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제주도 기행중입니다.
넓디 넓은 제주도 땅 일부를 기껏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다보니 기행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느낌입니다만 남한 최고의 산 한라산을 두 발로 걸어 올랐다 내려왔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처음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을 조금은 갑짝스레 계획하면서 전 같으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기획하고 조정하며 현지에서 닥칠 갑짝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하였을겝니다.
그러나 점점 게을러져서 심지어 공항에도 체크 마감시간에 겨우 청사에 도착하여 짐을 들고
뛰었으니까요. 늦으면 다음 차, 아니 다음 비행기로 가지 뭐 하는 심정으로요.
다행히 다음 비행기 대기자 신분은 면했으니 멀거니 공항의자에 앉는 일은 면한 셈이지요.
제가 탑승한 비행기는 주황생 로고가 선명한 제주항공인데 손님 중에는 처음 타보는 분들인지
진짜 작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글쎄 그렇게 작은가 싶기도 하고 프로펠라 소음도
귀에 거슬릴 정도로 크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비행시간도 비슷하고요.
왕복 다 이것을 이용하려고 예매했더니 기존 항공사 이용시에서 편도 요금은 떨어지니
이게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니까요.

제주공항에서 제가 숙박하려고 예약한 서귀포<면형의 집>까지 오기 위해
먼저 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후 성판악을 경유하는
서귀포행 시외버스를타고  왔습니다. (비용은 3,000원)
그리고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 1분거리인 중앙로터리에서 8번 버스를 타고
서홍동 한진주유소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편  황실가든 우측으로 시선을 조금 돌려보니
<면형의 집>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택시는 기본요금거리 1,800원)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은 제주시에는 사용가능한 T-Money 카드가
서귀포에서는 호환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분들은  서귀포에서만 통용되는 카드를 한장 구입하는 것도
교통비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되겠지요.


짐을 들고 다니기가 힘들어 먼저 숙소에 짐을 풀기로 작정하고 찾아간 곳은
출발하기 전 미리 전화해 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센터 면형의 집 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숙박하기로 작정한 매력적인 것은 아주 저렴하고 조용한 시설이라는 점 입니다.
1인 독실사용시 하루이용료가 20,000원이고, 식비는 5,000원인데 저의 경우 예약전화를 받은
신부님이 식당사정으로 식사가 안된다 하셔서 부득불 외식하고 있는데
면형의 집 식당을 이용하셨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식사가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주로 카톨릭 신자들이 피정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요즘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분들도
많이 이용하시는 모양입니다.
숙소의 특징으로는 친절한 신부님, 조용한 숙소로 텔레비젼, 전화, 인터넷 연결망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숙소 입구에 있는 오아시스 PC방 에서 이 페이퍼를 쓰고 있습니다.
숙박계도 안쓰고, 서비스한다고 번거롭게 방문을 노크하지도 않으시구요.
따뜻한 물이 나와 어제는 뜨거운 물로 산행에 지친 몸을 씻었습니다. 그런데 수건은 없군요.
치약은 있지만 칫솔은 없구요. 물론 샴푸도 없습니다. 그래서 비누로 머리를 감았습니다.
첫날 밤에는 자다가 몇 번 깨서 형광등 불을 켰습니다. 이유는 모기의 출현.
잡고 또 자다 일어나서 또 잡고...
그래서 산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마트에 가서 전자모기향을 하나 사서 장착했더니
어젯밤에는 일군의 모기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첫날 밤을 모기와 전쟁을 하며 낯선 곳에서 하루밤을 보낸 후 휴대폰 알람소리에 피곤한 몸을
일으킨 것은 저기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기 위함이었습니다.
휴식년으로 정상 등정이 허락된 두 산행로 중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관음사방면으로 내려오기 위해
첫차 시간인 6시에 맞추어 일어나야 했기에 오는 날 준비한 빵과 바나나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성판악을 지나는 시외버스에 오른 시간은 7시. 성판악까지는 30여분정도
소요되는 거리더군요.(비용은 1,500원) 이 시외버스는 15분마다 있다고 매표소에서 말씀하네요.
급히 내리는 바람에 280원 주고 산 삼다수 생수통을 차에 두고 내렸으나 버스타고 왔다고 하니
등산매표소에서 그냥 올라가라고 하시네요. 차량 주차비만 받으시는 모양입니다.
왠지 국립공원 한라산에게 미안한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쌩유!~

