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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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터 댄서]
By Ta-nehisi Coates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기억’이다. 역사속에서 바스라져간 노역자들, 그들을 못본 채 억압하던 상급자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자신들이 무시당한 만큼 그 밑의 노역자들을 짓밟던, 그렇게나마 의미를 부여하던 하류층 백인들 모두의 기억이다. 언더그라운드 (실제로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지만)에 참여하던 백인들은 종족의 수치를 극복하고자, 흑인들은 살아남고 살려내고자 수탈당하던 이들을 구출해냈다. 이 책은 단순히 노예제도를 비판하고 그 당시의 상을 그려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 단순한 화물이 아닌 개개인의 사람으로서의 가치에 빛을 비추고, 또 그 당시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조명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같은 대의를 향해 달려가지만 각자의 이해관계들에 얽혀, 진흙탕같은 싸움을 각 자리에서 펼쳐나갔다. 모든 싸움이 다 명예롭지도, 정당화되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디든 급진파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주로 수단과 방법을 조금 덜 가린다. 종족에 대한 수치심에 의해 움직이는 백인들이 책에서 좀 더 급진적으로 묘사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행한 행동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음에는 틀림이 없다. 한 목표지점에 다다르는 길은 다양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자유란 무엇이었을까, 결국엔 그 후에 무조건 배부르고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런 보장 없이 자기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사랑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과 강제로 찢어지거나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을 언제든 두 눈으로 봐야할 수도 있다는 그 생각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을 살아온 곳에서 벗어나서 트라우마나 기억, 그리고 남은 기억들에 시달림 없이, 정신적인 자유를 얻는 것은 그 후에 또 다시 그들에게 안겨져야 하는 숙제였을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있는 주인이지.”

“머지 않아 알게 되시겠지만, 자유를 찾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죠.”


나의 흥미를 끌었던 또 다른 점은 ‘대학’이다. 벌판에 모여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싸움, 다른 종류의 억압, 형태와 이름이 다른 노예제도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결국 우리는 아직도 자유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노예제도는 모든 투쟁의 근원이었다. 사람들은 공장이 아이들을 노예화한다고 했고, 임신이 여성의 신체를 노예화한다고 했으며, 럼주가 사람의 영혼을 노예화한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소용돌이치는 이념들 속에서, 이 비밀스러운 전쟁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버지니아의 노예 주인들만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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