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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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가는 와중에 우리는 종종 거센 물살에 휩쓸리고, 알아차리기도 전에 잠식될 때가 있다. 이 책 안에서 넬의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 익숙하고 목가적인 편안함에 안착할 때 쯤이면 그녀에게 새로운 ‘혼란’을 던져준다. 그 안에서 넬은 순순히 그 모든 갈등을 감내하고 따르다가도, 저항하고 빗겨나가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도 보고, 또 순순히 흐름을 다시 따라가고를 반복한다. 그녀가 스스로 발견하는 답들은 사회적인 관념과 어긋나기도 하고, 또 그 관념들은 모든게 괜찮은 척 하는 다른 이들의 허울 속에만 존재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영빈이가 제목을 보고 “Moral Disorder”라면 도덕적 혼란이 아니라, 도덕적 장애가 되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 물었었다. 나는 반대로, 원어의 해석이 한글로 더 알맞게 번역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넬이 하는 판단은, 도덕적 관념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어찌보면 그녀로선 당연한 선택들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내간다. 하지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고, 기나긴 방황이 끝나고 한 곳에, 한 사람에게 정착한 뒤에도, 넬이 그녀의 꿈 속에서 여전히 방황하는 것 처럼 방황한다. 영원한 안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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