속에 갇힌 채, “나”는 실존하지 않게 된다. 다른 무엇인가의 매개체가 되는 것, 그게 개인이고 그 순간이 모두의 종착지인 ‘리스본’이 되는 것이다. 우린 그렇게 리스본에 있으면서도 리스본에 닿기 위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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