오래 전 초짜 등산객 시절 설악축제가 열리던 연휴에 설악산에 준비없이 올랐다가
외길에서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다가 오색에서 새벽 6시에 시작한 산행이
밤 12시가 되어서야 설악동까지 손으로 더듬으며 내려왔던 악몽이 있어서
비상장비와 식량, 기타 여벌 옷등을 챙기다보니 만만치 않은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다보니
남녀노소 많은 분들에게 길을 양보하며 천천히 한걸음씩 걸었습니다.
저의 등산수칙 1조는 "무리하지 말자!" 이거든요.


등산길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멋진 등산복을 입은 선남선녀도 아닌, 중간 중간에 있는 등산로 이정표가 아닐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라산 등반은 제 등산경험 중 가장 힘든 산행길이었습니다.
돌만 딛고 오르니 등산화가 아무리 좋아도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통증이
만만치 않은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딱 한군데 있는 진달래밭대피소만 나타나길 기다리며 산행이정표를 보니 벌써 다 오른 듯 싶었지요.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어 있는 대피소에서 등산화를 벗고 발바닥을 두드리며 많이 준비해간
식량들을 천천히 맛있게 먹었지요.  힘들게 들고 올라온 보람이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앞뒤로 올라온 학생들이 순식간에 점령한 대피소는 
붉은 진달래꽃보다 요염한 일회용 도시락 봉투 쓰레기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으니
철없는 중 고등학생들  행동에 우리 나라의 미래까지 걱정이 되었다면
적절한 설명이 될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러면 인터넷에 이 장면들이 올라가니 버리지 말라고 대피소측에서 방송해도,
손에 든 것을 검사한다는 선생님들 말씀이 협박에 가까워도
심지어 화장실까지 몇개씩 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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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5-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니르바나님
님의 한가로운 발걸음이 느껴집니다. 사진도 참 좋네요.
저는 올해 1학년을 담임하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1학년 만큼의 준법 정신만 가져도 길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융통성이 없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8살짜리들의 규칙을 지키려는 마음, 예쁘고 귀엽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_()_

니르바나 2008-05-11 19: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혜덕화님
부처님 오신날을 함께 맞이하고 축하드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올바른 어린이들이 자라나 젊은이들 마음과 예절이 더욱 성숙해야 하건만 이번일을 보니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버린 양심 후에 군중심리란
끔찍한 장면이었습니다. 여러군데를 산행했어도 노골적으로 쓰레기를 투기하는
모습이라 기억에 좀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혜덕화님 덕분에 즐거운 여행길이었습니다._()_


stella.K 2008-05-1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니르바나님다운 글입니다.
정말 제주가 손에 잡히는 듯합니다.
좋으시겠습니다. 계속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니르바나 2008-05-11 19:53   좋아요 0 | URL
피씨방에서 급하게 작성하다보니 중간에 어조가 바뀌어져 있네요.
스텔라님도 언제 시간내서 여행하시면서
작품을 구상하시면 좋을 듯 싶은데 어떻겠습니까.
하시는 워크샵은 잘 진행되고 있는거죠.
선생님께서 잠간 외유하신다고 하신 것 같던데요.
힘내세요.^^

2008-05-20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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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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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0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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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1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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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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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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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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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0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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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0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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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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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1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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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0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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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0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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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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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0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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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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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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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5-0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니르바나 2008-05-11 19:50   좋아요 0 | URL
모두 다 스텔라님 덕분입니다.
스텔라님도 잘 지내시고 있으시겠죠?

2008-05-07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1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통기타 그룹 해바라기의 노래 끝말에 이런 것이 있다.

잃어버린 세월/ 잃어버린 추억 /잃어버린 내청춘 

 

내게 책과 관련된 물리적 노화현상으로 딱 하나를 들라하면

신간소설을 찾아 읽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새로 나온 소설이 오래 전에 인연을 맺은 소설가의 작품일 경우

관심을 갖고서  일단 보관함에 넣고, 소장하는 수순을 가진다.

몇 해 전 마지막으로 구해 읽었던 작가의 소설집은 이것이었다.

