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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종일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느라고 종종 걸음을 했다.
지난 며칠 동안 심하게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고통을 호소해도
빤한 살림살이에 거금이 들어갈 게 뻔한 일이 두려워, 갈 때까지 가보자 하는 다부진 마음으로
녀석의 단말마를 애써 외면하였었다.
그러나 오늘 새벽 거친 숨을 몰아대던 녀석이 드디어 만 13년의 긴 생애를 마친 것이다.
나의 신부를 들이는 의식으로 보일러를 새로 개비하였던 것이니 우리 부부와 인연이 참 질긴 놈이었다.
그간 추운 겨울에 고장을 일으켜서 몇번인가 지청구를 들은 적이 있었어도
인석의 친구들 수명이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장수만세를 노래해도 괜찮겠지만서두,
뜯겨져서 설비기사님의 품에 안겨 나가는 놈의 뒷모습을 보니 왜 이리 마음이 짜~안한 지 모르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그 슬픔을 짧은 글로라도 적어 哀而不悲를 노래한다.