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  지  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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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2-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니르바나님, 봄나들이 나오셨군요!
근데 올핸 은근히 추위가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작년 이맘 때 봄이었는데...
하기야, 예년 이맘 때도 쌀쌀하긴 했어요. 그죠?^^

니르바나 2008-02-16 15:37   좋아요 0 | URL
이를테면 봄을 부르는 거지요.
봄은 한꺼번에 얼굴을 보이는 법이 없구요.
차가운 한 겨울에 입춘을 집어넣은 선인들의 뜻이 또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텔라님의 봄은 심산선생님의 교실에서 만개되겠군요.
엄격한 훈도속에서 보람된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스텔라님, 주말입니다. 행복하시길...

2008-02-19 2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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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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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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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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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1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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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1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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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3 0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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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 장 욱 -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서로 다른 가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아프리카를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드디어 외로운 노후를 맞고
드디어 이유없이 가난해지고
드디어 사소한 운명을 수긍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모여들었다
그가 결연히 뒤돌아서자
그녀는 우연히 같은 리듬으로 춤을
그리고 당신은 생각나지 않는 음악을 찾아 바다로

우리는 마침내 서로 다른 황혼이 되어
서로 다른 계절에 돌아왔다
무엇이든 생각하지 않으면 물이 돼버려
그는 영하(零下)의 자세로 정지하고
그녀는 간절히 기도를 시작하고
당신은 그저 뒤를 돌아보겠지만

성탄절에는 뜨거운 여름이 끝날 거야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모여들어
여전히 사랑을 했다
외롭고 달콤하고 또 긴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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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8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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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8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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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8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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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8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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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1 15: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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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5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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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5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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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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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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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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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2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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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3 16: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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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2 2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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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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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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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1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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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1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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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1 1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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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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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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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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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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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평이 실린 신문속 리뷰기사를 읽어나가다  이 문장 위에서 한참동안

눈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기 품에 안긴 그녀의 희고 매끄럽고 따뜻한 몸을 그는 오래도록 바라봤다.

말없이, 숨을 멈추고, 찬탄에 차서"

 

오래 전 아내의 벗은 몸을 감싸 안았던 그날의 감정이 몸의 신경이 올올이 되살아나고,

이내 부끄러움이 엄습해왔다.

그러자 사랑이 저만치서 다가왔다.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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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1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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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9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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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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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05: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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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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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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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2 14: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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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나가 책을 구입한 지 얼추 되겠구나 짐작하고 있었다.

 

연말도 다가오는데 올해는 도대체 얼마나 구입했는가 궁금해서

on-off라인 구입내역을 함께 남겨주는 교보싸이트를 확인해보니

지난 4월에 책을 산 이후에는 더 이상 서점에서 구입한 기록이 없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인가 서점에 들렀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마음에 드는 책을 못만났거나, 만났다해도 할인율을 감안해 제목만 적어와

온라인서점을 이용하였을 것이다.

 

대단히 감사하게 여길만해서 이전에 페이퍼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도서판매에 관한 새로운 규정은 책구입에 있어서 잃었던 이성을 되찾아 주었고

그 여파로 내 은행잔고의 숫자를 빠른속도로 키워주고 있다.

감사감사감사감사감사감사감사감사.......!

 

그런데 어제 오늘 연달아 시외버스터미널에 볼 일이 있어

아래층에 있는대형서점을 방문했는데

이유는 단하나 새로나온 <김학철평전>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김학철 선생님,

 

아주 오래 전 <격정시대>(풀빛)가 해적판으로 저자 동의도 없이 출판되었을 때 부터

감동을 먹어 이후 출판된 선생의 저작물들을 빠짐없이 찾아 읽곤했다. 

몇해 전 선생이 돌아가시고 창작과 비평사에서 전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평전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해방이후 우리 현대사에선 유사 공산주의자, 민주주의자들이 권력을 잡고

오히려 인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선생같은 순정한 분들은 이리저리 치이며

뼛골에 恨만 사무치게 만들었다.