 

 

아주 가끔, 요즘 이 양반은 뭐 하는가 궁금해서

소설가의 이름을 알라딘 검색창에 넣고 엔터키를 누를 때마다

몇년 전 작품만 끌려 나오고 말았는데,

오늘 조간신문 북리뷰 기사를 통해서 오랜만에 그간의 사정을 살필 수 있었다.

 

'중증 우울증과의 사투'

 

이번 신작소설집은 지난 6년간 우울증과의 대면을 그린 책이라고 리뷰기자는 설명하고 있다.

흔히  창작의 고통을 들어 펜으로 핏방울을 찍어 글을 썼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작가의 자살체험을 형상화하였다는 이 소설집이야말로 말그대로 인 셈이다.

그래서 세상사는 일이 고통인 분들에게 오히려 <희망의 단초>를 제공해 줄 것으로 믿어

꼭 한 권 사 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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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30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온라인 서점에 주문해서 받은 책 꾸러미를 손에 넣으면

아주 잠시동안은 갖고 싶은 책을 손에 넣었다는 기쁨에 휩싸이지만

이내 앞뒤로 넘기며 두꺼운 양장본의 무게를 손으로 가늠하는 순간

이 요망한 물건이 단지 검은 색 글자가 인쇄된 종이뭉치란 사실 앞에 절망하곤한다.

너무 값비싼 댓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떨면서.

 

한 4년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스피커의 좌우 양 날개가 노쇠했는지

어제부터 소리 토해내기를 거부하고 있다.

중앙 우퍼스피커에서만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듣기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

이전, 책 구입하는데 가산을 탕진하던 시절이라면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어제는 과감하게 위에 보이는 스피커의 구매버튼을 눌러버렸다.

일금 59.000원

 

이쯤에서 과연 책값이 적당한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건대

두꺼운 양장본 한 두권이랑 저 스피커의 효용을 아무리 냉정히 비교분석해 보아도

어쩌다 걸리는 '마음의 양식'에 혹해 구입하여 쌓아놓은 책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요즘 책은 정말 제값 구실 못하는 물/껀/이라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쯤에서 책들의 분발을 요구하고 싶다.

아울러 값이 아깝지 않은 책의 출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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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수행처로 찾아 온 분들의 초년시절이랄 수 있는 행자수련기록을 모아놓은 책 속에는

그들이 스승으로 모셨던 여러분의 선지식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대표선승이셨던 성철스님은 당연히 많은 제자들에 의해 자주 언급되었고,

그밖에도 여러분의 스승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이 감화받은 분으로 거명된 분은 오래 전에 돌아가신 指月스님이십니다.

 

스님은 평생 상좌를 두지 않고 수행하셨기 때문에

여타 이름난 스님들과 달리 사후에 법어집이나 회고록조차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스님에 대한 단편적인 예화만 파편처럼 이런저런 선지식 이야기편에 소개될 뿐

세월이 갈수록 스님에 대한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 가운데 지월스님을 회고하는 한 장면을 소개합니다.

 

아마 예순다섯, 여섯쯤 되셨을 것이다.
찾아온 병고를 받아들이시며, 수술도 마다하고 병원에서 돌아와
해인사 경내를 말없이 둘러보시던 그분의 조용하고 담담했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성철스님께서 방으로 찾아와 예의 그 투박한 음성으로 그랬다.
"아파요?"
아무 말씀 없이 조용히 웃음을 지을 뿐 스님께선 별 말씀이 없으셨다.
"몸 바꿔야 되겠네요."
스님께선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셨다.
"그럼 먼저 가소."
지월스님께선 바로 다음날 고요히 몸을 바꾸셨다.

 

매년 새해를 여는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요란을 떠는 것도

한해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맞아들여 새롭게 살아보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새해, 새학년, 새학기...새로운 인생.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초/발/심/이 중요한 것은 소개된 예의 행자들 뿐 아니라 

이 땅 위에 뜻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특히 삶의 좌표를 잃은 많은 현대인들이 꼭 되집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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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4-0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바꿀 때는 아는 경지까지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생을 닦아서 와야하는 걸까요?
벚꽃이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네요.
아름다운 봄입니다._()_

니르바나 2008-04-0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아름다운 꽃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세생생 피어나는 벚꽃처럼 수행을 거듭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런 경지에 이르지 않겠어요.
지금 한생각 내고 있으신 것처럼 어느날 한소식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2008-04-1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6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