 

민주화 이후 아주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해 보성 후배인 소설가 조정래씨를 만나

인터뷰하던 기억이 난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그중 가장 기억이 남은 것 하나.

 

선생을 대접한다 해서 호텔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셨지만

정작 맛있게 드신 것은 대학로에서 먹었던 컵라면이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제 더 이상 컵라면을 드실 수 없는 세상으로 가셨지만

내게 맛있는 컵라면은 오로지 김학철선생님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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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2-0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교보는 없어도 여기 알라딘은 얼마전에 사셨잖아요. 제가 다 아는데...!ㅋㅋ
그러고 보니 저도 제가 볼 책을 사 본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니르바나 2007-12-03 11:03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제가 쓴 페이퍼 자세히 안 읽으셨죠.ㅎㅎ
서점에 나가 구입한 지 오래되었다고 적었는데요.

물론 알라딘에서 지금도 책을 구입하고 있지만 법 개정후
현저하게, 아주 현저하게 책 구매가 줄어들었지요.
제가 아직 플래티넘 회원이고 해서 주는 쿠폰 사용을 위한 정도니까요.
아시는 것도 그런 용도의 구매였구요.

알라딘뿐 아니라 요즘은 순례차원이었던 온라인서점 싸이트 자체를
잘 열어보지 않고 있으니까요.
속된 말로 그동안 "많이 묵었다 아이가"지요.

반가워요!
12월에 스텔라님께 드리는 니르바나의 안부인사입니다.^^

stella.K 2007-12-0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니르바나님! 많이 묵으셨습니까? ㅎㅎ 재밌어요.
사실 저도 오프에서 산 적이 거의 없어요. 지금 쌓아 놓은 책을 소화해 내야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달 말쯤 그럴 듯한 이유 하나 만들어서 또 질러볼까 생각 중이어요. 이를테면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 한 해 동안 비록 표나게 잘 살았던 것마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 받을만 하지 않은가? 자축하는 거죠 뭐.흐흐.

니르바나 2007-12-04 11: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스텔라님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세요.
표나게 잘 산 사람들이야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받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기 십상이잖아요.
비록 표는 나지 않았지만 잘 사신 스텔라님,
자축하는 의미로 자신에게 상 드리세요. 꼬~옥^^

2007-12-05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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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6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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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6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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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6 1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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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과 아프카니스탄이 전쟁을 하면서 부시와 빈 라덴이 각각 하느님께 기도했다.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신의 뜻대로, 우리에게 승리를 주십시오"

두사람은 각기 자신들이 선택한 일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확신했다.

두 사람이 '확신하는 신앙' 대신 '의심하는 신앙'을 가졌다면

오늘날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어쩌면 세계가 경악했던 911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링컨 대통령은 늘 의심하는 신앙을 가졌다고 한다.

남북전쟁 중에도 이 일이 과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인지 의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각하, 하느님께서 각하와 함께 하신다는 것 모르십니까?"

그때 링컨이 말했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걸 의심하는 것이 아닐세.

내가 과연 하느님과 함께하고 있는가 그걸 의심하고 있는 것일세"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온 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 생각하면

이 후보가 적임자라고 선택하기보다는,

정말 이 후보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의 부담만 늘어난다.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가난을 전부 물리쳐 줄 것 처럼

입만 열면 경제타령인 후보들을 볼 때 마다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의 겸손한 자세를 가르쳐 주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하는 분이라 해서 지난 선거판에 유난히 강조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찌 이번 후보들은 존경하는 사람으로 거명조차 않는 모양이다.

하기는 노대통령도 입으로만 존경했지

대통령의 품격은 십만팔천리 거리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성숙한 시민사회가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니

일인지상의 대통령像은 어찌보면 시대착오적 사고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바위 얼굴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선거판을 걱정스레 들여다본다.

 

과연 우리에겐 언제쯤이나 이런 대통령이 출현해 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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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7 0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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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8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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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1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입니다.

니르바나 2007-11-19 11:0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렇지요.
나라가 잘 되야 개인살림도 잘 되고
개인이 잘 되야 결국 나라가 잘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